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U-20 병역특례 가능할까
[팩트체크] U-20 병역특례 가능할까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06.19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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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에서 이강인이 첫 골을 넣은 뒤 동료 선수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에서 이강인이 첫 골을 넣은 뒤 동료 선수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U-20 청소년 대표팀이 극적으로 세네갈을 이기고 준결승에 진출하였습니다. 이 값진 승리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주고 국위를 선양한 승리였습니다. 만약 결승에 진출한다면 우리 선수들에게 우리나라 남자 축구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오르는 것이고 200여 개의 나라 중 최고를 가리는 경기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U-20 청소년 월드컵 결승에 오른다면 병역 혜택을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 20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이 U-20 FIFA 월드컵 4강전에서 세네갈을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둔 다음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지난 16일 우크라이나에 패하며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린 기특한 어린 선수들에게 병역을 면제해주자는 주장은 상당한 지지와 반발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20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병역특례가 실제로 가능한 것일까? <뉴스로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원칙적으로는 U-20 FIFA 월드컵은 병역특례 대상 대회가 아니다. 병역법 시행령 제68조의 11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이상 입상한 경우 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자격이 주어진다. 체육요원으로 편입한 뒤에는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이수한 뒤 해당 분야의 선수나 지도자로 34개월간 복무해야 한다. 또한, 해당 분야의 특기를 활용해 544시간의 봉사활동도 해야 한다.

◇ 대통령령, 정부입법 통해 병역특례 가능

다만 정부의 의지가 있다면 병역혜택을 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병역법 시행령은 국회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정부 입법이나 대통령령을 통해 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병역법 시행령 체육요원 관련 규정은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쳤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이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격려차 선수대기실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당시 주장이었던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는 “다음에 2006년 월드컵에도 이러한 기쁨을 줄 수 있으려면 저희 선수들 병역문제가 걸려 있는데 대통령님께서 특별히 신경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직접 건의한 바 있다.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라면 감히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4강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적과 여론의 지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결국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령으로 월드컵 16위 이상 입상자에게 체육요원 복무자격을 주도록 했다. 2006년에도 야구 국가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에 진출하자 ‘WBC 4위 이상 입상자’가 병역 특례 규정에 추가됐다. 하지만 이후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2008년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으로 병역특례 대상이 축소됐다.

따라서 20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의 병역면제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결단에 달려있다. 문제는 병역은 매우 민감한 문제인 만큼 병역법 시행령 개정을 위해서는 상당한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이나 2006년 WBC와 같은 국민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킨 사례는 흔치 않다. 게다가 이로 인해 확대된 규정도 이후 형평성 논란으로 결국 다시 축소됐다.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1년 전(아래)과 현재(위)의 여론이 판이하게 다르다. 자료=리얼미터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1년 전(아래)과 현재(위)의 여론이 판이하게 다르다. 자료=리얼미터

◇ 갈대처럼 흔들리는 병역특례 여론

그렇다면 20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의 병역면제에 대한 국민 여론은 어떨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성인 남녀 504명에게 조사한 결과, ‘국위를 선양한 선수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55.2%로 ‘운동선수에게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이므로 확대에 반대한다’는 응답(36.6%)보다 높았다. 세부적으로는 30대와 대전·충청·세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층에서 찬성 의견이 더 많았다.

문제는 병역특례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반대 의견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병역특례에 대한 여론이 항상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해 9월5일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병역특례 대상·수혜자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28.6%)이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13.3%)의 두 배가 넘었다.

이는 당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국가대표팀 소속 일부 선수가 병역특례를 노리고 입대를 미뤘다는 논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시 대표팀은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야구팬들은 “차라리 은메달을 따기를 바랐다”고 말할 정도로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결국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병역특례 대상을 확대한다”는 것 또한 정답이 아닐 수 있다. 현재는 우수한 성적을 거둔 어린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또다른 이슈가 발생하면 언제 여론의 방향이 뒤바뀔지 모른다. 설령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부가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하더라도 2008년의 사례처럼 형평성 논란에 부딪혀 없던 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누적점수제', '분할복무제'... 각양각색 병역특례 아이디어

병역특례와 관련된 소모적 논쟁을 체육요원 병역특례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규정과 함께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병역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면서도 선수생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병역특례에 대한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면서 분할복무제, 누적점수제, 기부금 군면제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된 바 있다.

실제 국회에는 다양한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돼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지난해 올림픽이나 국제대회 수상 등으로 예술·체육 요원으로 편입된 사람은 해당 분야 지도자 자격으로 군 복무를 이행하고, 복무 시점은 최대 50세까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체육요원들 또한 합숙 형태의 복무를 함으로서 일반 장병들의 심리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한편, 입대 연기 상한 연령을 높여 선수생활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 또한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됐던 누적점수제를 도입하고 병역특례 수혜자의 연간 총 정원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단 한 차례의 입상에 따른 ‘로또특례’를 방지하고, 여러 차례의 세계대회 성적을 누적 평가해 병역 혜택 여부를 판단하자는 것. 또한 축구·야구 등 특정 인기종목에 혜택이 집중되는 현상을 개선하고 병역 자원 감소 추세를 반영해 예술·체육 특례 요원의 연간 총 정원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 '국위선양'이라는 기준의 추상성

배재대학교 한승백 교수는 지난 3월 발표한 “상상된 공동체 개념을 통해 본 운동선수의 병역특례와 정체성의 정치”에서 병역특례 기준은 결국 추상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운동선수의 병역특례 기준은 국위선양이란 추상성에 대한 공동체의 인정이다. 현실에서 지적되는 병역특례의 문제점에 대해 아무리 형평성이나 당위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더라도 국위선양이란 추상적 감각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마땅히 병역특례의 수혜를 받을만한 대상으로서 인정받기 힘들다. 운동선수의 병역특례 제도는 국위선양이란 추상성에 대한 국민국가 수평적 공동체의 인정이 그 본질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병역특례를 ‘국위선양’이라는 불분명한 성과에 대한 포상의 개념으로 접근할 때,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가라앉을 수 없다. 지금까지 병역특례에 대한 모든 사회적 논의는 포상의 구체적 기준을 확립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국위선양의 기준은 구체적일 수 없는 데다, 일시적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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