[임순만 칼럼] 미국은 진실로 한반도 평화를 원하나
[임순만 칼럼] 미국은 진실로 한반도 평화를 원하나
  • 임순만
  • 승인 2019.03.0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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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봄이 요원해진 듯 하다. 지난달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북미정상회담 결과는 한반도의 화신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양측에서 3명씩 참석 인원이 확정돼 있던 28일 오찬 회담 직전까지도 몇 차례 언론 앞에서 들뜬 분위기를 연출했던 두 정상이 오찬 직전에 돌연 갈라선 사실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국가 사이에 존재해야 할 중후함을 무시하는 경박성, 이미 한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정상들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축적되지 않은 신뢰감, 정상회담에서는 결코 보여서는 안 될 소홀한 관례와 미흡한 준비…. 그런 것들이 두 나라 사이의 현실이고, 이를 뚫고 나아갈 진실성은 크게 부족한 관계라고 하면 틀린 말일까.

사실 미국과 북한 두 나라는 정상들이 함께 테이블 앞에 앉을만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 사이라고 말하는 것이 솔직하다. 그리고 두 나라는 역사적으로 하나의 선린우호 관계를 형성할 만한 상대도 아니다. 1994년에 제네바 합의에 도달하고도 헌신짝처럼 이를 걷어찬 두 나라가 서로를 믿을 만한 자산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북한이 몇 차례 우여곡절을 겪으며 협상테이블에 앉게 된 것은 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불굴의 화해노력에 힘입은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두 나라가 기왕에 여기까지 왔다면 치밀한 준비와 사전 검점은 필수다. 그리고 참된 의지와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구촌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사안을 두고 상대의 의중을 파악이나 해보자는 정상 간의 만남은 양국의 리더십을 희화화시키고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 뿐이다.

이번 회담에 대한 양측의 공식적인 언급이 전무하고, 진실게임을 하는 듯한 공방과 추측만이 무성한 현 시점에서 이번 회담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을 전제로, 북한이 과연, 초 정보대국 미국을 상대로 성실하게 핵을 폐기하고 정상국가로 세계무대에 등장할 준비가 돼 있는지 믿기 어렵다. 설령 그럴 마음이 있을지라도 북한으로서는 미국을 믿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국제사회에 명백히 밝힐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엄청난 경제적 이익’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를 구체화하지 않으면 회담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10개 항으로 이루어진 94년의 제네바 합의서의 골자는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 측은 경수형 원자로 발전소 2기를 건립하는 동시에 경제원조로 연간 50만 톤의 중유를 지원하고, 정치·경제적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미 알려져 있듯 미 의회는 이 합의의 이행을 위해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 경수로 원자로는 한국과 일본에서 건설하기로 했지만, 미 의회는 중유 지원을 하지 않았다. 2001년 뉴욕에서 테러사건이 일어나자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3대 테러국가로 지목했고, 북한은 제네바합의에서 금지하기로 약속한 흑연감속로를 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미국은 제네바합의의 파기를 선언했다.

지금의 북한 핵무기 진척 상황은 핵 활동의 전면 동결 및 기존 핵시설의 궁극적인 해체를 약속했던 당시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전면적이다. 합의가 한번 깨지면 사태가 어떻게 악화되는지를 그간의 진행과정이 말해주는 바다. 지금 미국의 정계는 2001년 9 · 11테러사건 이후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과거보다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미국 정계에 맹목적 애국주의인 쇼비니즘(Chauvinism)보다도 더 적개심으로 강화된 호전적 애국주의인 징고이즘(Jingoism)이 대체되고 있다고 걱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이간하며 반대하는 마당에 미국행정부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한반도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을 왕따 국가로 유지시키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시켜 한반도의 미래를 평화스럽게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남북한이 평화스럽게 통일된 미래를 꿈꾸는 보통의 한국인이 갖는 지극히 정당한 의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의 미국 정계에서 독자적으로 이 문제를 풀기는 어려워 보인다. 관련국들의 지혜를 얻었으면 한다. (*)

 

<필자 약력>

언론인·전 국민일보 편집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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