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사진=연합뉴스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김치와 와인을 고가로 매입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태광」소속 19개 계열사가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 합리적 고려나 비교없이 대규모로 와인을 구매한 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1억원을 부과하고 이호진(동일인), 김기유(그룹 경영기획실장), 태광산업·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를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기업집단「태광」의 이호진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사실상 통괄하는 구조 하에서, 전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생산한 김치를 고가(19만 원/10kg)에 무려 512톤, 95.5억원어치 구매토록 했다.

휘슬링락CC는 2011년 개장 이후 계속된 영업부진에 따라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해왔다.  2013년 5월 휘슬링락CC가 총수일가 100% 소유회사인 티시스에 합병돼 사업부로 편입되면서 티시스 전체의 실적까지 악화시키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에 다수의 총수일가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김기유씨는 동일인 이호진의 지시·관여 아래 티시스의 실적 개선을 위해 2013년 12월 휘슬링락CC로 하여금 김치를 제조해 계열사에 고가로 판매하기로 계획했다. 휘슬링락CC는 2014년 4월 강원도 홍천군 소재 영농조합에 김치 제조를 위탁해 김치를 대량 생산했다.

김씨는 2014년 5월 그룹 경영기획실이 설치되자 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각 계열사에 김치단가(19만원/10kg)를 결정하고 구매수량까지 할당해 구매를 지시했다.

계열사들은 휘슬링락CC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명목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특히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들은 김치구매 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치는 10kg 단위로 포장돼 임직원 주소로 택배 배송됐다. 또한 2015년 7월부터는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전용 사이트 ‘태광몰’을 구축해, 김치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임직원들에게 김치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19만점)를 제공한 후 임직원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주소를 취합해 휘슬링락CC에 제공하고, 휘슬링락CC가 김치를 모두 배송하고 나면 김치포인트 19만점을 일괄 차감했다.

김치구매 포인트 상당의 금원은 각 계열사가 복리후생비 또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이용해 휘슬링락CC에 일괄 지급했다.

휘슬링락CC가 제조한 김치는 투입재료, 생산방식, 유통방식 등을 고려하면 시중 가정용 김치 거래가격에 비해 현저히 고가로 됐다.

배추김치의 경우 씨제이 비비고김치 약 6,500원/kg, 대상 깔끔시원 김장김치 약 6,100원/kg 인것과 비교해 태광의 '회장님표' 김치는 2~3배 비싼 것이다.

휘슬링락CC 김치의 영업이익률(43.4%~56.2%)은 2016년~2017년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3%~5%)의 11.2~14.4배에 달했다. 

태광그룹은 또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메르뱅으로부터 대량의 와인 46억원을  합리적 고려나 비교과정 없이 구매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르뱅은 2008년 김 회장 등 총수일가가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와인 소매 유통사업을 영유하고 있다.

2014년 7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설, 추석) 선물로 지급할 것을 각 계열사에 지시했다. 

이에 각 계열사들은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으로 메르뱅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 등에게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태광 전계열사들은 와인 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부당이익제공 행위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편법적 경영권 승계 등 경제력 집중 우려가 현실화되고, 골프장·와인유통 시장의 공정경쟁까지 저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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