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아트센터의 ‘착한 사마리아’
에이블아트센터의 ‘착한 사마리아’
  • 홍성호 기자
  • 승인 2019.07.02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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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호 작가의 그림 '새와 꽃'. 사진=에이블아트센터 홈페이지
박길호 작가의 그림 '새와 꽃'. 사진=에이블아트센터 홈페이지

[뉴스로드] “인간의 순진무구한 에너지를 그대로 쏟아내는 장애인들의 원초적 생명력과 지적 장애인들이 펼쳐내는 무한한 상상력이 오히려 병든 세상을 치유할 것으로 믿는다.” 

국내 에이블아트 운동의 선구자로 꼽히는 장병용 목사(수원등불교회)의 말이다. 국내 최초의 장애인 문화예술 전문 공간인 에이블아트센터는 ‘가능성의 예술’, ‘장애의 예술’을 지향한다. 또 장애인의 문화예술교육과 활동을 지원하고, 다양한 표현 활동을 통한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한다. 

에이블아트는 대안예술공동체로서 우리 사회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이곳에서 장애인들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예술가로 거듭난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 첫째가 설립 이념이고 열린 방식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에이블아트센터는 시각예술팀과 공연예술팀으로 나눠 발달장애인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에이블아트센터 관계자는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발달장애인들은 독특한 의사결정과 소통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수성이 고유한 예술작품으로 발현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곳 선생님들은 장애인의 길라잡이다. 장애인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표현해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이끌어준다. 이곳의 장애인 부모들도 그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 행동한다.

2017년 7월 열린 에이블아트 스튜디오 단체 전시회. 사진=에이블아트센터 홈페이지
2017년 7월 열린 에이블아트 스튜디오 단체 전시회. 사진=에이블아트센터 홈페이지

방송작가인 박구홍씨는 가시고기 아빠다. 자폐증이 있는 아들 박길호군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국내 특수학교에서 캐나다까지 방방곡곡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그러다가 에이블아트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이곳에서 박길호군은 예술가로서 재능을 인정받았고 현재 주목받은 화가로 성장했다. 

박길호 작가의 작품은 독특하다. 단순히 독특한 차원을 넘어 매우 원초적이고 강렬하다. 박길호 작가전시회에서 그림을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노르웨이 화가인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를 연상시킨다”고. 하지만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뭉크의 절규에서는 불안감과 혼돈의 느낌을 받지만 박길호 작가의 그림은 순수함과 밝은 기운이 느껴진다.  

이에 대해 박구홍씨는 “나는 길호를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늙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길호는 영원히 늙지 않는 아이다. 길호가 그림을 그리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시나브로 나 또한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에이블아트센터에는 박길호 작가 외에도 이마로, 김미라, 김소원 작가 등 여러 장애인 예술가들이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헬로우샘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사진=에이블아트센터 홈페이지
헬로우샘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사진=에이블아트센터 홈페이지

공연예술팀도 사회와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35명의 발달장애아동으로 구성된 ‘헬로우셈(hello! SEM) 오케스트라’는 에이블아트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주관하는 연주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오고 있다. 

2013년 10월 창단된 헬로우샘오케스트라는 특별하고(Special) 재능있는(Excellent) 음악인(Musician)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초기에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하는 오케스트라로 관심을 모았지만 현재는 발달장애아동만으로 구성돼 있다. 이유는 장애아동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다. 함께 연주를 할 경우, 비장애아동이 장애아동의 개성에 맞춰가거나 장애아동의 특수한 개성을 죽이는 문제가 종종 발생해 장애아동만으로 구성하게 된 것. 

에이블아트센터는 장애-비정상, 비장애-정상이라는 통념을 깨는 곳이다. 실제로 장애인이 주체가 된 예술 활동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생명과 사랑과 평화, 더불어 삶이 존재하는 공동체, ‘에이블아트센터’. 이곳의 장애인들은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고 나누려고 한다. 참 아름다운 열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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