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육비 해결모임 김준 팀장
[인터뷰] 양육비 해결모임 김준 팀장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05.15 09:32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육비 피해자 문제, 국가가 나서 해결해야
양육비해결모임 김준 대외정책팀장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양육비해결모임 김준 대외정책팀장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뉴스로드] “저는 사실 양육비 피해 당사자가 아니에요.”

지난 3월 26일 국회 앞에서 개최된 ‘나쁜 당신들’ 사진전에서 김준 양육비해결모임(이하 양해모) 대외정책팀장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양육비 피해자들로 구성된 단체에서 ‘외부인’이 운영진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했지만, 양해모가 추진 중인 4대 입법과제(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취소·여권발급제한·신상공개 및 양육비국가대지급제)를 열심히 설명 중인 그녀에게 개인사정을 자세하게 묻기는 어려웠다. 김준씨는 그저 “남자친구가 양육비 미지급자였고, 그걸 계기로 양해모에 가입하게 됐다”며 양해모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짧게 부연했다. 

지난 8일 다시 만난 김준씨는 차분하고 조용했던 사진전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를 붙잡고 업무설명을 하느라 바쁜 전형적인 직장인의 모습이었다. 통화를 마무리하고 잠시 카페에서 숨을 고르는 김준씨에게 지난 만남에서 묻지 못했던 “남자친구가 양육비 미지급자인데 어떻게 양육비 피해자 단체에서 활동하게 됐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남자친구가 어느 날 자기가 ‘배드파더스’라는 사이트에 등재돼있다고 고백을 했어요. 그때까지는 ‘배드파더스’가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죠.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곳이라고 들었을 때는 굉장히 당황했어요. 저도 6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한부모였거든요.”

김준씨는 남자친구가 사실을 숨기고 자신을 피했다면 다시는 보지 않을 생각이었다며 말을 이었다. 그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양육자의 고통이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그의 고백에 김준씨는 이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던 와중에 양해모 네이버 카페까지 찾아보게 됐어요. 여러 피해자들의 글을 읽어봤는데, ‘이렇게까지 처절한 상황이었나?’ 그런 생각이 먼저 들더라구요.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됐죠.”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는 무려 78.8%다. 전체 가구소득의 56.5% 수준인 220만원으로 생계와 육아를 모두 해내야 하는 양육비 피해자들의 현실은 개선은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양육비 문제의 심각한 현실에 직면한 김준씨는 남자친구가 밀린 양육비를 다시 지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남자친구에게 김준씨가 요구한 것은 회생절차가 끝난 뒤 자신이 분담한 양육비를 갚을 것, 그리고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달라는 것이었다. 그 뒤로 김준씨는 양해모에 가입해 활동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아마 제 존재가 불편했던 회원 분들도 계셨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남자친구의 양육비 문제를 해결한 다음 가입해서 활동을 한 거잖아요. 그래도 혹시 모를 오해를 피하려고 ‘저는 배드파더의 여자친구입니다’라는 글을 올려서 제 상황을 설명했어요. 그 뒤로는 많은 회원분들이 제 사정을 이해해주시고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양육비해결모임 김준 대외정책팀장이 지난 3월 26일 국회 앞에서 열린 '나쁜 당신들' 사진전에서 팻말을 들고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한 4대과제 입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양육비해결모임 김준 대외정책팀장이 지난 3월 26일 국회 앞에서 열린 '나쁜 당신들' 사진전에서 팻말을 들고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한 4대과제 입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양육비 해결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뒤에서 후원하고자 가입한 양해모였지만, 강민서 대표와의 인연은 김준씨를 앞줄로 이끌었다. 김준씨의 조리있는 말투와 행동력을 눈여겨본 강 대표가 운영진을 맡아달라고 부탁했고, 그 뒤로 김준씨는 대외정책팀장으로 사진전·토론전 등의 양육비 관련 행사, 타 한부모단체 및 국회와의 의견 조율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박람회, 전시회 등의 행사를 기획·총괄하는 사업을 이끌고 있는 그녀의 경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사업과 양해모 활동을 함께 해나가는 것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업과 양해모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에요. 저 같은 경우도 두 가지 일을 같이 하다보니 어느 한쪽에서 계속 누수가 생길 수밖에 없더라고요. 결국 생업으로 조금 더 무게가 실리다보니 양해모에서 주어진 일을 다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계속 생겼어요.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컸어요.”

김준씨는 이를 양해모 운영진 모두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려고 활동을 시작했는데, 정작 자기 아이들은 제대로 케어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느껴지는 괴리감이 있다는 것. 

“젊은 운영진 중에는 아이가 너무 어려서 고민인 친구들도 많아요. 저는 오히려 그런 친구들에게는 양해모 활동을 쉬더라도 취업과 육아에 집중하라고 조언을 해요.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자립하는게 중요하니까. 결국 자녀가 스스로를 돌볼 수 있을 정도로 자란 한부모들이 운영진으로 나서게 될 수밖에 없어요.”

