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켄지 베이조스가 25일(현지시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했다. 사진=기빙플레지 홈페이지
매켄지 베이조스가 25일(현지시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했다. 사진=기빙플레지 홈페이지

[뉴스로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전 부인 메켄지 베이조스가 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서약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자선단체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에 따르면 매켄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했다. 지난 1월 제프 베이조스와 이혼하면서 막대한 재산을 분할 받은 매켄지의 현 재산은 약 37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매켄지는 서약서에서 “우리의 금고에는 시간, 관심, 지식, 인내, 창의성, 재능, 노력, 유머, 공감 등 남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많은 자원이 들어있다. 나는 삶이 내게 준 이같은 자산뿐만 아니라 필요 이상의 많은 돈도 가지고 있다"며 "나는 사려 깊게 자선을 행할 것이다. 시간과 노력, 주의가 필요하겠지만 더는 기다리지 않겠다. 그리고 금고가 빌 때까지 이를 계속 해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기빙 플레지는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멜린다 게이츠 부부가 지난 2010년 설립한 자선단체로, 미국 부호들에게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재까지 23개국 204명의 부자들이 기빙 플레지의 서약에 동참하고 있다.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폴 앨런을 비롯해 데이비드 록펠러 등 전통의 부호들 뿐만 아니라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와 프리실라 챈 부부 등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신흥 부호들도 서약에 참여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부 서약이 계속되는 것은 미국 사회에 널리 확산된 기부문화 때문이다. 영국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2018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에 따르면, 미국은 종합점수 58%로 전년 대비 1계단 상승한 4위를 기록했다. 실제 액수로 따져도 미국은 왠만한 국가 예산 수준의 기부가 매년 이뤄지고 있다. 비영리단체 기빙USA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인이 기부한 총 금액은 약 4100억 달러(약 490조원)로 전년(3732억 달러) 대비 5.2% 늘어났다. 이는 한국 정부의 지난해 예산(429조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포브스가 지난해 발표한 2017년 미국 최고 자선가 50인 명단. 사진=포브스 홈페이지
포브스가 지난해 발표한 2017년 미국 최고 자선가 50인 명단 중 1위~10위의 사진. 사진=포브스 홈페이지

그렇다면 미국에서 가장 기부를 많이한 ‘기부왕’은 누구일까? 포브스가 지난해 발표한 2017년 미국 최고 자선가 50인 명단에 따르면 1, 2위는 기빙 플레지를 설립한 워런 버핏과 빌·멜린다 게이츠 부부가 차지했다. 버핏의 2017년 기부 총액은 약 28억 달러. 특히 20억 달러가 넘는 보유 주식을 자신의 세 자녀가 운영하는 자선단체와 빌 게이츠가 설립한 재단에 기부했다. 버핏은 지난 2006년 보유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위에 오른 빌·멜린다 게이츠 부부 또한 지난 2000년 설립한 빌앤멜린다 파운데이션을 통해 지난해 소아마비 치료(5.3억 달러), 백신 배포(4억 달러), 농업발전(3.9억 달러)에 막대한 금액을 기부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도 상당 부분 사회에 환원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 덕에 1996년 24% 수준이었던 지분은 2017년 기준 1.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3위는 미디어 그룹 블룸버그 L.P.의 창립자이자 전 뉴욕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가 차지했다. 그 뒤는 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를 이끄는 월튼 가문,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프리실라 챈 부부, 인텔 창립자 고든·베티 무어 부부, 헤지펀드 거물 제임스·마릴린 시몬스 부부, 스위스의 억만장자 한스요르그 위스 신테스 회장, 페이스북 공동설립자 더스틴 모스코비츠·캐리 투나 부부의 순이었다.

점차 성장하고 있는 미국의 통큰 기부문화와는 달리 한국의 기부문화는 점차 얼어붙는 모양새다. 세계기부지수 2018에서 한국은 종합점수 34%로 변동없이 60위를 기록했다. 이는 OECD 36개 회원국 중 21위의 낮은 순위다. 개인기부가 활성화된 미국과 달리 국내 개인기부 비중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매년 실시하는 나눔캠페인에서 개인기부 비중은 지난 2013년 2663억원에서 2017년 1939억원으로 27% 줄었다. 전체 모금액 중 개인기부가 차지하는 비중도 47%에서 32%로 낮아졌다. 

물론 한국은 미국에 비해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있어 기부문화가 덜 활성화됐다고 볼 여지도 있다. 미국의 활발한 기부문화 또한 빈약한 복지제도의 구멍을 개인의 선의로 메운다는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금고가 빌 때까지 기부를 계속하겠다"는 매켄지의 서약이나 "전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버핏의 다짐이 재벌들의 상속·승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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