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이는 행동경제학 분야의 대가이자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인 리처드 탈러 교수다. 그는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800만 크로나(한화 약 10억4000만원)에 이르는 상금을 어떻게 쓸 계획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비합리적으로 써보겠습니다.”

주류 경제학의 핵심은 사람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탈러 교수는 이 가정에 반기를 들었다. 그의 저서 ‘넛지’는 팔꿈치 등으로 ‘슬쩍 찌르다’는 의미인데, 타인의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말하는 행동경제학적 개념이다.

그가 주장하는 넛지는 매우 사소한 영역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미네소타주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라는 납세 독촉 안내문을 보냈다. 그런데 ‘주민의 90% 이상이 이미 납세 의무를 이행했습니다’라고 안내문 문구를 변경한 후 납세율이 훨씬 높아졌다. 납세자 집단 속에 묶이고 싶다는 보통 사람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 효과 덕분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시카고대학 부스경영대학원의 리처드 탈러 석좌교수. ⓒ https://faculty.chicagobooth.edu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시카고대학 부스경영대학원의 리처드 탈러 석좌교수. ⓒ https://faculty.chicagobooth.edu

이처럼 그는 누구보다 사람의 심리에 천착하는 경제학자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기름값이 인하되면 사람들이 절약한 주유비를 다른 곳에 지출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탈러 교수는 연구를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밝혔다. 기름값이 내려가면 사람들은 기름을 넣는 데 돈을 더 많이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평소엔 저렴한 휘발유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고급 휘발유를 넣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들이 생활비 중 일부를 미리 주유비로 떼어놓고, 기름값이 인하되어도 그 돈을 주유비로 어떻게든 다 소비하므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탈러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한 노벨위원회는 그의 업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기존 경제학 이론이 가정하는 것처럼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선구적인 연구를 수행했다.”

그런데 노벨 경제학상은 다른 분야의 노벨상과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식 명칭에 ‘Nobel Prize’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고, 상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노벨재단이 아니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의 정식 명칭은 ‘노벨을 기념하는 경제과학 분야의 스웨덴 중앙은행상(The Sveriges Riksbank Prize in Economic Sciences in Memory of Alfred Nobel)’이다. 그에 비해 다른 5개 분야 노벨상은 정식 명칭이 ‘Nobel Prize’로 시작한다. 예를 들면 노벨 물리학상의 경우 영어로 ‘Nobel Prize in Physics’이라고 표기한다. 또한 노벨 경제학상의 상금은 노벨재단이 아니라 스웨덴 중앙은행의 300주년 기념 기금 중에서 출연되고 있다.

그 이유는 노벨 경제학상의 경우 알프레드 노벨 본인이 창설한 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제정된 상은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평화상의 5개 분야다. 1896년에 제정되어 1901년부터 시상하기 시작한 이 5개 분야의 상금은 노벨재단에서 나온다.

그에 비해 노벨 경제학상은 1968년에 스웨덴 중앙은행이 은행 설립 200주년 기념으로 제정했는데, 상금을 노벨재단에 기탁하는 조건으로 노벨상에 편입되었다. 그 다음해인 1969년부터 시상하기 시작했으니 기존 노벨상에 비해 역사가 68년 늦은 셈이다.

이 같은 태생적 문제 때문에 노벨 경제학상을 정식 노벨상이 아니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알프레드 노벨의 후손인 피터 노벨이다. 그는 “스웨덴 중앙은행이 노벨이라는 트레이드마크를 도용했다. 주식시장과 옵션에 대한 투기를 조장한 시카고학파의 미국 경제학자들이 이 상의 2/3를 휩쓸었으며, 이는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수여한다는 알프레드 노벨의 취지와 다르다”고 비판했다.

피터 노벨의 지적처럼 노벨 경제학상은 수상자의 편중성이라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은 남자 위주, 미국인 편중, 특정 대학(시카고 대학) 편중, 유태인 편중이라는 비판이다.

우선 노벨 경제학상의 여성 수상자는 2009년 엘리너 오스트롬이 유일할 만큼 남자가 압도적이다. 또 2014년까지 총 75명의 수상자 중 미국인이 51명일 정도로 상당수가 미국인이며,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유태인 수상자 비율도 41%나 된다. 다른 5개 분야의 유태인 비율인 10~20%보다 매우 높은 편이다. 시카고대학의 재직 학자들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또 하나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평균 연령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노벨상 전체 수상자의 수상 당시 평균 연령이 59세인데 비해, 노벨 경제학상은 67세로 약 8세가량 높다. 살아 있어야 수상할 수 있다는 노벨상의 조건으로 인해 탁월한 업적을 남긴 경제학자 중에서도 이 상을 받지 못한 이들이 유독 많다.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르도, 토마스 맬서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존 스튜어트 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해서는 경제학의 경우 학문 특성상 정립된 이론이 현실에 반영돼 그 결과가 입증되는 시간이 다른 분야에 비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노벨상을 수상하는 리처드 탈러 교수도 시카고대학에 재직하는 미국인 남성으로서 올해 만 72세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