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광주에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16일 오후 광주 북구 문흥근린공원에서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나오는 물줄기에 몸을 씻으며 더위를 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틀째 광주에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16일 오후 광주 북구 문흥근린공원에서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나오는 물줄기에 몸을 씻으며 더위를 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이제 '4'계절이 아니라 '2'계절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난해가 ‘111년만의 폭염’이었으니, 올해는 ‘112년만의 폭염’이 되겠네요”

지난 15일 낮 최고기온 33.1도를 기록한 광주광역시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무더위를 걱정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지난 2008년 시작된 폭염특보제는 낮 기온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되는데, 올해 폭염주의보는 특보제가 시행된 이후 가장 이른 기록이다.

때이른 무더위로 인해 봄・가을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5월 여름’의 이른 시작을 맞이하며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 이상 사계절을 한국만의 자랑거리로 내세우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정말 시민들의 체감처럼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있는 것일까? <뉴스로드>는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사계절이 정말 사라지고 있는지 분석해봤다.

우선 4계절의 길이를 알아보려면 각 계절의 정의를 확인해야 한다. 기상청은 봄의 시작을 “일 평균기온이 5℃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는 첫날”로 정의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여름은 “일 평균기온이 20℃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는 첫날”, 가을은 “일 평균기온이 20℃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 겨울은 “일 평균기온이 5℃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로 규정된다.

자료=국립기상과학원
자료=국립기상과학원

해당 기준에 따라 지난 백여년 간 4계절의 길이를 알아본 결과, 봄과 가을이 짧아졌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기상과학원이 과거 30년(1912~1941)과 최근 30년(1988~2017)을 비교한 결과 봄과 가을은 각각 88일→85일, 73일→69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3~4일의 변화가 “계절이 짧아졌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10년 단위로 주기를 바꿔도 마찬가지다. 서울 지역 봄 길이를 10년 단위로 평균냈을 때 1921~1930년은 75일, 2001~2010년은 76일로 거의 동일하다. 가을 또한 같은 기간 62일에서 66일로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그렇다면 왜 봄과 가을이 짧아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이유는 여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이 과거 30년과 최근 30년의 여름길이를 비교한 결과 98일에서 117일로 19일이 길어졌다. 여름이 길어지면서 봄은 시작은 13일 빨라지고 가을의 시작은 9일 미뤄졌다. 긴 여름으로 인해 선선한 봄가을 날씨를 즐길 시간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는 셈이다. 

자료=국립기상과학원
자료=국립기상과학원

계절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과 과학적 정의의 차이도 봄가을이 짧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되는 이유 중 하나다. 기상청 정의에 따르면 1년 중 봄・가을은 약 4개월 정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3~5월을 봄으로, 9~11월을 가을로 생각하기 때문에 기대보다 짧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봄가을의 일교차가 큰 것도 사계절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원인일 수 있다. 여름과 겨울이 밤낮으로 반복되는 것 같은 환절기에는 생각보다 이상적인 봄・가을 날씨를 즐기기 어렵다.

진짜 사라지고 있는 계절은 봄・가을이 아니라, 바로 겨울이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겨울은 109일에서 91일로 18일 줄어들었다. 기간 뿐만이 아니라 겨울철 평균 기온도 상승했다. 지난 106년 간 한반도의 겨울철 평균기온은 매 10년마다 +0.25℃씩 올라갔다. 반면 여름 평균기온의 상승폭은 매 10년간 +0.08℃에 불과했다. 

1907~2018년 1・4・7・10월 월평균기온 변화 추이. 자료=기상청
1907~2019년 1・4・7・10월 월 평균기온 변화 추이. 자료=기상청

실제 지난 1907년부터 2018년까지 1・4・7・10월의 평균・최고・최저기온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추세가 더욱 뚜렷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봄・여름・가을 시기의 기온 상승세는 비교적 완만한 반면 겨울은 매우 가파르다. 연평균 기온으로 봐도 최고기온은 큰 변화가 없지만 최저기온이 상당히 올라간 것이 확인된다.

결국 여름이 길어지면서 봄・가을이 밀려나는 동안, 겨울은 '짧고 따뜻한 계절'로 바뀌고 있었다는 것. 실제 과거 30년과 최근 30년을 비교하면 결빙일수는 15.8일에서 7.9일로, 서리일수는 95.1일에서 69.4일로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폭염일수는 9.3일에서 9.7일로 거의 동일했다. 

그렇다면 올해 여름 날씨는 지난해와 비교해 어떨까? 111년만의 폭염으로 기록된 지난해 여름은 지난 100년간을 돌아볼 때 특이사례에 가깝다. 여름철 평균기온은 다른 계절에 비해 매년 완만하게 상승하는 추세이기 때문. 다만 지난해의 경우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동시에 발달하면서 평균기온도 전년에 비해 급상승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는 무더위로 인한 피로가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지난 13일 "지난해와 폭염(일 최고기온 33℃  이상)일수는 비슷하겠지만 기온이 40℃까지 올라가는 날은 적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며 "현재 엘니뇨가 발달하고 있고, 티베트 눈덮임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라 지난해만큼 덥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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