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지난 9일 한국블록체인협회는 ‘2019년 5월 블록체인 동향과 이슈’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테크핀 시대를 앞당겼다”며 비트코인이 테크핀 산업에 미친 영향을 평가했다. <뉴스로드>는 보고서 전문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테크핀 시대, 비트코인이 주도"

“미래 금융산업에는 크게 두 가지 기회가 있다. 하나는 모든 금융기관이 온라인화되는 온라인 뱅킹이다. 나머지는 전혀 다른 아웃사이더들이 주도하는 인터넷 금융이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한 말이다.

2016년 마윈은 테크핀(Technology + Finance) 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ICT 기업이 금융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것임을 예견했다. 실제로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알리페이를 활용한 결제뿐 아니라 자산운용, 보험, 신용평가 등에 진출하며 금융 플랫폼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참고로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1,500억 달러 (약 165조 원)로 이는 한국 4대 금융지주의 시총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 이전의 핀테크는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의 모바일과 같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의 등장으로 인해 테크핀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될 전망이다. 당사는 미래에는 모바일이 곧 은행의 역할을 하는 금융 플랫폼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면 그동안 중국 경쟁사 대비 금융 사업이 미진했던 미국 ICT 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는 이미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 왔다. 만약 금융산업의 주도권이 글로벌 ICT 기업으로 넘어가면 소매금융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로컬 은행들은 커다란 타격을 입을 위험이 있다.

테크핀 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현재 미국의 금융기업과 ICT 기업은 활발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가장 주목해야 할 두 가지 네트워크는 바로 “스타벅스-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마이크로소프트”와 “골드만삭스-애플”이다. 이외에도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금융기업과 ICT 기업 간의 네트워크 형성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점점 더 많은 대기업이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명운은 대기업의 공세를 견뎌내고 어떤 협업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당사는 본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테크핀 트렌드를 제시한다.

 

모바일이 곧 은행인 시대

Global Findex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17억 명이 은행 계좌가 없고 이들 중 약 2/3이 모바일폰(핸드폰)을 가지고 있다. 은행 인프라가 낙후된 개도국에서는 모바일이 곧 은행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은 모바일이 곧 은행인 시대를 본격적으로 앞당길 잠재력이 있다. 마치 신용카드 인프라가 충분히 깔려있지 않던 중국에서 폭발적으로 모바일 결제가 성장한 것처럼, 개도국에서도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각종 금융서비스가 성장할 잠재력이 높다.

모바일의 은행화와 관련, 엠페사가 케냐에서 거둔 성공은 주목할 만하다. 엠페사는 2007년 보다폰과 현지 이동통신사인 사파리콤에 의해 출시되었다. 당시 열악한 은행 인프라를 갖추고 있던 케냐는 엠페사가 성장하기 최적의 환경이었다. 은행을 이용할 수 없던 케냐 시민들이 가까운 대리점을 찾아 현금을 건넨 뒤 엠페사를 충전하면 모바일을 통해 편리하게 결제 및 송금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엠페사 덕분에 케냐 시민들은 은행 없이도 모바일만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2018년 케냐의 모바일 머니 연간 거래액은 약 USD 385억 달러(약 40조 원)로 이는 케냐 GDP의 절반 수준일 정도로 케냐에서는 엠페사가 탑재된 모바일이 곧 은행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엠페사는 케냐 이외에도 탄자니아, 가나 등 아프리카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페이팔, 웨스턴 유니온 등의 대기업과도 협업하고 있다.

중국은 모바일 은행화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중국에서는 현금이나 카드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이 모바일만 있으면 어디서든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거지도 모바일 페이로 동냥을 할 정도이다.

중국 모바일 페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알리페이와 텐페이는 각 9억 명과 8억 명이 넘는 사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간편결제뿐 아니라 송금, 대출, 자산운용, 보험, 신용평가 등에 진출하며 금융 사업을 키우고 있다.

이미 중국 시민들은 알리바바, 텐센트가 제공하는 모바일 앱을 통해 은행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편리하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EY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의 핀테크 도입률은 69%로 전 세계 1위인데 이는 주요 20개국 평균 3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전자상거래에 강점을 가진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의 존재감은 괄목할 만하다. BASIC(Blockchain, AI, Security, IoT,Computing) 기술을 보유한 앤트파이낸셜은 전 세계 최대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앤트파이낸셜의 킬러앱 알리페이는 중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각국의 주요 핀테크 파트너들과 협업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앤트파이낸셜의 다양한 서비스(결제, 자산 관리, 파이낸싱, 보험, 신용) 중 복수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는 2018년 8월 기준 6억4천만 명으로 이는 전년 대비 49% 성장한 수준이다. 참고로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1,500억 달러(약 165조 원)로 이는 한국 4대 금융 지주의 시총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디지털에 친숙한 젊은 세대가 주력 경제활동 인구가 되면서 모바일의 은행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EY의 조사에 따르면, 나이 44세 이하의 평균 핀테크 도입률은 42%로, 이는 45세 이상 연령대의 평균 핀테크 도입률인 19%를 크게 초과한다.

