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가치는 옳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금지가 돼선 안 된다”

위 발언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9일 민생투어의 일환으로 부산상공회의소를 찾아 중소·중견기업 대표들을 만나 한 말이다. 황 대표는 외국인과 내국인의 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며 법개정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혐오발언이라는 비판이 뒤따랐지만, 황 대표는 오히려 “제 얘기의 본질은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하자는 게 아니라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라며 “터무니없는 비난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외국인·내국인 노동자 간 임금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주장은 황 대표가 처음 제안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외국인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습제’를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또한 지난 2015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선진국들도 가보면 싼 맛에 외국인 근로자를 쓴다.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나라도 많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등적용이 실제로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고 경제를 살리는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뉴스로드>는 해외 사례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등 적용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알아봤다.

캐나다 최대 은행인 캐나다왕립은행(RBC)는 2013년 내국인 정규직원 45명을 해고하고 이를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해 여론의 반발을 샀다. 사진=CBS방송화면
캐나다 최대 은행인 캐나다왕립은행(RBC)는 2013년 내국인 정규직원 45명을 해고하고 이를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해 여론의 반발을 샀다. 사진=CBS방송화면

◇ 캐나다 TFWP의 역효과: RBC 사례

외국인과 내국인의 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2015년 권 의원 발언 당시 JTBC는 “선진국 중에 최저임금제를 아예 도입하지 않은 곳은 있어도, 도입한 곳 중에 외국인과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또한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이라고 해서 최저임금을 더 낮춰서 지급한다든가 하는 (국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단 한 건의 사례도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외국인 임금 차등적용을 제도화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캐나다다. 캐나다는 지난 2002년부터 기피 직종이나 전문 기술을 요하는 직종의 노동력 수급을 위해 임시 외국인 근로자 제도(TFWP, Temporary Foreign Woker Program)를 도입, 운영해왔다. TFWP는 농업, 가사보조, 단순노무, 고급기술인력의 4개 직업군으로 나뉘며, 고용주는 일정 기간 채용공고 후에도 인력 수급이 어려운 경우 캐나다 인적자원기술개발부에 허가를 얻어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다. 

TFWP의 특징 중 하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내국인에 비해 최대 15% 낮은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던 고용주들은 인건비 절감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TFWP를 적극 활용했고, 덕분에 TFWP를 통해 캐나다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는 2002년 10만명에서 2012년 연간 34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때문에 캐나다 내에서는 오히려 내국인 근로자의 실업률이 올라가고, 전반적인 임금 수준이 하락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내 여론이 TFWP에 대해 등을 돌리는 흐름에서 2013년, 프로그램의 전면 수정을 이끄는 사태가 벌어졌다. 캐나다 최대 은행인 캐나다왕립은행(RBC, Royal Bank of Canada)이 2013년 3월 45명의 정규직원을 해고하고, 인도 외주업체 아이게이트(iGATE)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한 것.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조치였지만, 내국인 정규직을 해고하고 임시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한 사실에 캐나다 국내 여론은 크게 들끓었다.

당시 한 RBC 직원은 당시 캐나다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 끔찍하다. 은행은 엄청난 수익을 기록하면서도 이런 조치를 단행했다”며 “그들은 이번 결정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는 마치 코끼리 등에 붙어있는 벼룩 같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집권 보수당을 이끄는 스티븐 하퍼 총리가 TFWP 개정을 약속했고, 캐나다 이민부와 노동부는 사태가 벌어진 지 한 달 뒤인 4월 29일 세부적인 수정안을 발표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한 임금을 지불하도록 해 인건비 절감효과를 없애고, 외국인 채용을 위해 필요한 노동시장의견서(Labour Market Opinion, LMO) 발급 비용도 무료에서 275캐나다달러로 인상했다. 또한 고급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10일 안에 LMO를 발급해주던 A-LMO(Accelerated LMO) 프로그램도 잠정 중단됐다. 

사진=고려대학교 이한상 교수 페이스북
사진=고려대학교 이한상 교수 페이스북

◇ 내외국인 임금 차등적용? “인권감각은 0, 경제감각은 –100”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등 적용은 애초에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 근로기준법에 위배돼 현실성이 높지 않은 발상이다. ILO 협약 111호는 “고용 또는 직업에 있어서의 기회 또는 대우의 균등을 무효로 만들거나 손상시키는 효과가 있는, 인종․피부색․성별․종교․정치적 견해․출신국 또는 사회적 출신에 기초하여 행하여지는 모든 차별, 배제 또는 우대”를 금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ILO가 지정한 8개 핵심협약 중 하나로 우리나라도 비준했다.

근로기준법 6조 또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물론 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등 적용이 현실화될 수 있다. 실제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8일 언어구사능력이 떨어져 농업, 임업 및 어업 등의 분야에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사유로 근로능력 및 노동생산성이 낮은 사람은 최저임금적용 제외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들이 내외국인 임금 차등이 가져올 나비효과에 대해서는 충분한 심사숙고 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이한상 교수는 지난 19일 “답답하다. 인종 차별 논란은 둘째 치고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을 법으로 낮게 만들면 당근 사업하는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 쓰지 내국인 고용할까? 우리나라 바닥 서민 다 죽이자는 발언인데 좋다고 박수 치는 사람들이 있고... 이분은 인권 감각도 0이지만 경제 감각은 가히 –100이구나”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평소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소년만화적 정의감”이라고 비판해온 이 교수마저 황 대표의 주장에는 등을 돌린 셈이다. 

이 교수의 지적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캐나다처럼 내국인 노동자들이 값싼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되는 사태가 재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인건비를 낮춰주자는 단순한 대안보다는 다양한 파급효과를 염두에 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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