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로드] 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깜짝 DMZ 회동을 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일부 후보들은 이번 회동을 ‘사진촬영회’라고 비하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의 체면을 살려주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넘어서야 하는 민주당 후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적 시도들을 부정하며 스스로를 대항마로 내세우기 위해 독설을 퍼붇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외교·안보에서도 전임 오바마 정부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걸어온 만큼, 북핵협상 또한 민주당 후보들의 주요한 비판 타깃 중 하나다. 

그렇다면 민주당 후보들의 대북관은 어떨까? 각 후보들의 대북정책이 미 대선을 판가름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로서는 북핵문제와 관련해 한미공조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관심사다. <뉴스로드>는 트럼프·김정은 DMZ 회동에 대한 민주당 후보들의 평가와 과거 대북정책 관련 발언들을 알아봤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사진=연합뉴스

◇ 조 바이든, 트럼프  DMZ 회동 맹비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973년 상원에 입성한 뒤 2008년까지 35년간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면서 외교위원회와 법사위원회 등에서 활동해온 경력을 가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외교·국방 분야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을 정도로,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군 중에서는 외교 관련 경력이 가장 두드러진다. 또한, 지난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북한문제를 이란, 이라크와 함께 차기 대통령이 처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과제 중 하나로 꼽았을 만큼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북미 정상의 DMZ 회동에 대해 대변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국익을 희생하면서 독재자를 애지중지하고 있다. 이는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우리의 가치들을 전복시키는 가장 위험한 방법 중 하나”라고 비난했다. 

실제 그가 부통령으로 재직했던 오바마 정부는 대화 보다는 무시에 가까운 ‘전략적 인내’로,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증거를 가져올 때까지 경제제재를 지속하며 대화를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2011년 북미는 핵활동 중단과 식량지원을 맞바꾸는 2.29 합의를 도출했지만, 북한이 4월13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불과 한 달 전 약속도 지키지 않는 북한 정권에 식량지원을 하기는 어렵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결국 오바마 정부는 이란을 상대로 협상을 통해 핵합의를 이끌어낸 것과는 달리, 북한을 상대로는 정반대의 노선을 취했다.

오바마의 계승자 이미지로 진성 민주당원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이어받을 가능성은 높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의 모든 정책을 거꾸로 뒤집고 있으며, 외교안보분야에서도 오바마 정부 시절 타결된 이란과의 핵합의를 탈퇴하고 북한과는 대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마찬가지로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거꾸로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5월 4일(현지시간) ABC뉴스의 '디스위크'(This Week)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ABC뉴스 방송화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5월 4일(현지시간) ABC뉴스의 '디스위크'(This Week)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ABC뉴스 방송화면

◇ 버니 샌더스 "사진 촬영보다 실속있는 외교 필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주된 관심사 및 공약은 경제적 정의, 복지 등의 이슈에 치우쳐 있다. 하지만 과거 몇 차례 북한 문제에 대해 발언을 한 적이 있으며, 이번 DMZ 회동과 관련해서도 민주당 내에서 가장 온건한 발언을 한 후보 중 하나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달 30일 ABC뉴스의 프로그램 ‘디스위크’(This Week)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적과 함께 앉아 협상하는 것은 아무 문제 없다. 나는 그것이 사진촬영회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이다. 우리는 진짜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속없는 회동이라는 비판이지만 협상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는 점에서 다른 민주당 후보들과는 차별화되는 반응이다. 

샌더스 의원은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 샌더스 의원은 지난 5월4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올바른 결정”이라며 “(대북정책은) 내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는 부분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샌더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외교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특히 국가 원수 간의 1대1 회담으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주변국과의 협조를 통한 다자적 해결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던 당시, 샌더스 의원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과장된 수사는 수백만명을 죽일 수도 있는 핵전쟁의 가능성을 다루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북한의 핵무기 발전 및 미사일 능력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국무부는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진지한 인재들이 필요하다”며 “지금 우리의 과제는 중국을 비롯해 역내 및 전 세계의 동맹국들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포괄적인 외교전략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럼프-김정은 DMZ 회동에 대해 강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사진=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트위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럼프-김정은 DMZ 회동에 대해 "사진촬영회"라며 강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사진=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트위터

◇ 워런, "대북 선제 타격 반대, 외교로 해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샌더스 의원과 민주당 내에서 가장 왼쪽에 서 있는 대선 후보로 꼽히지만, 이번 DMZ 회동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워런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영향력을 사진촬영회에 낭비하거나, 무자비한 독재자와의 러브레터를 주고 받아서는 안된다”며 “미국의 안보를 도모하고 동맹국을 지키며 인권을 옹호하는 원칙 외교를 통해 북한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런 의원이 북한과의 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워런 의원은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이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친구가 아닌 상대들과도 협상은 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외교의 일부”라면서도 “미국은 외교에 관여하기 위한 도구를 재건시켜 이를 현명한 방법으로 사용해야 한다. 단순한 사진 촬영에 이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에는 한국을 방문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평화를 위해 협상 노력은 계속해야 하지만, 실질적인 진전이 필요하다는 것.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를 인정하는 샌더스 의원과 달리, 워런 의원의 입장은 ‘선 비핵화 후 협상’에 치우쳐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런 의원은 싱가포르 회담 전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진심으로 비핵화를 이행하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어떤 조치도 약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기로 합의한 것은 경솔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워런 의원이 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시점에서 선제타격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것. 워런 의원은 2017년 10월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민주당)이 발의한 의회 승인 없는 군사작전에 대한 예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에 이름을 올린 7명의 상원 의원 중 한 명이다. 2018년 2월에는 8명의 상원의원이 의회 승인 없는 대북 선제타격은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는데, 워런 의원도 그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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