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지난 9일 한국블록체인협회는 ‘2019년 5월 블록체인 동향과 이슈’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테크핀 시대를 앞당겼다”며 비트코인이 테크핀 산업에 미친 영향을 평가했다. <뉴스로드>는 보고서 전문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스타벅스가 꿈꾸는 비트코인 금융 플랫폼

2018년 8월, 스타벅스가 뉴욕증권거래소를 보유한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의 Bakkt에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했을 때, 열성적인 크립토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흥분했다. “스타벅스가 비트코인 결제를 가능하게 하면 비트코인 사용이 활성화 될 것이다”라는 프레임은 여전히 지배적인 것 같다.

그러나 당사는 스타벅스가 계획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비트코인 결제가 아닌 비트코인 금융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은행들 대비 훨씬 저렴하고 빠른 해외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말이나 밤에도 영업하는 글로벌 비트코인 금융 플랫폼 말이다.

왜 ICE는 스타벅스를 리테일 파트너로 선택했을지 생각해 보자. 왜 맥도날드나 월마트가 아니고 하필 스타벅스일까. 그 답은 스타벅스 모바일 앱에 있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가 주는 쿠폰과 편리한 서비스 때문에 스타벅스 앱을 이용한다. 스타벅스는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자동충전을 유도하고 자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은 기꺼이 스타벅스 앱에 돈을 예치한다.

인상적인 점은 스타벅스 예치금의 규모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S&P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 조사에 의하면, 2016년 스타벅스의 예치금은 12억 달러(약 1.3조 원)로 이는 미국의 웬만한 중소 은행 예치금보다 높은 수준이다.

놀라운 것은 예치금뿐만이 아니다. 미국 내 가장 많은 유저 수를 보유한 모바일 페이 기업은 애플, 구글, 삼성이 아니라 스타벅스이다.

eMarketer에 의하면, 작년 기준 미국 내 스타벅스 모바일 페이를 사용하는 유저 수는 2,340만으로 이는 구글페이와 삼성페이 유저 수의 2배 이상인 수치다.

전 세계에 지점이 있는 스타벅스는 다양한 통화로 쌓여있는 예치금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로컬 은행들은 고객이 예치한 돈으로 대출을 해주면서 손쉽게 이자 장사를 하고 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글로벌 인프라를 갖추고 고객 예치금도 풍부한 스타벅스가 커피만 팔기는 아쉬울 테니 말이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자사의 예치금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스타벅스 고위 경영자들은 어떻게든 은행 비즈니스를 도입해 이를 수익화시키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통화의 다양성 및 은행의 로컬화 경향은 스타벅스의 자본과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하는데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정답은 비트코인이다.

앞서 강조했듯이, 전 세계 17억 명의 인구가 은행 계좌가 없고 이 중 2/3은 모바일을 가지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은행 인프라가 낙후된 곳은 법정화폐 가치 또한 불안정해서 비트코인에 대한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중남미나 동남아 지역은 스타벅스의 타겟이 되기 너무 좋은 상황이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2018년 10월 아르헨티나 현지 은행 BancoGalicia와 파트너를 맺고 스타벅스 은행 지점을 오픈했다. 참고로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은 비트코인에 대한 인기가 높기로 유명하다.

스타벅스가 성공적으로 글로벌 비트코인 금융 플랫폼이 된다면 저금리나 은행 인프라가 형편없는 국가의 고객들은 스타벅스 앱에 돈을 예치하려 들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정말 현실화되면 자본 규모와 글로벌 인프라 측면에서 스타벅스의 상대가 되지 않는 전 세계 수많은 로컬 은행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이는 국내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스타벅스가 은행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막대한 자본을 동원해 높은 이자를 제시한다면, 소비자들은 결국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인 스타벅스에 돈을 맡기고 스타벅스의 비트코인 예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자본 규모가 충분한 수준으로 커지면 스타벅스는 은행뿐 아니라 대출, 자산 관리, 보험 등 디지털 자산에 특화된 각종 금융 사업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1월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뜬금없이 미국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선언한 것은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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