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뉴스로드] 차기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종교계의 정치 개입이 노골화돼 우려를 낳고 있다. 20일 방송된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목사님은 유세 중’ 편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3월 20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을 방문했다. 당시 한기총 회장인 전광훈 목사(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한기총 회원들이 다수 참석한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시고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 줬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는 이어 “이번에 우리 황교안 대표님의 첫 번째 고비가 돌아오는 내년 4월 15일에 있는 총선이다.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200석 못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이 국가가 해체될지도 모른다하는 위기감을 갖고 한기총 대표회장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대표는 전 목사의 옆 자리에 앉아 고개를 끄덕인 채 귀를 기울였다. 

이 방송이 나가자 전 목사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종교인이 총선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온당치 않을 뿐더러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날 MBC 스트레이트는 전 목사 뿐 아니라 지난 4월 경남 창원 성산 보궐 선거 당시 한 목사가 예배 중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장면도 내보냈다. 선관위는 당시 해당 목사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린바 있다.

종교계의 정치 개입은 유독 기독교에서 두드러진다. 불교나 천주교에서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서는 거의 없다. 기독교 중에서도 특히 보수 성향의 목사들이 정치에 개입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광훈 목사의 경우 발언 정도가 매우 심하다. 전 목사는 현 정부에 대해 '주사파' '남로당 찌꺼기' 등의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전 목사는 19대 대선 때는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을 살기도 했다. 

전 목사는 MBC스트레이트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빨갱이를 쳐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스스로 한 말을 부인해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 5일 설교 중간에 “(황교안) 장로님이 엉뚱하게 이런 질문을 했다”며 “‘목사님, 혹시 제가 대통령 되면 목사님도 장관 한번 하실래요’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시한 장관, 국회의원 같은 거 내가 왜 하는가, 나는 만드는 일만 하지 그런 짓은 안 한다”라는 말도 했다. 

전 목사는 또 “내년 4월15일 총선을 하는데 대한민국이 사느냐, 해체되느냐 결정되는 날이다. 나는 기도를 빡세게 하고 있다. 여러분도 기도를 세게 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빨갱이 국회의원들 다 쳐내버려야 된다. 지금 국회가 다 빨갱이 자식들이 다 차지해서 말이야”라고 색깔론을 펼쳤다. 

전 목사는 예배당 앞쪽에 앉아 있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향해 “김문수 지사님, 다음해 꼭 종로구 국회의원으로 나가서 임종석을 딱 꺾어버리고 국회의원 한번 하라”고 권했다. 이어 “지사님 결정만 하면 우리 교인 전체 매주일마다 종로구 가서 선거운동 해서 꼭 당선시키도록 한번 하자”고 말했다. 

전 목사의 이같은 발언은 명백한 정치개입이라는 지적이다. 종교 집회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는 행위는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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