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가족 아이에 따뜻한 손길 내밀 때 세상은 풍요로워져"

대한한부모협회 도담도담 김미경·정서호 공동대표. 사진=장소라 기자
대한한부모협회 도담도담 김미경·정서호 공동대표. 사진=장소라 기자

[뉴스로드] ‘도담도담’. 아이들이 아무런 탈 없이 무럭무럭 커나가는 모습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이처럼 예쁜 우리말을 이름으로 하는 단체가 있다. 활동을 시작한 지 석 달이 채 안 된 어린 단체 ‘대한한부모협회 도담도담’은 이름처럼 한부모가족의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한부모가족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인식이나 경제적인 어려움 등 많은 한부모가족이 부딪히고 있는 현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도담도담’은 부모 중 한쪽의 돌봄을 받지 못해 다양한 교육과 체험의 기회를 박탈당한 아이들과 홀로 육아와 생업을 감당하느라 지친 한부모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로드>는 도담도담 공동대표 김미경·정서호 목사 부부를 만나 도담도담이 준비하는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도담도담’을 설립하고 한부모가족 지원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미경: 사실 저희 딸도 한부모다. 딸과 함께 지내다 보니 무엇이 힘들고 무엇이 어려운지, 한부모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게 됐다. 딸의 현실은 어려운데 한부모가족 지원을 받으려면 충족시켜야 할 조건이 너무 많았다. 소득도 일정 수준 이상을 넘으면 지원대상에서 배제된다. 한부모는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하니 남들보다 더 많이 벌어야 한다. 그런데 도움을 받고 싶으면 어느 수준 이상은 벌지 말라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세상이 한부모인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고민하는 딸의 모습도 도담도담 활동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다. 한부모의 자존감 회복은 중요한 문제다. 남들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엄마의 자존감이 떨어지면, 그 품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건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내 손주부터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라도 한부모가족을 향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내 딸과 같은 한부모들이 세상이 참 많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부모가 서로 토닥토닥 위로해줄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도담도담을 창립하게 됐다. 도담도담은 아이들이 탈없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한부모들끼리 서로 위로해주고 아이들이 잘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작지만 함께 도울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보자고 이 일을 시작했다.

정서호: 도담도담을 시작하기 전부터 따로 복지 관련 활동을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교회에도 한부모가족 신자들이 많다 보니, 그들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희한하게도 거의 교인의 80% 정도는 한부모가족이었다. 그러다 보니 목회 활동을 하면서 한부모가족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교회에 다니는 아빠들과 모여 행사를 하려고 해도 아빠가 없는 가정이 너무 많으니, 자연스럽게 엄마와 함께하는 행사로 바뀌게 됐다.

아내도 원래 남 앞에 잘 나서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딸과 손주의 문제다 보니 많이 강해졌다. 양육비단체에서 활동하면서 팻말을 들고 시위도 참여하고, 언론사와 인터뷰도 많이 했다. 어떤 일이든지 자기 일로 닥쳐야 용기가 솟는 것 같다. 세월호 사건처럼 엄청난 재난도 자기 일이 아니라고 유가족들에게 그만 좀 하라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Q. ‘도담도담’ 조직은 지금 어떻게 구성돼있나요?

김미경: 도담도담은 현재 사업 1팀과 2팀, 회계팀, 영상네트워크팀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1팀은 한부모가족을 위한 나눔 이벤트를 맡고 있고, 2팀은 상황이 어려운 한부모를 다른 지원단체와 연결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상네트워크팀은 도담도담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관리 중이다. 유튜브 채널에는 자체 방송컨텐츠를 제작해 현재 2회 분량을 업로드했다.

정서호: 도담도담을 설립한 지 약 3개월 정도 지났는데, 현재 네이버 카페에 가입된 회원은 약 530명 정도다. 카페에서는 회원들끼리 서로 어려운 이야기도 꺼내고 위로도 해주는 따뜻한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한부모가 홀로 외롭게 아이를 돌보다 보면 우울한 감정에 빠지기 쉽다. 그럴 때마다 카페에서 회원들에게 위로를 받으며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같다.