“사실 모든 단체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고요. 양해모도 초기에는 6~7명 정도였던 운영진을 최근에는 18명까지 늘리고 업무도 좀 더 세분화했어요. 여러 명의 운영진이 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양해모 나름의 자구책을 찾은 거죠”

생업과 육아, 양해모 활동의 무게를 짊어지기 위해 슈퍼우먼이 돼야만 하는 양해모 회원들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한 네 가지 요구사항(미지급자의 운전면허 취소, 여권발급 제한, 신상공개, 양육비대지급제)이 입법화되는 것이다. 미지급자에 대한 제재 강화와 국가 개입을 통한 원활한 양육비 지급을 목표로 하는 양해모의 요구사항 중 제재 강화와 관련된 세 가지는 이미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반면 이러한 요구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양육비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 기자가 만난 한 양육비 피해자는 “아이가 아빠가 양육비를 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입을 상처가 두렵다. 제재를 한다고 해도 아이 입장에서 보면 마치 엄마가 아빠를 범죄자로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준씨는 “당연히 할 수 있는 생각이에요. 저도 공감하고요. 하지만 엄마가 사실을 숨긴다면 아이로부터 ‘아빠가 양육비를 줬는데도 엄마는 나에게 이것밖에 못해주나’라는 원망을 듣게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결국 언젠가는 아이도 알게 될 일이에요. 성인이 돼서 알게 된다고 아이가 상처를 덜 받을까요? 저는 아이들이 판단할 나이가 되면 알려주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다만 양육비를 책임지지 않는 상대에 대한 자기감정을 아이에게까지 전달할 필요는 없어요. 감정을 덜어내고 차분하게 이야기하면 아이들도 힘들겠지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김준씨는 양해모가 추진하는 ‘4대법안’을 아빠들을 범죄자로 만들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해달라는 피해자들의 호소로 받아들여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가 아빠를 범죄자로 만드는 주체가 되도록 놔둬선 안된다고 힘줘 말했다.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지만, 제재를 가하는 주체는 양육자가 아닌 국가가 돼야한다고 생각해요. 당장 지금은 양육자가 미지급자에게 직접 소송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감정적인 대립으로 흐를 수 밖에 없고, 결국 양쪽 다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특히 우리나라는 이혼이 너무 감정적인 대립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국가의 중재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이혼관리원을 확대하든, 새로운 기관을 만들든 국가가 이혼이라는 과정에도 개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가 양육비를 우선 지급하고 미지급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대지급제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필수적이다. 단순히 양육자들의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차원을 넘어서, 양육비 문제로 인한 양측의 감정소모를 줄이고 무엇보다도 부모의 대립으로 인해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예방할 수 있다.

“양해모 회원들 중에도 양육비 문제로 감정대립이 극심했지만 강 대표님이 중재에 나서면서 문제가 해결된 사례가 많아요. 양쪽이 서로 직접 부딪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양육비도 국가가 개입해서 관리한다면 양육자와 비양육자가 극단적인 대립을 피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저는 이것도 국가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하나의 보호조치라고 생각해요. 어떤 경우든 부모가 대립하는 모습을 보는 건 아이들에게 좋지 않아요.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보는 아이들은 불행할 수밖에 없어요.”

한 번 양육비 문제를 경험한 양육자들은 다시 양육비가 제대로 지급되고 있더라도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불안감은 결국 비양육자에 대한 날선 시선으로 되돌아가고 감정적인 갈등을 재발시킬 불씨로 남는다. 양육비 문제해결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고통 받는 양육자들이 더 이상 상대를 미워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부모가 떨어져 지내더라도 아이들이 양쪽에서 충분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양육비해결모임 강민서 대표가 지난 3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아동복지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준 대외정책팀장(사진 맨 오른쪽)도 팻말을 들고 함께 참여한 모습
양육비해결모임 강민서 대표가 지난 3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아동복지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준 대외정책팀장(사진 맨 오른쪽)도 팻말을 들고 함께 참여한 모습

“안정적으로 양육비를 받게 되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 오십니다. 저는 아이에게 네가 하고 싶은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너를 사랑하는 아빠가 보내는 ‘사랑’이며 ‘책임’이라고 말해주면서 모아줄 겁니다. 그렇게 쌓여가는 그 책임과 사랑은 언젠가 딸이 꾸는 꿈의 결실을 위한 밑거름이 돼줄 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위 내용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양해모 송문희씨의 발표문 마지막 부분이다. 표현은 다르지만 송문희씨의 발언은 “양육비 문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아이를 위한 하나의 보호조치”라는 김준씨의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대외정책팀장이라는 자리를 맡은 뒤 반년 간 쉴 새 없이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 달려온 김준씨는 지난 12일을 끝으로 운영진에서 물러나 후원자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동안 어머니가 돌봐주던 아들을 직접 맡게 되면서 여유가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양해모 운영진은 결국 양육비 피해자가 맡아야한다는 생각도 그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양해모 활동의 후원자로서 지속적인 응원과 지지를 보내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양해모에서 만난 사람들이 저에게는 너무 좋은 언니, 좋은 동생이 돼줬어요. 소중한 인간관계가 쌓인 거죠. 저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양육비 문제 해결이 다른 회원 분들보다 조금 덜 간절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 언니와 동생이 돼버린 그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따뜻한 차 한 잔이라도 더 사주고 싶어요. 그래서 양해모에 가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웃기네요 2019-05-17 22:00:35
웃긴기사네요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

Qui? 2019-05-17 15:47:52
기자님은 인터뷰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잘 하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