이들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모바일로만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세대이다. 주지하는 것은 모바일의 은행화 트렌드의 승자는 금융기업이 아니라 ICT 기업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베인의 조사에 의하면, 은행보다 ICT 기업을 더 신뢰하는 사람들의 수가 절대 적지 않다. 이들은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ICT 기업들을 은행보다 더 신뢰하며, 해당 기업들이 적절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충분히 이용할 의향이 있는 고객이다.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테크핀 혁명

마윈은 테크핀(Technology + Finance)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ICT 기업이 금융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것임을 예견했다. 핀테크와 테크핀이 모두 금융산업을 혁신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이 둘의 차이는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가 금융기업인지 ICT 기업인지 여부이다. 다시 말해, 핀테크는 기존의 금융 시스템에 ICT 서비스를 적용한 것이라면, 테크핀은 기존의 ICT 시스템에 금융서비스를 도입한 것이다.

ICT 기업이 금융기업 대비 가진 강점은 비용, 유저, 데이터이다. 금융 기업이 점포 수를 줄이며 비대면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지만 애초에 비대면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ICT 기업만큼 비용을 줄이기는 어렵다.

게다가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모바일 서비스(메신저, 검색 엔진, 전자상거래, SNS 등)를 제공하는 ICT 기업은 손쉽게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데, 이는 제한된 고객망을 가지고 있는 금융기업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이점이다. 또한, 주로 금융정보에 기반을 둔 전통 신용평가기법에 의존하는 금융기업들과는 달리 광범위한 비금융정보를 보유한 ICT 기업은 AI에 기반을 둔 정교한 신용평가 기법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중금리 대출이 대표적인 예이다.

인상적인 것은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와 비교 시 글로벌 ICT 기업들의 금융 사업이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ICT 기업들의 모바일 페이 유저 수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각각 9억 명과 8억 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한 알리바바, 텐센트 대비 나머지 주요 글로벌 ICT 기업들의 모바일 페이 유저 수는 수천만에 남짓하다.

간편결제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핵심이기 때문에 ICT 기업 입장에서는 모바일 페이의 성공이 절실하다. 그러나 각 글로벌 ICT 기업들이 주력 분야에서 발휘하는 영향력 대비 이들이 확보한 모바일 페이의 유저 수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을 제외한 ICT 기업들이 금융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기존에 깔려있는 금융 인프라가 장벽으로 작용하는 탓이 크다.

현 상황에서 ICT 기업들의 금융 사업 핵심이 되어야 할 모바일 페이의 사용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현금이나 카드 사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굳이 모바일 페이를 사용할 유인이 적을뿐더러 모바일 페이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상점들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ICT 기업이 금융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전통 금융권의 인프라를 활용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적과의 동침이다.

예를 들어, QR코드로 모바일 페이 시장을 개척한 알리바바나 텐센트와는 달리 다른 ICT 기업들은 카드 인프라를 활용하고 수수료를 지불한다. ICT 기업들은 간편결제에서 더 나아가 대출, 자산운용, 보험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싶어도 전통 금융권과 협력해야만 하는데, 금융 기업들이 순순히 파이를 내줄 리 없다. 기존 금융 인프라를 장악하고 있는 금융기업들의 존재는 ICT 기업들이 금융 사업을 수익화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성가신 골칫거리다.

또한, 통화의 상이성 역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ICT 기업들의 애로사항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금융 사업의 근간이 단일한 중국 위안화인 반면 글로벌 ICT 기업들은 다양한 통화를 취급한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전 세계 75개국에 매장을 두고 모바일 앱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예치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수익화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왜냐하면, 스타벅스 플랫폼에서 다양한 통화를 통합해 관리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지역 규제뿐 아니라 환전비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경을 초월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면 이를 해결할 여지가 있다. 후술하겠지만 스타벅스가 Bakkt의 파트너로 참여해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테크핀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되면 그 동안 중국 경쟁사 대비 금융 사업이 미진했던 미국 ICT 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주로 간편결제 및 송금에 국한되어있던 GAFA의 금융 사업 영역이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면서 획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GAFA는 이러한 잠재력에 주목해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 왔다.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테크핀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현재 미국의 금융기업과 ICT 기업은 활발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가장 주목해야 할 두 가지 네트워크는 바로 “스타벅스-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마이크로소프트”와 “골드만삭스-애플”이다. 앞으로 금융기업과 ICT 기업 간의 네트워크 형성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금융산업의 주도권이 글로벌 ICT 기업으로 넘어가면 소매금융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로컬 은행들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위험이 있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