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진달래

달아나 버린 봄을 쫓아가 보았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인 DMZ 앞에서 멈추었다. 주위를 둘러본다. 전쟁의 상흔과 남북분단 때문인지 무거운 공기가 흐르고 햇살이 부셔져 바람결에 물결친다. 아직겨울의 기운과 봄의 기운이 엉기어 있었다. DMZ에 살고 있는 야생화를 만나고 싶었으나 파주 쪽에서는 아직 갈수가 없단다.

임진강을 따라서 허준 선생의 묘역 근처에 갔다. 비비추, 은방울, 원추리 등 야생화의 새순이 힘차게 올라오고 있다. 숲으로 들어가 야생화를 탐사하고 싶으나 철책선을 넘을 수가 없다 더욱이 지뢰 경고문은 공포심을 주었다. 철책선 너머에는 야생화가 많을 것인데 아쉬움과 허탈감이 밀려왔다. 꽃이 피어있는 야생화는 볼 수가 없었지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가녀린 꽃, 민초들의 꽃으로 사랑받은 ‘진달래’ 가 반겨 주었다.

철책과 지뢰가 있고, 통제된 곳이지만 야생화는 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지리산에서 보았던 자태를 뽐내지 못하고 있었다. 꽃잎을 조심히 어루만져 보았다. 환희에 빛나는 꽃송이보다 고운 숨결과 정감이 깃들어 있었다. 뭉게구름에서 조각난 햇살과 조우하는 꽃들의 아우성이 천지사방으로 메아리쳤다.

“자유롭게 꽃피우게 철책과 지뢰를 없애 주셔요~”

“서로 화목하여 평화통일이여 오라~”

지리산 털진달래

통일을 기원하고 진정한 평화를 염원하며 한라에서 백두까지 피는 새봄의 지휘자인 진달래는 화사하지만 너덜너덜 소탈한 자태이다. 진달래과에 속하며 낙엽관목으로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 선화후엽형(先花後葉形)이다. 또한 꽃잎을 먹을 수 있어 ‘참꽃’과 두견새가 울 때에 핀다하여 ‘두견화(杜鵑花)’ 라고도 한다.

학명은 Rhododendron mucronulatum Turc. 으로 러시아 식물학자 ‘투르크지나우’가 1837년에 명명하였다. 속명 로도덴드론(Rhododendron)은 장미나무(rose-tree)라는 뜻이고, 종소명 무크로눌라튬(mucronulatum)은 잎 끝이 짧고, 뾰족한 모양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피어있는 꽃인데 러시아 학자가 학명을 짓다니 씁쓸하다. 진달래종류는 지리산에 서식하는 ‘털진달래’ 등과 함께 7종이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되어 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보듯이 한국인의 정서와 애환을 담고 있는 꽃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봄이 오면 진달래꽃을 따서 부쳐낸 화전(花煎)으로 술잔을 기울며 풍류를 즐겼다. 척박한 산성토양에서도 잘살아가는 것이 민초들의 삶과 같은 꽃이요. 민초들의 대변자요. 민초들이 사랑하는 꽃이다.

꽃말이 ‘사랑의 기쁨’ ‘애틋한 사랑’ ‘첫사랑’ 이다. 모두가 사랑과 연관되어진다. 사랑은 무엇인가. 모두들 사랑을 이야기하고 사랑한다고 하지만 정작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사랑은 내 모든 것을 다주고도 더 줄게 없나 걱정하는 것이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남북이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줄게 없나 걱정하는 애틋한 사랑으로 철책선과 지뢰가 녹았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아련한 첫사랑같이 다름을 인정하여 사랑의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

진달래
진달래

지리산의 진달래나 DMZ의 진달래가 다르지 않았다. 북한의 진달래도 같을 것이다. 지리산에서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에 피는 야생화가 같다는 말이다. 위도에 따라 꽃피는 시기만 다를 뿐 고운 색채, 고결한 자태, 맑은 향기가 같다는 것은 무었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라.

4월27일 강원도 고성군의 ‘DMZ평화둘레길’이 개방된다고 한다. 이어 파주와 철원의 평화둘레길도 5월중에 개방된다고 한다. 철책선이 막아도 피는 야생화, 지뢰밭에서도 고운 향기를 안겨주는 야생화이다. 겸허하게 DMZ의 야생화를 만나고 싶다. 야생화 한 포기, 꽃 한 송이가 가슴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따뜻한 사랑과 평화의 메신저가 되었으면 한다.

 

<필자 약력>

야생화 생태학을 전공했다. 순천대학교 대학원에서 농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국내 여러 대학과 기업 등에서 강연을 해오고 있다. 현재 한국야생화사회적협동조합 총괄본부장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겸임교수로 일하며 야생화 사랑을 실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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