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강효상 '면책특권' 논란, 판례는?
[팩트체크] 강효상 '면책특권' 논란, 판례는?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05.31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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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 통화내용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효상 의원 페이스북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 통화내용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효상 의원 페이스북

[뉴스로드]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지난 9일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을 공개하면서 불거진 논란이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당을 중심으로 외교상 기밀누설은 면책특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헌법45조를 근거로 강 의원을 처벌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뉴스로드>는 강 의원의 통화내용 공개가 면책 범위에 포함되는지 알아봤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법적 근거인 헌법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 의원은 한미 정상 통화내용 공개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회의원의 책무라고 주장한다. 지난 9일 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안한 한미관계와 북한의 잇다른 미사일 도발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국민적 관심사”라며 “국회의원의 책무를 다하기위해 최선을 다해 국민들께 중처대한 소식을 전했다”고 말했다. 

◇ 국회의원 면책 사례는?

실제 과거에도 국회 발언으로 고소를 당했으나, 법원에서 면책 범위로 인정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 지난 1986년 유성환 당시 신민당 의원은 국회대정부질문에서 “국시는 ‘반공’이 아닌 ‘통일’이 돼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유 의원은 1987년 4월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하고 9개월간 옥살이를 했으나, 1992년 대법원에서 면책특권인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또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은 2003년 12월 국회 예결위에서 대선자금 의혹을 제기했다가, 이듬해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명예훼손으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당시 법원은 허 의원이 발언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발언의 근거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직무 수행의 일부로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물론 앞선 사례와 강 의원의 경우는 다르다. 대체로 국회의원 발언이 면책논란에 오르는 경우는 명예훼손 소송과 결부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 강 의원을 고소한 이유는 외교상 기밀누설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유출·공개한 혐의로 고발당한 서상기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들 수 있다. 서 의원은 2007년 6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NLL 포기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회의록 일부를 발췌해 보도자료로 배포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이 작성해 보관 중이던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은 공공기관에서 작성한 `공공기록물`일 뿐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며,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보도자료 일부. 사진=강효상 의원 페이스북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보도자료 일부. 사진=강효상 의원 페이스북

◇ SNS공개는 면책 범위 'NO'

면책특권이 인정받지 못한 사례도 존재한다. 폭로가 국회 안이 아닌 밖, 특히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 경우다.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2005년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검사 7명의 실명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국회에서 배포했다가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당한 바 있다. 대법원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도청 내용 공개로 재계와 검찰의 유착관계를 고발해 수사를 촉구하려는 공익적 효과는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상당 부분 달성된 상태였기 때문에 인터넷 게재를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며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 의원이 유죄 판결을 받은 이유는 국회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공개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해당 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한 것은 국회 내 행위와 관련이 없고 일반인에게 여과없이 전파될 수 있다며 면책특권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장겸 MBC 전 사장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마찬가지다. 조 의원은 2016년 6월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김 전 사장이 성추행 전력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회의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바 있다. 이후 성추행 전력 간부는 김 전 사장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조 의원이 정정 보도자료를 내고 사과했으나, 김 전 사장은 명예훼손 혐의로 조 의원을 고발했다. 

조 의원 사건은 발언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 발목을 잡았다.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 안복열 판사는 페이스북 영상 게시에 대해 “국회 내에서 자유로운 발언과 어떠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동영상의 게시 시기와 동영상을 게시한 담당자의 업무 등에 비추어 조 의원이 자신의 의정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된 것”이라며 “국회의원의 국회 내에서의 직무상 발언과 표결이라는 의사표현행위에 통상적으로 부수해 행하여지는 행위로서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강효상 의원의 경우 명예훼손이 아닌 외교상 기밀누설 혐의를 적용받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면책특권 적용 사례와는 구별된다. 특히 강 의원은 노 의원 및 조 의원 사례와 마찬가지로 한·미 정상간 통화내용을 인터넷을 통해서도 공개해 문제가 될 수 있다. 강 의원은 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해당 내용을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한지 약 세 시간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같은 내용의 자료를 올렸다. 강 의원은 해당 게시글을 아직도 올려놓은 상태다.

게다가 강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는 했지만 당시는 회기 중이 아니었던데다, 강 의원은 외교통일위원회 소속도 아니기 때문에 이를 헌법45조에 규정된 ‘직무상 행한 발언’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진=이종걸 의원 트위터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27일 트위터를 통해, 강효상 의원이 한미정상 통화내용 공개로 "제 무덤을 팠다"고 지적했다. 사진=이종걸 의원 트위터

◇ 면책특권 남용 말라던 강효상, 이제는 입장 '역전'?

변상욱 YTN앵커는 지난 23일 트위터에서 “강효상 의원은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이던 2009년 4월에는 장자연리스트 유력언론사 실명을 공개한 이종걸 의원에게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라 해도 대정부질문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특권을 남용하지 말라’고 겁박했었다"라고 지적했다. 과거 다른 의원에게 면책특권을 남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던 강 의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면책특권을 방패막이로 내세워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 또한 지난 27일 트위터를 통해 "강효상, 고 장자연 씨 사건으로 몇년을 지긋지긋하게 접한 이름이다. 나에게 그는 언론인이 아니었다. 국회발언을 문제삼아 집요하게 소송으로 괴롭히고, 재판을 진두지휘한 조선일보가문의 ‘집사’였다"며 "집사의 전형처럼, 주인보다 더 주인스럽게 행동했다. 그는 여럿을 망치면서 출세해갔다고 보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 의원은 "장자연 씨 사건에서는 조선일보계열사 대표가 희생양이었다. 편집국장 시절에는 박근혜 청와대와 결탁해서 채동욱 검찰총장을 직무와 무관한 사생활을 공격해서 축출했다. 그 댓가가 국회의원? 이제 한미정상 전화통화를 유출해서 후배 외교관도 망쳤다. 그는 또 점프하려 했지만, 제 무덤을 팠다"며 "자한당은 그의 외교기밀누설 범죄를 옹호할 수밖에 없다. 고맙게도 이번엔 자한당을 망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상욱 앵커는 “강효상 의원 사건은 대정부질문이 아닌 기자회견을 통한 공개인데다 그 내용, 형식을 떠나 공개를 목적으로 외교기밀을 탐지, 수집한 정황이 뚜렷하다는 걸 주목해야 한다”며 “어느 정도의 사전공모와 배후조종이 있었느냐가 핵심이며 면책특권에 해당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효상 의원이 주장하는 '면책특권'에 대해 법원의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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