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초.
기린초.

 

6월이 오면 슬픔과 애환이 교차하면서 경건하여진다. 동족상잔의 전쟁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 아픔과 상처가 남아있는 DMZ를 바라보면 더욱 그렇다.

언제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평화로운 통일은 언제 오는 것인가. 구름처럼 새처럼 바람처럼 사람도 자유로운 왕래를 기원해본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철조망이 걸쳐있는 숲에서 고운소리부터 반기여 준다. 풀벌레소리,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 새(鳥)의 지저귐 소리였다. 청아한 새들의 소리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 새 들의 언어인가. 노래인가. 울음소리인가. 경계가 모호 하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고, 먹이의 정보를 나누고, 사랑을 갈구하는 메시지이다.

우듬지에 맴도는 바람은 결이 다르게 소리를 내어 청량함이 돋보인다. 자연의 소리들은 형체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기분을 좌우하고, 마음을 열게 하고 움직인다. 소리의 음율과 선율에 장단 맞추어 초롱초롱한 야생화를 만났다.

기린초
기린초

 

황금빛의 강렬한 꽃송이에 강건한 꽃무리가 보석처럼 눈부시게 피어나 편안함과 평화로움을 안겨준다. 굳건한 잎줄기 끝에 뭉쳐서 자라는 모습이 매력적인 야생화 ‘기린초’였다.

꽃 피기 전 꽃송이가 뿔처럼 보이는데 기린(麒麟)의 뿔과 닮아서 이다.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목이 긴 기린이 아니라 상상의 동물이다. 기린은 수컷이 기(麒), 암컷이 린(麟)이라 부르며 전설에 나오는 봉황, 용, 거북과 함께 사령수(四靈獸)의 하나이다.

기린은 오색찬란한 빛깔의 털을 가지고 이마에는 긴 뿔이 하나 있으며 사슴의 몸에 소의 꼬리, 말과 비슷한 발굽과 갈기를 갖고 있다고 한다. 성인(聖人)이 세상에 태어날 징조로 나타나는 상징의 동물로서 희망과 성공 그리고 행복을 전해 준다고 한다.

명나라 영락제때 ‘정화(鄭和)’는 1405년부터 1433년까지 7회에 걸쳐 대선 62척과 선원 27,800명의 선단을 지휘하여 30여 개국을 항해 하였다. 콜럼버스보다 87년이나 먼저였다고 한다. 돌아오면서 아프리카의 목이 긴 신기한 동물을 잡아 왔는데 전설속의 기린을 연상케 한다고 기린이라 부르게 되었다.

기린은 상서롭고 뛰어난 동물로 추앙되어 다양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고려시대에 왕 호위군을 ‘기린군(麒麟軍)’이라 했다. 조선시대에는 관복에 부착하는 흉배 중에서 기린흉배는 대군(大君)이상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슬기와 재주가 남달리 뛰어난 젊은이를 가리켜 ‘기린아(麒麟兒)’라고 한다. 

기린초의 뿔모양
기린초 뿔모양

 

기린초는 돌나물과에 속하며 속명 세덤(sedum)은 라틴어의 sedes‘앉는다’ ‘자리’라는 뜻으로 바위위에 자리 잡고 착생한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전 세계에 600여종, 대한민국에는 기린초, 섬기린초, 애기기린초 등 16종이 서식한다. 줄기는 6개정도 모여 나면서 아래쪽이 구부러지고, 붉은색과 녹색이다. 초장은 10~25cm다. 잎은 어긋나며 길이 2~7cm, 폭 3.0cm정도이고 잎자루가 없다. 원줄기 끝에 꽃이 피는 우산모양의 취산꽃차례(聚揀花序)로 꽃잎은 다섯 갈래로 퍼져 황금빛 찬란한 별꽃이 된다. 

생약명으로 비채(費菜). 백삼칠(白三七), 양심초(養心草)라고 한다.
지혈, 이뇨, 진정, 소종 등의 효능이 있으며 혈액 순환을 돕고, 가슴이 울렁거리는 증세, 타박상, 종기의 치료에도 쓰인다.

꽃말은 ‘소녀의 사랑’ ‘기다림’이다. 소박하고 때 묻지 않은 사랑, 아무 조건 없는 다정한 사랑, 보고 있으면 편안함을 주는 사랑, 이러한 진솔한 소녀의 사랑을 엿볼 수 있고 가늠하여 진다. 그 순결한 자태와 평화로운 자태에서 기다림이 있고, 그 사랑이 기다려진다. 힘든 세상에 희망을 주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기린아(麒麟兒)가 많이 나오기를 기다려진다.

기다림의 시간은 아름답고 설레인다. 소녀의 사랑은 멋진 기린아를 만나서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국군을 ‘기린군’ 이라 칭하고 싶다. 대한민국에 다시는 6.25같은 동족상잔의 전쟁이 없어야한다. 평화는 힘이 있을 때 찾아온다. DMZ를 지키는 뜨거운 열정의 젊은 군인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이 평화롭다. 든든하다. 그들을 응원하고 사랑을 보내주자.

<필자 약력>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한국야생화사회적협동조합 본부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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