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추이. 자료=리얼클리어폴리틱스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추이. 자료=리얼클리어폴리틱스

[뉴스로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재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계의 분위기도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선 출정식 선수를 빼앗긴 민주당 또한 쟁쟁한 당내 인물들을 중심으로 경선 흥행을 다짐하는 분위기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경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무려 24명이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고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대결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당내 진보파로 한때 힐러리의 러닝메이크로 거론됐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경선 레이스를 향해 속도를 올리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NBC가 주관하는 첫 TV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뉴스로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가 될 민주당 내 주요 후보들 중 3강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 세 사람의 정치경력과 대선 후보로서의 강점과 약점을 짚어봤다.

조 바이던 전 미국 부통령.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던 전 미국 부통령. 사진=연합뉴스

◇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현재 민주당 내 경선레이스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것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다. 1973년부터 2009년까지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며 델라웨어주의 터주대감으로 지내온 바이든 전 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러닝 메이트로 2008년 대선에 참가, 부통령이 되며 워싱턴에 입성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강점은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내며 쌓은 높은 인지도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적 정치성향으로 폭넓은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전임 정권을 그리워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오바마 향수’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민주당 후보 중 가장 압도적인 성적을 보이고 있는 점이 트럼프 시대를 끝내고자 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폭스뉴스가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 대결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49% 대 39%로 10%p의 격차를 내며 승리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9%p)만이 비슷한 격차를 냈을 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2%p),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1%p), 피트 부티지지 사우스헨드 시장(1%p)에 비해서는 확실한 우위에 있다.

반면 올해 초 제기된 미투 논란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가장 큰 약점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공식 행사장 등에서 여성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고백이 이어지면서 피해자임을 밝힌 여성이 7명에 이르렀고, 당내에서도 바이든 회의론이 확산된 것.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내세워야 할 민주당 대선후보가 미투 논란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청년 및 여성 지지자들의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다. 아직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은 확고하지만 향후 대선 과정에서 공화당 측에 빌미를 제공할 여지는 남아있다.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 사진=연합뉴스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 사진=연합뉴스

◇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지난 2016년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맞붙었던 샌더스 의원도 경선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일컫는 샌더스 의원은 당내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정치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고령에도 불구하고 젊은 민주당원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샌더스 의원의 강점은 현재 미국 정치권에서 가장 왼쪽에 위치한 그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미국 대중들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부자 증세, 최저임금 인상, 의료보험 및 사회보장 확대, 학비 감면, 친환경적 뉴딜 정책 등, 그가 주장해온 정책들은 붕괴되고 있는 미국 중산층 유권자들이 신선함을 느낄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감세와 오바마케어 폐지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가장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후보라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게다가 샌더스 의원이 오랜 정치생활 동안 태도변화 없이 일관된 주장을 펴왔다는 점도 유권자들의 신뢰를 살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인종차별에 반대하다 경찰에게 체포당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동해왔으며, 의회 발언 기록 및 투표기록, 신문기사 및 버몬트 주민 증언에서도 이렇다 할 약점을 노출한 적이 없다.

다만 이처럼 당내에서도 독특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보니 ‘이상주의자’,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오랜 민주당원의 경우 그의 주장을 너무 급진적이라고 느낄 수 있어 대선에서 ‘잡아놓은 물고기’를 놓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한 2016년 경선에서 버스나 비행기 이코노미석 등을 이용하며 친서민적인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최근 고가의 별장 구입 논란이 터지면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샌더스 의원 측은 가족이 보유 중인 메인주 별장을 팔고 그 돈으로 새 별장을 구매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자칭 ‘사회주의자’의 처신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초 10%p 안팎이ᄋᅠᆻ던 샌더스 의원과 바이든 전 대통령 간의 격차는 최근 16.9%까지 벌어졌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사진=연합뉴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사진=연합뉴스

◇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샌더스 의원보다는 낮지만, 워런 의원의 최근 상승세도 주목할만 하다. 샌더스 의원과 같이 당내 진보파로 분류되는 워런 의원은 월가와 대기업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다만 정치경력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조금 짧은데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파산법을 강의하다 지난 2013년 매사추세츠에서 상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경력은 짧지만 2016년 상원 군사위원회에 몸담으며 외교·안보 경험을 쌓는 등 착실하게 대선을 준비해왔다. 특히 지난 2016년에는 당내 경선에서는 보수성향의 힐러리 출마에 위기감을 느낀 진보성향 당원들이 워런 의원의 출마를 종용했을 정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싸움꾼’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위 높은 비판 발언을 통해 트럼프 정권과 월가를 몰아세우며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만 샌더스 의원과 정치적 스탠스가 비슷해 당내 진보성향 지지자들의 표가 분산될 우려가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실제 두 후보는 지난해 말 당내 경선 출마 여부를 두고 회동을 벌였으나 결국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여성 후보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암묵적인 견제도 워런 의원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원주민 혈통 논란도 워런 후보의 발목을 잡는 이슈 중 하나다. 워런 의원은 과거부터 자신이 체로키 원주민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며 소수인종을 대변하는 정치인이라고 자임해왔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워런 의원이 소수민족에게 주어지는 특혜를 노리는 비열한 정치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워런 의원은 하버드 로스쿨 임용 당시 백인이 아닌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분류돼 소수인종 가산점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런 의원이 진짜 원주민의 후손이라면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공격하자, 워런 의원은 지난해 6대~10대 선조 중 원주민 조상이 존재했다는 DNA 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역공을 펼쳤다. 하지만 이 결과는 워런 의원이 미국 백인 평균 수준의 원주민계 유전체를 가졌을 뿐이라는 의미여서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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