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기원특별연재]DMZ야생화⑦ 휴전선의 '잠든 별'
[통일기원특별연재]DMZ야생화⑦ 휴전선의 '잠든 별'
  • 정연권
  • 승인 2019.07.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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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수염
까치수염

 

새벽안개가 자욱하다. 아니 춤추는 운무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작은 새소리가 고요의 정적을 깨트린다. 신비로운 풍경에 신선(神仙)을 만날 것 같다. 보일 듯 말 듯 아련한 형체다.

하얀 꽃무리를 만났다. 작은 꽃이 뭉쳐서 밑에서 피어 올라가면서 완만히 휘어지는 고혹적 자태였다. 상큼하면서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가 살포시 안기어 왔다.

맑은 영혼의 꽃향기는 신선(神仙)이였다. 가녀린 이삭처럼 늘어지며 피어난 앵초과의 ‘까치수염’이였다. 이름이 ‘까치수염’과 ‘까치수영’ 두 가지의 의견이 팽팽하다.

까치수염이라는 학설은 꽃 이삭이 흰색으로 까치 날개의 흰색 무늬를 닮았는데 까치의 수염 같다는데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까치수염 군락.
까치수염 군락.

 

까치수영 학설에는 까치에는 수염이 없으니 까치수영이 맞다 고 한다. 가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까치’와 ‘잘 여문 이삭’을 뜻하는 한자어 ‘수영(秀穎)’을 합하여 ‘까치수영’이라고도 한다.

학명은 Lysimachia barystachys Bunge이다. 속명 ‘리시마키아(Lysimachia)’는 마케도니아의 라이스마쿠스왕을 의미하는데 꽃을 흔들어서 성난 황소를 진정시켰다는 전설에서 연유 한다. 종소명 ‘바리스타키스(barystachys’)는 무거운 이삭을 가진 이라는 라틴어로 잘 여문 이삭을 의미하니 학명으로 보면 까치수영이 맞겠다.

자세히 보면 작은 꽃들이 풍성하게 모여 피는 꽃은 벼나 수수의 이삭을 닮아 보이기도 하여 까치수영이 설득력 있고 친숙해 보인다. 그러나 국가표준식물목록에 ‘까치수염’이라고 등재되어 있으니 이게 정명이고 ‘까치수영’은 이명이다. 다른 이름도 많다. 꽃이 피면 하얗고 꼬부랑한 개의 꼬리를 닮았단 뜻에서 ‘개꼬리풀’과 ‘꽃꼬리풀’이라고도 한다. 구슬 모양의 작은 열매가 달린다고 하여 ‘진주채’(珍珠菜)라고도 한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까치수염을 쉽게 만난다. 지하경 뿌리에서 줄기를 주변으로 뻗으며 번식을 하기 때문에 무리를 지어 피어난다. 작은 꽃들이 아래에서 부터 위로 차례차례 피기 때문에 환상적인 모습이다.

약간 습한 풀밭에서 서식하나 잎이 두껍고, 큐틴질이 형성되어 건조에도 강하다. 초장이 50∼100cm이고 6∼8월에 하얀색 꽃이 5∼12개 줄기 끝에서 꼬리 모양으로 피어난다. 꽃 지름은 7∼12mm정도이며 별모양으로 앙증스런 자태이다.

‘까치수염’은 잎이 좁고 줄기가 녹색이며 미세한 털이 많다. 줄기에서 새가지를 친다. 반면 ‘큰까치수염’은 잎이 넓고 꽃이 크다. 줄기와 잎자루가 털이 없어 매끈하고 붉은색이라는 점이 다르다. 

까치수염은 상큼하면서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가 매력적이다. 향기에 무리지어 찾아오는 벌과 나비에게 좋은 꿀을 나누어 준다. 눈길을 끄는 것은 표범나비가 무리지어 꽃들과 입맞춤하고 있다. 표범나비의 자태는 화사하고 군무는 압권이다.

까치수염에 표범나비가 앉아 있다.
까치수염에 표범나비가 앉아 있다.

 

조밀한 꽃망울에 거품처럼 한 점 한 점 향기가 묻어나온다. 꽃향기가 머문 자리에 햇빛이 찾아오고 바람이 스치어 간다. 향기는 사람의 감정을 드러내는 마음의 창(窓)이고 마음의 척도이기도 하다. “향기는 사라지지만 기억으로 남는다.” 는 이불의 말처럼 향기에 대한 기억은 오래도록 남는다. 향기는 그리움과 추억에 대한 되새김이기도 한다. 어머니의 냄새가 고향에 냄새인 것처럼 향기는 가슴 깊숙이 남아 있다. 까치수염의 향기가 그렇다... 

꽃말은 ‘잠든 별’이다. 수많은 꽃들이 잠든 것처럼 소록소록 잠든 별꽃이로다. 하얀 별꽃들이 서로 붙어 사이좋게 지내며 소곤거린다. 하늘의 꽃이 별이라면 땅의 별은 꽃이라고 한다. 소록소록 잠든 별! “너는 누구니?” “넌 또 누구이지?” “당신은 누구시오?” 작은 별이 초롱초롱 빛난다. 포성이 멎고 철조망이 세워졌다.

7월27일은 휴전일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으로 많은 별들이 여기에 잠들어 있다. 젊은 별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위를 전해 준다. 대한민국을 걱정해준다. 별꽃에서 상큼하고 달콤한 향기가 은은하게 다가온다. 하얀 별꽃은 밤새 소곤거린다. 아침이 되니 근엄한 할아버지의 모습이고, 신선의 자태가 되었다. 그리고 ‘친근한 정’의 꽃이 되었다. 이제는 서로가 정을 나누며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필자 약력>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한국야생화사회적협동조합 본부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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