사진=대한한부모협회 도담도담
경기도의회에서 한부모가족 지원정책에 대해 논의 중인 김미경 공동대표. 사진=대한한부모협회 도담도담

Q. 한부모인 따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리고 도담도담을 통해 한부모들을 도우면서 느낀 한부모가족의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미경: 양육비 문제도 중요하지만, 중위소득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 양육비를 지급받으면 한부모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양육비도 소득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자칫 한부모가족 지원 기준 소득을 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밀린 양육비가 다시 지급돼도 지원자격이 박탈되면 결국 한부모가족의 어려운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 현행법 상 한부모가족 지원대상자 선정 기준은 가구규모별 기준 중위소득의 60% 이하, 복지급여 지급 기준은 52% 이하다. 2019년 기준 성인 부모와 아동으로 구성된 2인 한부모가족이 지원대상자가 되려면 월 174만3917원, 복지급여를 지급받으려면 월 151만1395원 이상의 소득을 올려서는 안된다. 지원대상 기준 소득 174만3917원은 2019년 최저임금 8350원으로 주 40시간(월 209시간) 일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월급 174만5150원보다 1233원 적다.

정서호: 결국 소득기준을 넘지 않으려면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도 없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기준을 넘길 수도 있으니 비정규직으로 적은 소득만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적인 불안정 속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언제까지 그렇게 키울 수 있겠나?

한부모 복지는 엄마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복지다. 정부는 아이들이 나라의 미래라고 하는데,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미래의 주인공이 돼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기성세대가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제도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면서 저출산이 심각하다며 아이를 더 낳으라고 말할 수 있나. 막상 한부모 지원 활동을 시작하고 나니 기성세대들이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Q. 도담도담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정서호: 지방에 거주하는 한부모가족이 있었는데 옷걸이 하나 갖추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제도권 안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지자체나 복지단체와 연결해주려다 큰 벽에 부딪힌 적이 있다. 지자체에 전화하면 담당이 저쪽이라고 하고, 저쪽에 전화하면 자기 관할이 아니라고 하고… 결국 어떻게 해서 한 복지단체와 연결이 됐는데 자체 행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 당장은 도울 인력도 여력도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체 행사 때문에 단체의 설립목적을 잊는 게 말이 되나. “도움이 필요한 한부모가 있으면 달려가서 위로해주고 적은 금액이라도 도움을 줘서 살 희망을 품게 해주는 게 당신들 일이 아니냐”고 화를 냈더니 아무 말도 못하더라. 복지단체들도 정해진 틀을 벗어나면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런 문제에 부딪히는 순간 한부모가족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정말 어렵다고 느껴진다.

김미경: 사정이 너무 어려워 아이들 여름옷을 사줄 돈이 없어서 겨울옷을 입혀 학교에 보낸 한부모도 있다. 아이가 계속 겨울옷을 입고 학교에 가니까 이상하게 생각한 담임이 어느 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여름옷 좀 사입히라고 했다고 한다. 이게 한부모의 현실이다. 생활비가 5만원 남았는데 아이들 옷을 어떻게 사겠나?

대한민국 한부모들을 모두 도와줄 수는 없다. 다만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도 돕자는 거다. 도담도담에 들어온 한부모가족들만이라도 돕자, 큰 도움을 못 준다면 위로만이라도 해주자, 이게 도담도담의 목표다.

사진=대한한부모협회 도담도담
도담도담 회원들이 1차 향기박스를 발송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한부모협회 도담도담

Q. 세 차례의 향기박스 이벤트를 진행하셨는데, 다른 한부모 지원 활동과 다른 향기박스만의 특징이 있다면?

김미경: 딸이 한부모라서 가끔 동사무소에서 뭘 받으라고 연락이 온다. 그런데 가보면 항상 쌀처럼 같은 물품만 제공한다. 쌀이 아니라 다른 게 필요한 한부모가족은 결국 필요한 물건은 부족한 채 쌀만 쌓이게 된다. 정말 도움을 주려면 한부모가족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조사해야 한다.

그래서 도담도담도 일방적으로 같은 물품을 향기박스에 넣어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한부모가족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기 시작했다. 아이들 간식거리부터 옷, 세제, 쌀, 반찬 등 가정마다 필요한 게 다 다르다. 예산의 한계 안에서 한부모가족마다 서로 다른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향기박스의 특징이다.

