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노을·2
[시가 있는 풍경] 노을·2
  • 김용국(시인)
  • 승인 2019.04.29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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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자, 기다림,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 8호
양희자, 기다림,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 8호

노을·2


외로움으로 해서
내 그림자와 동구 밖까지
다녀올 때,

내 등을
조용히 감싸는
당신의 따스한 

······노을

결혼식 같은 데라도 가면 으레 뷔페 음식을 먹게 됩니다.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이름도 원산지도 짐작이 안가는 음식이 즐비합니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얼추 백 가지는 넘을 겁니다. 한 가지씩만 먹어도 배는 불룩해집니다. 그러나 이 많은 음식을 두고 적당하게 먹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식욕의 유혹을 쉽게 견디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적게 먹으나 많이 먹으나 같은 돈을 내기 때문에 이왕이면 많이 먹는 게 이익이라는 생각도 깔려 있을 겁니다. 어쨌거나 배를 걱정스레 두드리는 과식을 하게 됩니다. 그런 날은 배 안에 음식물쓰레기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불쾌감에 시달립니다.

알뜰하고 소박한 한 끼가 있지요. 정성스런 소찬 말입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소중한 것으로 적당히 배가 채워져 몸이 깨끗해졌다는 느낌이 드는 식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더 높은 것, 더 많은 것, 더 비싼 것에 가치를 더 부여하곤 합니다. 그러나 남의 높은 자리보다 자기의 낮은 자리가 더 귀할 수가 있고, 남에게 있는 많은 것보다 자기에게 있는 어떤 하나가 소중할 수 있습니다. 값이 없어서 오히려 무한의 값을 가지는 정성과 사연이 담긴 선물도 있습니다.

오늘 이런 하나, 한 사람을 그려 보는 겁니다.

‘내 등을/조용히 감싸는/당신의 따스한/손//노을’ 같은 그런 사람.

ㅡ인정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감하고 공감 받을 수 있는, 용서하고 용서 받을 수 있는, 사랑하고 사랑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그런 한 사람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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