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대통령 하야' 주장으로 논란을 빚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잇따른 '대통령 하야' 주장으로 논란을 빚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지난 12일 <뉴스로드>는 전광훈 목사의 문 대통령 하야 요구에 대한 팩트체크에서 한기총이 국내 개신교를 대표하는 단체라고 볼 수 없으며, 개신교가 특별히 반문(反文)정서가 강한 종교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팩트체크에서는 투표성향뿐만 아니라 정치성향에 있어서도 개신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보수적인지에 대해 알아봤다.

◇ 종교는 정치성향을 결정하는 요인인가.

‘대선후보’라는 구분 기준이 종교 간의 차이를 알아보기에 너무 협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선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후보의 인물 됨됨이가 종교의 차이나 보수/진보의 간극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좀 더 범위를 넓혀 ‘정치성향’에 미치는 종교의 영향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앤컴리서치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의뢰로 지난 2017년 1월20~2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은 개신교(40.9%)가 가장 높았으며, 천주교(38.8%), 무교(32.4%), 불교(23.9%)의 순이었다. 반면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는 천주교(32.6%), 불교(32.0%), 개신교(30.0%), 무교(22.4%)의 순이었다.

종교에 따른 정치성향 분포. 자료=기독교윤리실천운동
종교에 따른 정치성향 분포. 자료=기독교윤리실천운동

그렇다면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불교가 개신교보다 보수적인 종교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사실’이라고 확정하기 어렵다. ‘지역’처럼 종교별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변수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년 한국의 종교현황’에 따르면 그 변수가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바로 ‘연령’이다. 연령별 종교인구 분포도를 보면 전체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종교를 가진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확인된다. 또한 종교별로 봐도 상대적으로 저연령대에서는 개신교 인구가, 장년층에서는 불교 인구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령대에 따라 정치성향이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무교나 개신교가 불교에 비해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판단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2015년 기준 연령별 종교인구 분포. 자료=문화체육관광부
2015년 기준 연령별 종교인구 분포. 자료=문화체육관광부

◇ ‘개신교=보수’ 근거 빈약해

종교와 정치성향, 또는 투표성향과의 연관성은 엄밀한 통계적 연구가 필요한 문제다. 하지만 지역과 연령에 따른 종교분포를 고려할 때,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특정한 이념을 갖게 되는데 종교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 결국 “90%의 개신교 신자들이 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한다”는 전 목사의 주장은 “90%의 반문(反文)이 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한다”는 주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편, 이같은 통계자료에도 불구하고 개신교가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버린 것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 2017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비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종교별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개신교에 대한 호감도는 9.5%로 불교(40.6%), 천주교(37.6%)에 비해 매우 낮았다.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도 '이기적이다'(68.8%), '물질 중심적이다'(68.5%), '권위주의적이다'(58.9%) 등의 부정적인 인식이 주를 이뤘다.

이는 결국 보수적 개신교 단체가 정치화되면서 ‘개신교=보수’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한국기독교역사학회 장규식 회장이 지난해 발표한 ‘민주화 이후 한국의 개신교와 시민사회’ 논문에 따르면 보수개신교세력의 정치화가 시작된 것은 1998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기총이 친미반공 뿐만 아니라 단군상 설립 반대, 동성애 반대, 양심적 병역거부 비판, 배아줄기 세포개발 반대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한기총은 또한 교회세습과 목회자 윤리 등 기독교 비판에 대해 교회의 이익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중들의 개신교 인식을 악화시키는데 일조했다.

특히, 장 회장은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교권세력은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는데 크게 기여함으로써 새로운 정교유착의 시대를 열었다”며 “그러한 극우 행보와수구 기득권 옹호는 다른 한편으로 시민적 분노를 불러 일으켜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공신력의 추락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종교는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 개신교 신자들이 다른 종교에 비해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시각도 편견에 가깝다. 개신교 내부에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하며, 그 스펙트럼 내에서 개인의 위치는 신앙보다는 출신지역이나 연령, 소득, 직업 등의 영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개신교=보수’라는 사회적 인식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 뿌리에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개신교 일부 보수교단의 지도자들이 그릇된 양분을 제공하고 있다는게 기독교계 지식인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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