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 대행과 3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 대행과 3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한미연합군사령부 본부가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방위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3일 서울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열고 연합사 본부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험프리스 기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국방부는 두 장관이 연합사의 평택 이전이 작전 효율성과 연합방위태세를 향상시킬 것이라는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당초 연합사는 서울 용산의 국방부 영내로 이전할 것이 확실시됐다. 전임 송영무 국방장관 시절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연합사를 국방부 영내로 이전키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기 때문. 하지만 연합사 이전 장소가 평택 험프리스 기지로 바뀌면서 일각에서는 한미군사공조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와 연합사 간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작전 운용의 효율성 저하와 주한미군이 가지는 ‘인계철선’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 <뉴스로드>는 연합사 이전에 따르는 이같은 우려가 설득력이 있는지 알아봤다.

◇ 연합사 평택 이전, 작전 효율성 떨어질까?

일각에서는 연합사가 국방부 영내가 아닌 평택에 위치할 경우 한미 간 통합 작전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택과 용산은 차량으로 이동할 때 약 2시간 거리. 유사시 신속하고 효율적인 한미간 의견 조율 및 작전 운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

반면 국방부에서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연합사의 평택 이전은 오히려 작전 운용의 효율화를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연합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등 3개 보직을 겸하고 있는데 주한미군 대부분이 평택기지로 이전한 상황에서 연합사만 국방부에 있을 경우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8억 달러를 들인 험프리스 기지가 개관하면서 주한미군은 본격적인 평택 시대를 맞이했다. 유엔군 겸 주한미군 사령부 본부를 비롯해 대부분의 주한미군 시설이 평택으로 이전한 상황에서 연합사만 용산에 남을 경우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실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 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월 용산 국방부 건물을 둘러본 뒤 입장을 바꿔 평택 이전안을 국방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사령부 및 참모가 평택에 있는 상황에서 연합사만 서울에 위치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미군 참모들이 평택에 위치한 가족과 함께 머물기 어렵다는 것이 입장 변경의 이유로 추정된다. 결국 미군 측이 효율성을 위해 먼저 평택 이전을 제안했다는 것.

최 대변인은 “현대·미래전은 지리적 이격거리는 중요하지 않다”며서 "현재도 C4I(지휘통신)체계와 각종 화상회의를 통해 한미 간에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고, 매번 훈련할 때마다 이런 부분들이 잘 점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의혹을 불식했다. 정 장관과 섀너핸 장관 또한 3일 회담에서 이번 조치가 “작전 효율성과 연합방위태세를 향상시킬 것”이라는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3년 10월 1일 워싱턴 D.C.에서 변영태 외무장관과 덜레스 미 국무장관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조인하였고 1년 후 1954년 11월 18일 정식 발효되었다. 사진=KTV국민방송 유튜브채널
1953년 8월 8일 경무대에서 변영태 외무장관과 덜레스 미 국무장관이 한미공동방위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뒤편에 이승만 대통령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KTV국민방송 유튜브채널

◇ 인계철선 효과 약화는 사실?

연합사 평택 이전에 따르는 또다른 우려는 주한미군이 가지는 ‘인계철선’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계철선(tripwire)은 부비트랩 등을 설치할 때 사용되는 철선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군사적으로는 유사시 동맹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하기 위한 주둔군을 의미한다. 국내의 경우 북한의 남침 등 군사적 위기상황 발생 시 서울에 위치했던 주한미군 2사단이 공격을 받게 되면서 미군이 자동적으로 개입하게 되기 때문에, 인계철선 효과를 가진다고 표현해왔다.

그렇다면 주한미군이 모두 수도권 이남인 평택으로 이전하면 인계철선 효과가 사라지는 것일까? 미군이 공격받지 않는다면 미국이 한반도 위기상황에 개입할 거란 보장도 없는 것일까?  

지난 1954년 발효된 한미상호방위조약 2조에는 “당사국 중 어느 일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 당사국은 단독적으로나 공동으로나 자조와 상호원조에 의하여 무력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지속하고 강화시킬 것이며 본 조약을 실행하고 그 목적을 추진할 적절한 조치를 협의와 합의 하에 취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3조는 “각 당사국은 타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당사국의 행정지배하에 있는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에 있어서, 타당사국에 대한 태평양지역에 있어서의 무력 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통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라고 명시했다.

어느 조항에도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문구는 없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이 때문에 지난 2017년 한 토론회에서 “일본은 미일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일본을 침공하면 미국이 전쟁에 자동개입을 한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자동 개입 조항이 없다”고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의 주장과 달리 미일상호방위조약 또한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지 않는다. 미일상호방위조약 5조에는 “일본 관할 영토 하에서 어느 일방(일본 또는 미군)에 대한 무력 공격은 그 일방의 평화와 안전에 위험하다고 인정하고, 헌법에 따른 절차에 따라 공동의 위험에 대응해 행동한다”라고 명시돼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3조와 같은 내용으로 여기서 ‘헌법에 따른 절차’라는 것은 미국 의회의 승인을 의미한다.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에 따르면 미군의 해외 무력 행동은 △미 의회의 ‘전쟁 선언’ △미국 영토와 소유물, 미군에 가해진 국가 긴급상황의 두 가지로 제한된다. 미 대통령은 무력행동 개시 48시간 내에 의회에 이를 통보해야 하며, 의회의 승인이 없을 경우 90일 내에 미군을 해외 분쟁지역에서 철수시켜야 한다. 다만 미군기지나 병사가 공격을 받는 등의 긴급상황에는 의회의 승인 없이 대통령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 

결국 미군이 직접 다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미군의 자동개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남북 간의 군사분쟁이 발생할 경우 용산보다는 평택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연합사 평택 이전은 인계철선 효과를 다소 약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리언 라포트 전 한미연합사령관. 사진=연합뉴스
리언 라포트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2003년 국내 방송을 통해 "'인계철선'은 주한미군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 인계철선, 미국 입장은?

다만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효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한다. 아직 불안한 한반도 정세에서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역할은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타국의 군대를 인질로 자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한 연설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관해 이야기하던 도중 “인계철선이란 말 자체가 염치가 없지 않습니까? 남의 나라 군대를 가지고 왜 우리 안보를 위해서 인계철선으로 써야 됩니까? 피를 흘려도 우리가 흘려야지요”라고 발언하며 전작권 환수 반대파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 또한 인계철선이라는 표현에 대해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이 표현은 미국 장병들이 한국의 안전을 위해 볼모로 잡혀있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 전 사령관은 2003년 한 국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인계철선은 부정적인 용어이고 미 2사단 장병에게는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라포트 전 사령관은 이어 “인계철선은 파산한 개념”이라며 “북한의 군사력은 우리 모두를 북한의 무기시스템, 특히 미사일의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 따라서 미군 병력을 한강 이북에 두고 이들을 '인계철선'이라고 부르는 것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래식 전쟁에 매여있는 시각으로는 미군이 휴전선과 가까이 위치할수록 인계철선 효과가 커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대전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 최 대변인 또한 4일 브리핑에서 "인계철선이란 말은 굉장히 낡고 오래된 개념"이라며 "미군이 어디 있든지 한반도 안보에 관한 (미국의) 확고한 군사적 공약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낡은 인계철선 개념에 매달리기보다는 국방력의 실질적인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장관과 섀너핸 장관은 3일 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논의가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미래 연합군사령관은 합참의장을 겸직하지 않는 별도의 한국군 4성 장성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전작권 조기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보 주도권을 점차 미국에서 한국에 이양하는 움직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인계철선’ 역할 약화에 대한 우려가 생산적인 논쟁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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