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시] 아가를 업는 엄마
[풍경이 있는 시] 아가를 업는 엄마
  • 김용국(시인)
  • 승인 2019.05.25 06: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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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숙, 사랑, watercolor on paper, 25x75cm
신의숙, 사랑, watercolor on paper, 25x75cm

아가를 업는 엄마


엄마는 아가를 업습니다.
아가가 업은 아가의 인형도 업습니다.
아가의 장난감도 아가와 함께 업습니다.

엄마는 업습니다.
아가를 포대기로 업습니다.
엄마는 아가를 업는 것만이 아닙니다.
아가의 옹알이와 아가의 냄새도 업습니다.
아장아장 걸음마도
아가의 귀여운 시늉과 투정도 업습니다.

엄마는 업습니다.
아가의 잠도 꿈도 업습니다.
가만가만 아가의 숨결도 조용히 업습니다.
머리칼에 맴도는 아가의 생각도
아가의 눈물도 슬픔도 달래면서 업습니다.
아가의 아빠 사랑도 업습니다.

아가를 업은 엄마는 아가가 됩니다.
엄마가 아가로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사랑의 결실이니 아이는 복덩어리지요. 부모에게 아이는 어떤 끈보다 더 강하고 질긴 생명의 연결입니다. 아이에게 부부는 못다 이룬 소망을 꿈을 심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부는 아이에게 자신을 닮으라고 속삭이고 침묵으로 명령합니다. 부부의 경험으로 아이의 미래를 설계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의 삶이 편안하고 안전할 거라 여기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행복을 아이에게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내에게 그리고 많은 여자분들에게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였냐고 물으면 아이를 낳고 기를 때였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듣습니다. 그러니 행복은 우리가 아이에게 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우리에게 먼저 주는 거지요. 우리가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친다고 하지만 우리가 아이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습니다. 아이의 천진함, 아이의 순결함, 아이의 정직함, 아이의 어쩌지 못하는 아름다운 실수가 그것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가 아직 미숙해서 아직 차지 않아서 무엇인가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고 하지요. 아이에게 무엇인가 채워 넣어야 한다고 하지요. 그렇지만 아이는 우리 어른들보다 더 가득합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날것으로 있는 아이를 보면 그 모습에서 우리가 꿈꾸었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한때 갖고 있었던, 갖고 싶었던 것들을 아이가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는 이미 온전한 하나의 인격입니다.

예수는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태복음,18:3)했다지요. 아이의 심성이 천국을 닮았기 때문이겠지요. 정말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천국을 맛봅니다.

‘아가를 업은 엄마는 아가가 됩니다./엄마가 아가로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천국의 계단을 밟습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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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영 2019-05-26 06:13:50
눈물나도록 이쁜 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