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무자격 부모, 상속권 박탈 가능할까
[팩트체크] 무자격 부모, 상속권 박탈 가능할까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07.02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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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친모의 친권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친모의 친권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뉴스로드] "천안함때도 세월호때도 이런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키우지 않고 낳기만한 사람도 부모라고 그쪽으로 상속이 갔다고 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모르는 사람보다 더하게 산사람에게 어떻게 자격이 있다는 것입니까? 사는 게 힘들어서 몇년 연락이 없을 수도 있다고 치더라도 10년, 20년이 넘으면 친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19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친모의 친권을 박탈해달라는 기구한 사연의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이 지난달 4일 역주행 화물차에 치여 사망한 예비신부 A씨의 사촌언니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동생을 전혀 부양한 적 없는 친모가 사고 이후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원인은 자신의 외삼촌이 이혼 후 곧 사망해 한 살배기 사촌동생 A씨가 홀로 남자 자신의 가족이 데려와 양육했으며, 친모는 양육비는커녕 새로 결혼한 남편과 새 자식들에게 A씨의 존재를 숨기려고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이어 A씨가 사고로 숨을 거두자 갑자기 친모가 나타나 A씨가 재직 중이던 회사와 보험사를 돌아다니며 사망보험금을 신청하고 있다며, ”이렇게 슬픈 상황에서 키우지도 않은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아이의 목숨값을 여기저기서 타내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이 언급했듯이 부양의무를 소홀히 한 부모가 자녀의 사망 이후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하는 경우는 종종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여론의 공분을 사곤 했다.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에도 순직 장병의 친모 B씨가 28년 만에 나타나 친권을 주장하며 군인사망보상금과 유족성금 등의 절반을 나눠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 부양의무 불이행, 상속결격사유 포함 안돼...

이처럼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채 권리만 주장하는 무자격 부모들의 상속권은 인정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자신이 버린 자녀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에서는 용납받을 수 없다. 하지만 법적 기준에 따르면 부양의무 불이행은 상속권 결격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민법 1000조는 피상속인의 ①직계비속 ②직계존속 ③형제자매 ④4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으로 상속 순위를 규정해, 혈연을 상속의 근거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상속권이 있다 하더라도 상속권 결격사유가 있을 경우 순위에서 배제될 수 있다. 

민법 1004조는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를 상속결격자로 규정하고 있다.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는 결격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현행법으로는 딸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해달라는 친모의 비정한 요구를 거부할 방법이 없다는 것. 실제 국민청원 사례의 경우 숨진 A씨는 아직 결혼 전이라 배우자와 자녀(직계비속)도 없는 상황이라 친모(직계존속)가 상속 1순위인 상황이다.

실제 천안함 순직 장병의 친모 B씨도 결국 군인사망보상금 일부를 지급받았다. 당시 친부 C씨는 상속재산 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한 B씨에 대해 양육비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국 이를 취하했다. 법원이 C씨는 B씨에게 군인사망보상금 1억5000만원을 지급하고 B씨는 매달 받는 군인연금의 절반을 포기하라고 조정했고, 양측이 이를 받아들인 것. C씨는 아들을 생각해 합의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지난 3월 부양의무 불이행을 상속결격사유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발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지난 3월 부양의무 불이행을 상속결격사유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발의했다. 사진=연합뉴스

◇ 무자격 부모의 상속 요구, 입법으로 막을 수 있나

그렇다면 부양의무 불이행을 상속권 결격사유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는 없었을까? 실제 국회에는 이러한 취지의 법안이 여러 개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지난 2015년 재산을 증여받은 자녀가 부모를 잘 부양하지 않거나 학대할 경우 재산을 다시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불효자 먹튀 방지법을 대표발의 했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 또한 자녀 부양의무를 소홀히 한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부양의무소홀방지법을 지난 3월 발의했다.

하지만 이러한 입법 시도가 실효성 있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이 문제를 다루면서 부양의무 소홀을 상속권 결격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 

결혼생활 5년 만에 이혼한 뒤 홀로 양육해온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D씨는 전남편 E씨에 대해 딸의 기여분 결정 및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제기했으나 대법원까지 가서도 모두 기각당했다. D씨는 딸의 은행예금 800만원과 사망보험금 약 2억3천만원에 대한 자신의 기여분을 90%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D씨는 이후 E씨가 아버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상속결격자에 해당한다며 상속받은 금액에 대한 반환을 청구했으나 이마저도 기각당했다. D씨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헌재. D씨는 2017년 부양의무를 불이행을 상속결격사유로 포함시키지 않은 민법 1004조 1항 2호가 자신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헌법 36조 1항 및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헌재의 답은 D씨의 바램과는 달리 ‘합헌’이었다. 헌재는 “상해치사의 범죄행위를 한 자의 상속자격을 박탈하도록 한 것은, 상속인과 피상속인을 연결하는 윤리적·경제적 협동관계를 파괴한 자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여 그와 같은 상속인의 파괴행위로부터 피상속인과 가족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직계존속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 그것이 피상속인에 대한 살인·살인미수 또는 상해치사 등과 동일한 수준으로 상속인과 피상속인을 연결하는 윤리적·경제적 협동관계를 파괴하는 중대한 범법행위 또는 유언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정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헌재는 “개별 가족의 생활 형태나 경제적 여건 등에 따라 부양의무 이행의 방법과 정도는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부양의무 이행’의 개념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며  “직계존속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상속결격사유로 본다면, 과연 어느 경우에 상속결격인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 이에 관한 다툼으로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하여 상속관계에 관한 법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상속결격사유를 규정한 민법1004조에 대한 위헌소송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상속결격사유를 규정한 민법1004조에 대한 위헌소송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부양의무 불이행을 살인·상해나 유언조작과 같은 수준의 부정행위로 보기 어려운 데다, 이를 결격사유로 포함시킬 경우 법적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입법적 곤란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 만약 상속인들 간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다른 상속인의 부양의무 소홀을 비난하며 상속권을 박탈하려는 시도가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헌재가 단순한 법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난점 또한 고려해 내린 판결인 만큼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들이 원안 그대로 통과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법무법인 태승의 이우리 변호사는 지난해 ‘가족법연구’에 게재한 “부양의무를 불이행한 부모의 상속결격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부양의무 이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부분에 있어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고, 결국 부양의무를 불이행한 자가 형식적 신분관계로 인하여 상속을 받게 되는 불공평한 상속의 문제는 부양의무 불이행을 상속결격사유로 규정하는 입법적 접근으로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변호사는 “점차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통적인 가족 관념이 해체됨에 따라 가산 형성에 대한 기여를 청산한다는 측면과 피상속인 사후 유족에 대한 부양을 지속한다는 측면이 상속의 주요한 근거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우리의 상속제도는 기여분과 유류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온 것”이라며 “공평한 상속을 희망하는 상속인들의 바람은 변함없으나, 무엇이 공평한 상속인지에 대한 관념은 시대상이 변함에 따라 변화한다. 따라서 상속제도 역시 사회상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발전하여야 하는 것이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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