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시] 몸과 마음이
[풍경이 있는 시] 몸과 마음이
  • 김용국(시인)
  • 승인 2019.06.08 06: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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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규, 자화상, 유화, 80x100cm
양호규, 자화상, 유화, 80x100cm

몸과 마음이


마음이 몸을 다스리는 줄 알았다.
그래서 몸이 잘못하면
나는 먼저 마음에 괜한 핀잔을 주었다.
오랫동안 나는 그랬다.

보이는 것 속의 안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뒤에 안 들리는 것,
만져지는 것 저 쪽에 안 만져지는 것들에
설레이는 경이를 가졌다.

나는 사물의 뒤편에 뭔가 있다고 생각했다,
몸 뒤에 마음이 있다는 가정假定처럼.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만져보면,
보이는 것 뒤의 안 보임,
만져지는 것 저편의 안 만져지는 것
저 속에, 저 뒤에, 저 쪽에 무엇이 있든
이제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그것들의 그림자들보다도
내 앞의 것에, 내 앞의 시간에
내 앞의 사람에,
나는 사무칠 뿐이다.

점점 몸이 마음을
다스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쩌면 몸과 마음이,
마음과 몸이
같을 거라는 짐작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랬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것을 별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그것을 볼 수 없는 달의 뒤편이라고도 생각했지요. 아름다운 노을이라고 생각한 적이 왜 없었겠어요. 어떨 때는 태양이었고 지평선이나 수평선을 넘어오는 이국의 신비로운 것이라고도 생각했지요. 그것은 남풍의 꽃향기이거나 다정한 물소리이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아니더라도 괜찮답니다. 별과 해와 달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닿을 수 없는 것과 만질 수 없는 것은 아름다운 게 아니라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환상이지요. 그러니 그것이 별이 아니어도 달이나 해가 아니어도 진정 아름다운 것은 그것을 '지금 여기'에서 ‘만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추상적인 세계에서 내려오는 것, 허울 좋은 명분을 버리는 것, 마음(정신)이 아니라 몸이 중요하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제는 무슨 일이든 마음으로 하지 마시고 몸으로 하세요. 몸이 기억하게 하고, 몸이 사랑하게 하고, 몸을 통해 마음으로 가게 하세요. 그것이 결국 마음을 일으키는 일이니까요.

왜 마음(정신)이 중요하지 않겠어요. 우리의 몸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각성을 통해서 몸속에 마음이, 마음속에 몸이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엮여 결코 분리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 보자는 거지요.

‘어쩌면 몸과 마음이,/마음과 몸이/같을 거라는 짐작도 하게 되는 것이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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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안 2019-06-15 11:21:38
앞서는 마음을 따라가는 간격이 점점 커질수록
세월의 흐름을 실감합니다.
때로는 설레이는 경이도 환상도 마음속에 담아두고
조금씩 천천히 걷다보면 다가갈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