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시] 어머님이 아이가 되는 날
[풍경이 있는 시] 어머님이 아이가 되는 날
  • 김용국(시인)
  • 승인 2019.05.18 06: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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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어머니의 시간-부처(도자)40x40x20cm
유성이, 어머니의 시간-부처(도자), 40x40x20cm

어머님이 아이가 되는 날


어머님이 아이가 되는 날
저는 어머니의 아버지가 됐겠지요.

그러나 어머님께서는
저를 애중愛重했겠지만
어머니의 아버지가 된 저는
어머님에게 소홀하기만 합니다. 

철이 평생을 바뀌어도
저는 철이 나지 않겠지요.
어머니의 애비 구실은 영영 틀렸겠지요.

그러니 아무리 애써도
어머니는 어머니,
자식은 자식이겠지요.

어른들이 늙으시는 것을 보는 일은 내가 늙는 것을 보는 일과 같지요. 그 대상이 어머니일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자연이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내듯이 사람은 생로병사를 겪습니다. 누구도 빗겨갈 수가 없지요. 성경에서도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의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이 시듦’(이사야40:6~7)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생명은 유한하며 생명을 가진 존재는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는 뜻이지요.

어느 누구라도 생각하기도 싫겠지만 언젠가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움직일 수조차 없는 때가 옵니다. 늙으면 대부분 그렇게 됩니다. 이런 도움을 주는 곳이 사회 곳곳이 많이 있지만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식들이지요.

나이가 들면 애가 된다는 말이 있지요. 치매가 오면 더욱 그렇습니다. 많은 기억이 사라지고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거동이 불편해집니다. 그러니 ‘어른이 된 자식’이 ‘아이가 된 어머니’를 보살필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어머니가 우리에게 했던 사랑과 정성의 조금만큼이라도 ‘아이가 된 어머니’에게 쏟는 것은 애초에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철(계절)이 평생을 바뀌어도/ 저는 철(사리를 분별하는 능력)이 나지 않겠지요./어머니의 애비 구실은 영영 틀렸겠지요.//그러니 아무리 애써도 어머니는 어머니,/자식은 자식이겠지요.‘

나는 어머니께서 병상에 있을 때 아무리 잘해도 어머님의 사랑에는 미칠 수 없겠구나 하는 부끄러움이 가득했습니다. 어머니가 병들고 치매에 걸렸어도 나는 어머니의 보호자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것도 ‘아이가 된 어머니’의 자식으로만 있었습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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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석 2019-05-25 01:06:26
글을보고 한참을 생각하게 되네요~
현재의 나를 보면서 오래전 기억들과 조합을 해보니~
철이 든다는건 평생인듯해요~
단지 내가 인생을 더 많이 살았으니 더 많이 안다는 기성세대의 존재감이랄까?
모든 사람들이 그런게 기본적으로 깔려있지는 않은지~
이런게 삶의 갑질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런 삶의 갑잘을 이용하는 할아버지들이 분명히 있으이깐요~
저는 오늘도 하나씩하나씩 철이 들어가고있습니다.

김정한 2019-05-18 09:36:17
인생의 삶도 수레바퀴 같이 세월의 시간에 빨리 돌고 있지요
유익한 글 늘 감동 밭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