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낭화
금낭화

연두색의 부드럽고 촉촉한 실바람이 불어온다. 바람결에 꽃 편지가 날아온다. 고운미소의 사람들 이야기가 바람결에 타고 온다. 철책선을 넘어서 훈훈한 이야기가 오고 갔으면 좋겠다. DMZ의 평화둘레길이 개방되었으니 평화의 이야기가 오고 갔으면 좋겠다. 꽃은 때와 조건이 맞을 때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다른 꽃을 미워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편견과 차별도 없다. 연약하지만 다른 꽃들과 어울려 조화로움으로 아름다운 꽃 세상을 만들어 간다. 모두가 바라는 아름다운 ‘평화의 꽃’이 활짝 피기를 염원하여본다.

평화를 부르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꽃송이가 까르르 웃는다. 웃음꽃이 피어나 천지가 꽃물결로 일렁거리고, 꽃송이 모두가 춤을 추니 꽃바람으로 바뀌었다. 조용히 고개 숙여 피어나 가녀린 꽃대를 하늘거린다. 헤아릴 수 없이 초롱초롱 빛나는 꽃송이는 잔잔하고 화사하게 미소 짓는 여인이로다. 분홍빛 옷자락을 바람결에 하늘거리며 고운자태가 아롱지는 도다. 새록새록 전개되는 연두색의 어린잎 사이에로 찬란한 햇빛이 찾아든다. 영글어진 햇빛은 분홍 꽃과 초록 잎에 찰랑찰랑 빛나고 있었다. 무리지어 피어난 꽃은 환희와 탄성, 다정하고 부드러운 색채와 자태가 찬란하게 빛나는 화사한 미소의 ‘금낭화(錦囊花)’였다. 우리말로 ‘비단주머니꽃’이라는 예쁘고 정겨운 이름 이다. 등처럼 휘어지고 모란처럼 우아하다고 ‘등모란’ 이요. 허리에 차고 다니던 두루주머니(염낭)을 닮았다고 ‘며느리주머니꽃’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블리딩 하트(Bleeding heart)인데 ‘피가 흐르는 심장’ 이라는 뜻 이다.

금낭화 군락
금낭화 군락

꽃잎은 4장으로 피기 전에 모습이 볼록한 심장모양이나 사랑의 하트처럼 보인다. 겉 꽃 2장은 분홍색을 띤 2cm정도로 밑 부분이 주머니 모양이다. 끝자락은 위쪽으로 젖혀져 올라가면서 분홍색 겉 꽃이 감싼 흰색의 안쪽 꽃은 2.5cm정도의 꽃잎2개가 합쳐져 아래로 뾰족하게 나온다. 하얀 꿀주머니는 화사한 미소 같고, 분홍색의 주머니 모양과 고혹적 자태로 아름다움의 하모니를 이룬다. 주렁주렁 꽃송이가 늘어지니 현애(懸崖)의 아름다운 모습이기도 하고, 대롱대롱 휘어지는 아치모양의 탐스러운 꽃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짚고 가야하는 것이 있다. 첫째. 분류하는 과(科)명 이다. 자료마다 ‘양귀비과’와 ‘현호색과’로 다르게 표기 되어 있다. 꽃이 멋지고 색채 등이 화려한 점은 양귀비과이고, 하고(夏枯)현상 등 식물적 특성은 현호색과이다. 식물의 특성으로 볼 때 현호색과가 맞다고 본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현호색과라고 등재되어 있으니 현호색과로 통일되었으면 한다. 둘째, 금낭화를 며느리주머니꽃이라고 부르는 연유로 며느리밥풀꽃과 혼동하여 잘못 부르고 있다. 봄에 피는 금낭화와 가을에 피는 며느리밥풀꽃은 전혀 다르다. 분홍빛 색채는 비슷하지만 며느리밥풀꽃은 현삼과의 1년초로 9월에 핀다.

꽃말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이다. 화사한 여인의 자태가 겸손과 사랑의 모습이다. 부드러운 색채와 풍미가 어우러져 언제나 어디서나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하며 끄덕끄덕 하고 있다. 꽃들이 주렁주렁 땅바닥을 향해 고개 숙인 것은 언제나 순종하겠다는 모습처럼 보인다. 활처럼 휘어진 긴 꽃대에 하트 모양의 꽃들은 사랑의 상징 꽃이로다. 사랑의 징표로다. 징표는 수천 아니 헤아릴 수 없다. 사랑의 말이 차고 넘치는데 정작 사랑이 없다. 날마다 사랑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그저 말없이 당신을 따르겠다는 순종의 꽃이요 사랑의 꽃인가 보다. 말하지 않아도 당신의 뜻을 안다는 것이다. 당신의 의견을 존중하고, 아끼고 사랑하기에 말없이 당신을 따르겠다는 믿음의 사랑이다. 당신을 무작정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믿고 배려하면서 따르겠다는 깊은 사랑이다.

금낭화 꽃물결에 싱그러운 꽃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꽃물결은 사랑 꽃으로 선율이 되고, 꽃바람은 평화 꽃으로 음율이 되어 아름다운 소리가 울러 퍼진다.

 

<필자 약력>

야생화 생태학을 전공했다. 순천대학교 대학원에서 농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국내 여러 대학과 기업 등에서 강연을 해오고 있다. 현재 한국야생화사회적협동조합 총괄본부장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겸임교수로 일하며 야생화 사랑을 실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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