1차 향기박스는 약 400가구에게 지원됐고 2차는 80가구에게 지원됐다. 이번 달부터 지원되는 3차 향기박스는 5가구를 골라 3개월간 장기 지원할 예정이다. 3차부터는 지원방식이 달라진 만큼 지원내용도 예전과 달라질 수 있다.

Q. 아직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렇게 많은 한부모가족을 지원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가수 션, 코미디언 이성미씨 등 연예인들의 후원 손길도 있었는데, 어떻게 도움을 받게 되었나요?

김미경: 1차 향기박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한 회원이 향기박스 아이디어가 너무 좋다며 자기가 나서서 후원해줄 기업을 모집해보겠다고 했다. 그분을 믿고 기다리며 향기박스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후원금이 들어올 시기가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었다. 연락을 해봐도 곧 입금하겠다는 말뿐이고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후원 약속은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 뒤로 후원이 가능한 단체나 기업을 일일이 찾아가며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랑의열매, 대한SNS운영자협회, 대한사회복지회, 뷰렌코리아, 바다물류 등, 얼마나 많은 곳에 연락했는지 모른다. 인스타그램에서도 기독교인이면서 기부활동에 적극적인 분들에게 연락을 드렸다. 1차 향기박스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음을 설명하고, 향기박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과자 한 봉지라도 보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드렸다.

사실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 인스타그램에 연락을 돌린 지 이틀 만에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는데 받고 나니 “안녕하세요. 저는 션이라고 합니다.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자세한 사정을 듣고 싶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정을 설명해 드렸더니 조만간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뭔가에 홀린 듯한 느낌이었다.

나중에 다시 전화가 와서 얼마를 도와드려야 하냐고 물어보시더라. 1차 향기박스 총 예산이 약 7000~8000만원 정도였는데, 차마 이 어마어마한 금액을 부탁드릴 수는 없었다. 당시에 도담도담 회원이 300명 정도여서 300명의 아이들에게 만원짜리 과자 한 봉지라도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만 말씀드렸더니, 나중에 코미디언 이성미씨와 함께 후원금을 보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그래도 예산이 모자라서 인연이 있었던 극동방송 한기봉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라디오 출연 기회를 마련해주셨다. 녹음할 때는 한부모가족 문제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것만 편하게 말씀을 드리고 나왔는데, 방송이 나간 후 너무나 많은 분들이 이름도 없이 후원을 해주셨다. 그 방송이 도담도담이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계단을 만들어준 것 같다.

도담도담 회원들이 카페에 직접 올린 글과 사진들. 사진=대한한부모협회 도담도담
도담도담 한부모가족 회원들이 카페에 직접 올린 향기박스 인증글과 사진. 사진=대한한부모협회 도담도담

Q. 도담도담의 향후 목표는?

정서호: 우선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가능한 복지단체로 국가에 정식 등록하는 것이 목표다. 처음에는 세무서에서 고유번호만 받으면 바로 자선단체 활동을 시작하고 후원자들에게 기부금 영수증을 발부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향기박스 때 도움받은 단체와 기업에게 후원을 요청했다가, 나중에서야 지자체에 등록된 단체여야 영수증 발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식 등록단체가 되려면 1년 이상의 활동기간과 봉사 실적, 회비를 내는 정회원 100명 이상 등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우선 이 조건부터 갖추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등록단체가 되면 더 많은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더 많은 한부모가족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김미경: 장기적으로는 작은 규모라도 사회적 기업을 세워서 취업이 어려운 한부모들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을 하고 싶다. 또한 한부모가족의 아이들을 위해 여행이나 다양한 문화적 체험도 제공해주고 싶다. 이번에도 5~6명의 한부모가족 아이들과 함께 동남아로 해외여행을 갈 예정이다.

사실 이건 우리 부부가 6년 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한부모가족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이런 다양한 체험을 할 기회 아닌가. 예전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국내외 여행과 스포츠경기·연극 관람 등을 해왔다. 한부모가족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제공해주는 일을 도담도담에서도 계속 펼쳐나갈 생각이다.

 

※ 후원문의: 도담도담 네이버 카페도담도담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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