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개불알풀 꽃
큰 개불알풀 꽃

발길을 멈추고 발아래를 보았다. 논두렁을 스멀스멀 감싸 안으며 하늘빛 닮은 꽃이 앙증스런 자태로 조잘조잘 무리지어 피어있다. 이게 꽃인가. 잡초인가. 구별이 모호하고 어렵다.  현삼과의 귀화식물로 논두렁 밭두렁에서 제일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큰개불알풀’ 이다. 꽃이 진후 열매가 개(犬)의 음낭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청초한 꽃이 이런 거시기하고 민망한 이름이  되어 안타깝다.

개불알풀속(Veronica)에는 개불알풀, 큰개불알풀, 눈개불알풀, 선개불알풀 등이 있는데 ‘개불알풀’만 대한민국 자생종이고, 나머지는 귀화식물이다. 큰개불알풀의 학명은 ‘Veronica persica Poir.’이다.

속명 베로니카(Veronica)는 성녀 베로니카를 말하며 예수께서 가시관을 쓰고 피땀을 흘리며 골고다로 갈 때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주자 수건에 예수의 얼굴이 새겨지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베로니카의 수건이 연상되는 꽃이 큰개불알풀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것은 일본 식물학자 마키노이다. 큰개불알풀의 꽃이 진후 열매가 개의 음낭을 닮았다하여(오이누노후구리, 大犬の陰囊)라고 하였다고한다. 왜? 꽃을 외면하고 열매에 주목했는지 알 수 없어 안타깝다. 열매가 중요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큰개불알풀 군락
큰개불알풀 군락

열매는 복숭아와 닮았다. 종소명 페르시아(persica)는 복숭아를 닮았다고 유래되었다는데 이런 이름으로 번역하였을까. 서양 전설에 대한 배타적인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알기 쉽게 번역하려 했는지 연유가 아리송하다.

개불알풀 이름은 1947년 조선식물명집(정태현외 2)에 처음 등재 되었다. 그러나 1949년에 출간된 ‘우리나라 식물도감’(박만규)에는 ‘봄까치꽃’ 으로 등재되어 있다. 여기에 큰개불알꽃이 없는 것으로 보아 1950년대에 들어와 정착하였다고 본다. 개불알풀보다 꽃이 크다고 일본명을 그대로 직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어찌하여 박만규선생이 지은 ‘봄까치꽃’이라는 이름을 외면했는가. 몰랐던 것인가. 요즘 많은 분께서 봄까치꽃으로 고쳐 부르고, 일부 도감에 이명으로 부르긴 하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큰개불알풀로 등재되어 있어 이게 정명’인 현실이다.

큰개불알풀 꽃가루받이 속 꿀벌
큰개불알풀 꽃가루받이 꿀벌

줄기가 옆으로 낮게 기면서 끝이 솟아오른다. 잎겨드랑이에서 꽃이 1개씩 피는데 꽃잎이 4장이다. 햇빛이 있는 10시 넘어야 꽃잎이 벌어진다. 햇빛이 없으면 꽃잎이 닫힌다. 꽃은 하루 한 송이씩 피는 하루살이 꽃이다. 어찌 한 꽃으로 두[뉴스로드] 태양을 볼 수 있는가. 충신이고, 열녀의 표상이다.  화관 열편에는 진한 쪽빛 선이 중앙을 향해 있고, 화관 가운데에 2개의 수술과 암술 1개가 있다. 이러한 꽃의 구조는 꿀을 찾는 벌을 꿀샘으로 직행시키는 안내 역할을 한다.

꽃말이 ‘기쁜 소식’이다. 까치~ 까치봄날 따스한 봄소식만큼 기쁜 소식이 있으리오. 겨우내 웅크린 가슴 활짝 피고서 화사한 봄빛 따라서 봄기운을 받고 싶다. 꽃잎이 비단처럼 펼쳐지니 황량한 들녘에 생기가 돌고, 기지개를 펴니 큰 기쁜 소식 아닌가.[뉴스로드]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