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하야' 주장으로 논란을 빚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하야를 공식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
'대통령 하야' 주장으로 논란을 빚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하야를 공식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

[뉴스로드] “기독교계 안에서, 특히 목회자 세계의 90% 이상은 (나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개신교계의 90%가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는 이 자신감 넘치는 주장은 지난 11일 전광훈 목사의 기자회견 중 발언이다. 전 목사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지난 5일 전 목사 명의로 시국선언문을 내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연말까지 하야할 것과, 정치권은 무너진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하여 4년 중임제 개헌을 비롯하여 국가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자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대통령 선거와 개헌헌법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 목사는 11일 기자회견에서 개신교계가 자신의 주장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재차 문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과연 개신교계는 문 대통령의 하야를 원하고 있을까? <뉴스로드>가 개신교계의 문 대통령에 대한 입장과 정치성향에 대해 알아봤다.

◇ 한기총은 한국 개신교를 대표할 수 있나?

우선 개신교계 90%가 문 대통령 하야를 원한다는 전 목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전 목사가 이끄는 개신교단체 한기총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기총에 소속된 교단 수는 총 79곳으로 국내 개신교 교단(374곳)의 21.1%를 차지한다. 이중 행정보류 및 회원자격이 제한된 교단 10곳을 제하면 소속 교단 수는 69곳으로 줄어든다.

문제는 이중 한기총 탈퇴를 선언한 교단도 여전히 소속 교단처럼 통계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국내 개신교계 최대 규모로 알려진 예장합동교단은 지난 2014년 이단 규정 문제로 한기총 탈퇴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한기총 홈페이지에는 소속 교단으로 명시돼있다. 이같은 사례를 고려하면 한기총의 규모는 더욱 줄어든다.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지난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989년에 한기총이 창립될 때는 명실공히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기관이었다. 그러다 2000년대, 한 10여 년 전에 그 내부 비리가 많아서 한기총 해체 운동이 시작이 됐다”며 “그 뒤에 우리나라의 주요한 교단들은 다 탈퇴하고 말았다. 지금 남아 있는 교단들은 군소 교단들”이라고 설명했다.

진행자 김현정 앵커의 설명에 따르면 한기총에 소속되지 않은 예장통합, 예장합동, 백석대신, 대한감리회 소속 교인 수는 국내 개신교인의 약 70% 수준이다. 교단 수나, 교인 수로 계산해도 한기총이 개신교계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한기총 전체가 문 대통령 하야에 찬성한다고 해도 이는 전체 개신교계의 5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의견으로 봐야 한다.

방송3사의 19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 개신교 신자들이 지지한 후보는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순이었다.
방송3사의 19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 개신교 신자들이 지지한 후보는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순이었다.

◇ 개신교는 문재인을 좋아해?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실제 개신교계의 입장은 어떨까? 종교별 국정지지도를 파악한 조사 결과가 없어 최근의 상황까지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대선결과를 참조하면 개신교인들이 가장 지지한 후보는 문 대통령이었다. 방송3사가 실시한 19대 대선 심층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신교 신자들의 지지 후보는 문재인(39.3%), 안철수(25.9%), 홍준표(21.5), 유승민(6.7%), 심상정(6.0%)의 순이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높았을 뿐만 아니라 가장 보수적인 후보로 알려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지지율 격차도 4.4%p로 천주교보다 컸다. 안철수 당시 후보가 홍준표 당시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인 종교는 개신교와 천주교 뿐인데, 천주교의 경우 두 후보의 격차는 불과 1.7%p 정도다.

종교별로 비교를 해봐도 개신교는 문 대통령 지지도가 높은 편이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천주교(46.6%)였으며 무교(45.5%), 개신교(39.3%), 불교(33.7%), 기타종교(30.7%)의 순이었다. 반면 홍준표 당시 후보의 경우 불교(35.5%)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으며, 기타(25.5%), 개신교(21.5%), 천주교(20.1%), 무교(18.4%)의 순이었다.

방송3사의 19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 종교별 후보 지지율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3사의 19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 종교별 후보 지지율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 대선후보 결정 요인은 '종교'보다는 '지역'

일반적으로 개신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폐쇄적이고 정치성향도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타 종교와의 교류나 낙태, 동성애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개신교계는 가장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종교에 따라 정치적·이념적 성향 또한 확연하게 나뉜다고 할 수 있을까? 타 종교와의 소통이나 동성애 이슈 등에 좀 더 열린 태도를 보였던 불교가 오히려 가장 보수적인 후보를 지지했다는 조사 결과는 우리의 선입견이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개신교인도 사실은 문재인을 꽤 좋아하며,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고 결론을 내려도 될까? 이 또한 사실이라고 확언하기 어렵다. 오히려 개신교인이냐 아니냐는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지역별 종교분포 통계를 살펴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종교인구는 2155만3674명으로 전체 인구의 43.9% 수준이다. 종교인구 내에서는 개신교가 44.9%로 가장 높고 불교 35.4%, 천주교 18.0%, 기타종교(원불교, 천도교, 대순진리회 등) 1.7%의 순이다.

2015년 기준 지역별 종교인구 분포현황.
2015년 기준 지역별 종교인구 분포현황. <자료=통계청>

다만 지역별로 보면 순위가 조금씩 다르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개신교 비중이 가장 높지만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등 영남권과 제주는 불교 비중이 개신교의 두 배 이상이다. 충북도 불교 비중이 높지만 개신교와 거의 비슷한 수치다. 동부·읍부·면부 등 행정구역별으로 따져도 불교 비중은 동부에서 가장 낮고 면부에서 가장 높다. 즉, 전통적으로 자유한국당을 지지해온 영남 및 농촌 지역에 불교 신자가 많이 분포한다. 실제 홍준표 당시 후보가 득표율 1위를 기록한 지역은 부산·대구·경북의 세 곳이었다.

반면 개신교는 호남과 서울·경기에서 특히 비중이 높다. 문재인 당시 후보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천주교 또한 서울·인천·경기·광주에서 평균보다 높은 20% 이상의 비중을 보였다.

이러한 수치들이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대선 후보, 또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를 결정하는 것은 특정 '종교'가 아닌 '지역'이 더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물론 보다 정확한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는 종교와 지역 외에도 다양한 변수를 포괄한 통계적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국내 정치지형에서 종교가 대선후보 지지도를 결정하는 변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결국 개신교계의 90%가 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는 전 목사의 주장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 특히 한기총이 개신교를 대표하는 단체가 아닌데다 개신교계가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약 40%의 높은 지지를 보냈다는 사실에 근거하면 개신교가 타 종교보다 반문(反文)정서가 심하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지난 2년 사이에 문 대통령에 대한 개신교계의 인식이 변했다고 하더라도, 종교적 특성이 아닌 다른 변수의 영향에 의해 나타난 현상을 전광훈 목사가 견강부회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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