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말 미국의 또 다른 아티스트는 자신의 작품을 인터넷 경매에 올렸으며, 작품은 최고가가 아닌 최저가를 부른 입찰자에게 돌아갔다. 낙찰 가격은 단 0.000000037달러로, 아티스트는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소액 결제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이 같은 이벤트를 진행했다”

최근 한국블록체인협회는 ‘2019년 4월 블록체인 동향과 이슈’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키워드는 ‘라이트닝 네트워크’였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비트코인 등 기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의 확장성과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솔루션으로,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3월 18일 기준, 거래 채널 수는 3만9266개를 기록하여, 한 달 전과 비교해 50% 가까이 증가했다.

사진 출처 = 한국블록체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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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트닝 네트워크, 비트코인 실생활 도입의 열쇠

비자카드는 초당 2만4000건의 금융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초당 금융거래 처리량은 7건에 불과하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일정량의 거래 정보가 담긴 블록들을 하나씩 쌓아가며 거래를 처리한. 이때 비트코인의 블록 1개의용량은 약 1MB이며, 10분마다 1개의 블록이 생성되도록 설계되어있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1초에 7건의 거래만 처리할 수 있어, 이는 소도시의 결제 수요를 감당하기에 벅찬 수준이며, 커피 한잔을 결재하는 데도 약 10분의 시간이 걸린다.

이는 항상 논란이 되는 비트코인의 확장성 문제인데 그 해결은 간단히 비트코인의 블록 용량을 크게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용량을 늘리는 경우 비트코인의 목표인 탈중앙화와의 충돌이 발생하는 또 다른 고민이 발생하게 된다.

비트코인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자신이 보유한 컴퓨터로 시스템 운영에 참여하고 보상을 받는 구조다. 만약 블록 용량이 확대되면 그만큼 거래를 처리하는 데 높은 사양의 장비가 필요하고 비용도 높아지게 되어, 결국 고성능 장비를 보유한 소수만이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하게 될 수밖에 없다.

암뎀 에페 젠서 코넬대 연구원은 이에 대해 “블록체인 핵심 요소는 신뢰할 수 있는 참가자들이 권력을 분산하여 가지는 것이며, 이 같은 관점에서 탈중앙화와 확장성은 근본적으로 대립 관계에 있다.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탈중앙화를 희생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의 이 같은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라이트닝 네트워크’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모든 거래 내역이 블록 안에 기록될 필요가 없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중요한 거래 내역만 블록에 저장하고 그 외의 것들은 블록체인 밖에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거래 자체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먼저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거래자들 사이에 결제 채널을 만들고, 거래자들은 채널에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예치하고 거래를 진행한다. 채널이 열려 있는 동안 발생하는 결제 내역은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되지 않으며, 채널이 닫힐 때 최종적인 결제 결과가 블록체인에 기록되게 된다. 수십, 수백만 건의 실제 결제는 외부에서 진행되고 최후 한 건의 결과만 블록체인에 기록해 네트워크 속도를 대폭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거래 수수료도 '제로'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초당 10만 건 결제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스타크 라이트닝 랩스 최고경영자에 따르면, 최근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한 비트코인 거래는 초당 수천 건의 결제를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 = 한국블록체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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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트닝 네트워크 채널, 한 달간 50% 급증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2015년 2월 조셉 푼과 태지 드리자가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공개됐다. 2015년 12월 홍콩에서 열린 블록체인 포럼에서 비트코인 확장성 해결 방안으로 거론되며 집중을 받기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비트코인 개발자 중심으로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비트코인의 정식 개발 로드맵에 포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비트코인 진영은 비트코인 자체의 블록 용량을 늘리자는 측과,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도입해 확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었다.

2017년 8월 1일 블록 용량 확대를 지지하는 진영이 비트코인 캐시로 분리되어 나가게 되면서, 이 기간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다양한 버전으로 개선되며 빠르게 진화하게 됐다. 특히 간편하게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반 거래를 사용할 수 있는 전자지갑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실생활 응용에 속도가 붙게 됐다.

블록체인 데이터 모니터링 사이트 1ML에 따르면 2019년 3월 18일 오전 11시 기준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채널 수는 3만9266개로, 수용 자금 규모는 1064비트코인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힘. 이는 30일 전과 비교해 각각 43.9%, 53%씩 증가한 수치다.

이는 그만큼 많은 사람 혹은 업체들이 라이트닝 네트워크 거래에 뛰어들고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올해 초 시작된 라이트닝 토치 캠페인도 라이트닝 네트워크 도입을 앞당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라이트닝 토치는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라이트닝과 횃불을 의미하는 토치(Torch)의 합성어다. 횃불 전달자로 지목된 사람은 일정 수량의 라이트닝 네트워크에 비트코인을 적립하고, 다음 전달자를 지목한다.

이때 전 주자가 적립한 금액보다 0.0001비트코인을 더 많이 적립해 다음 주자에게 넘겨줘야 하며, 이와 같은 릴레이 방식을 통해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홍보하고 자금 규모를 넓혀가자는 취지다.

현재까지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의 최고경영자 자오창펑, 트론 프로젝트 리더 저스틴 선 등 업계 유명 인사들이 캠페인에 동참했으며, 참여 지역도 40개 국가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투자회사 피델리티 산하 디지털 자산 전문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디지털 에셋이 캠페인에 참여한 첫 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블록체인 전문미디어 코인데스크는 “그동안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자금 수용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인지도와 수용 자금 규모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있다”고 평가했다.

사진 출처 = 한국블록체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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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스트 단계, 넘어야 할 산 많아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거래자들이 결제 채널을 개설하고 1:1로 송금하는 방식을 기초로 한다. 거래를 위해 사전에 충분한 암호화폐가 채널에 예치돼야 하며, 거래가 끝나면 채널이 닫히고 최종 결과만이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이로 인해 충분한 채널 확보와 암호화폐 예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며, 거래 시작 이후부터 종료까지 양측 당사자가 계속 대화창에 접속해 있어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일정 규모 자금을 적립해 둬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소액 결제를 타깃으로 한 라이트닝 네트워크 개발 목적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일반 사용자들의 경우 거래를 위해 채널마다 거액의 코인을 예치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일반 사용자들만으로는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원활한 운영이 힘들며 거액의 자금을 보유한 거대 중개자가 필요하다는 전제 조건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탈중앙화를 표방한 블록체의 근본 목표에 반하는 것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진정한 보급을 위해서는 기술 한계 외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궁극적인 개발 목적은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지만, 결제 수단으로서 암호화폐는 여전히 기존 금융권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글로벌 은행이 가격 변동성을 이유로 고객이 신용카드를 통해 암호화폐를 구매 못 하도록 금지하 는 것이 대표적이다. 암호화폐를 통한 결제에 부정적인 각국 정부의 규제도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맞닥뜨린 암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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