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브니엘의 집' 찾아 매달 봉사활동

서울특별시 구로구에 위치한 장애인 보호시설 '브니엘의 집'에서 김유신씨와 봉사자들이 함께 운동화를 세탁하고 있다. (사진=최다은 기자)
서울특별시 구로구에 위치한 장애인 보호시설 '브니엘의 집'에서 김유신씨와 봉사자들이 함께 운동화를 세탁하고 있다. (사진=최다은 기자)

 

[뉴스로드] 13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의 한 골목. 골목 안으로 들어서니 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은 브니엘의 집에 봉사자들이 오는 날이다. 브니엘의 집 식구들은 봉사자 누나와 오빠가 곧 도착한다는 소식에 기대에 부푼다. 더운 여름 날씨에 짜증이 날법도 하지만 오늘은 사랑과 정성이 담긴 맛있는 밥도 먹고, 그동안 여러 활동으로 더러워진 운동화가 빨래로 깨끗해지기에 행복한 웃음이 나온다.

구로구에 위치한 브니엘의 집은 97년 설립돼 24명의 중증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장애인 생활공동체이다. 처음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시작했다. 일일 찻집을 운영해 얻는 이익으로 살림을 꾸려나갔었지만, 지금은 구청과 회사 단체, 개인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언제나 웃음이 떠나지 않는 브니엘의 집. 이곳에 오랜 기간 봉사하고 있는 따뜻한 마음의 주인공이 있다. 매번 한 시간 이상을 차로 달려와 봉사에 임하고 있는 김유신 씨는 현재 평택에 거주하며 진공챔버제작 관련 일을 하고 있다. 16년간 꾸준히 봉사활동에 임해 온 김유신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브니엘의 집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우연히 회사로 전화가 걸려 왔다. 직원이 나에게 받아보라고 했는데, 후원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월 1만 원씩 후원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던 중 일 년에 한 두 번씩 오는 브니엘의 집 소식지를 유심히 봤고, 어느 순간 내가 직접 한번 가서 봉사를 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봉사를 시작하게 된 큰 동기는 없으나 내 몸으로 부딪히며, 봉사로 어떻게 타인을 도울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봉사를 시작한 이후로 이미 먼저 하고 있던 친구들 보면서 ‘나보다 젊은 친구들도 좋은 일 하고 있는데 그동안 나는 나 자신만 생각하고 살았구나.’하고 반성하게 됐다. 

또한 봉사자들이 주로 형식적으로 봉사를 오니, 장애우분들도 처음에는 살갑지 않고 냉랭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꾸준히 방문하자 장애우분들도 서서히 봉사자들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첫 만남 때부터 장애우분들께서 반갑게 손을 잡아주셨다. 지금은 나를 ‘엉아’라고 부른다. 그렇게 2003년부터 지금까지 브니엘의 집에서 매달 2째 주 토요일마다 봉사를 하고 있다. 

 

브니엘의 집에서 16년간 봉사해 온 김유신씨 모습 (사진=최다은 기자)
브니엘의 집에서 16년간 봉사해 온 김유신씨 모습 (사진=최다은 기자)

 

주로 어떤 봉사를 하는가.

손빨래를 하면서 돕고 있다. 장애우들이다 보니 대소변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세탁기 사용빈도가 높고 이로 인해 고장이 잘 난다. 그래서 봉사자들은 세탁기를 대신해 옥상에서 손빨래를 하며 도움을 드리고 있다. 처음에 옥상에서 맨발로 하다 보니 미끄러워서 자주 넘어졌다. 그때는 옥상의 외벽 턱도 낮아서 추락사의 위험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잘 갖추었다. 옥상 외벽 턱도 높였고, 장화를 구비해서 미끄러지지도 않는다.

 

16년이면 적지 않은 세월인데 봉사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

봉사자들끼리도 ‘봉사’에 대한 시각은 다르다. 처음에는 의견 충돌도 있었다. 한 봉사자는 ‘봉사’에 대한 생각을 크게 가졌다. 그래서 함께 활동했는데도 이건 ‘봉사’같지 않다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봉사’는 그냥 놀러 오는 것이다. 놀러 오고 즐기러 오는 것이다. 브니엘의 집에서는 모두 함께 보드게임을 한다. 승부욕이 있는 한 장애우는 다 자기가 하려고 하는데 그때 순번을 알려주며 인내를 배우게 한다. 봉사 자체를 놀이로 재밌게 진행한다. 그래서 활동이 끝나고 나서도 “오늘도 잘 놀았다!”라는 생각이 든다. 

 

기억에 남는 일도 있을 것 같은데 소개해달라.

평택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봉사를 한적이 있었는데 이 곳은 1년에 한 번 야유회가 있다. 아무래도 이곳에만 머무는 생활을 하다 보니 모두에게 큰 행사이다. 에버랜드에 간 날, 나는 잘 뛰어다니고 겁이 많은 아이를 맡았다. 물 위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는 놀이기구를 탔는데, 중간에 무섭다며 갑자기 일어서고 뛰어내리려 했다. 아이를 잡고 있느라 애를 먹었다. 또 넓은 놀이공원을 뛰어다니는 탓에 함께 이리저리 달리며 아이의 안전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딱 마지막에 아이가 계속 잡는 나를 피해 가려고 하다가 줄에 걸려 넘어졌다. 하루 종일 잘 케어했는데 마지막에 넘어져서 다치니 정말 아쉬웠다. 계속 생각이 나서 나중에 그 아이의 부모님께 따로 죄송하다며 연락을 드리기도 했다.

 

‘장애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아직도 부정적인 면이 있다. 봉사자로서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에버랜드 간 날, 우리 말고도 유치원에서 많은 어린이들이 소풍을 왔었다. 우리가 보고도 귀여운 아이들이니 장애우 분들이 보기에도 너무 귀여웠을거다. 그러다가 한 장애우분이 아이의 볼을 만졌는데, 그 아이의 부모가 화를 냈다. 사과를 하고 상황을 잘 마무리 지었지만, 장애우에 대한 인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자해하는 장애우의 모습도 있다 보니 위협적으로 느껴져 부모가 그렇게 반응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꺼리기만 하다 보니 장애우의 생활 반경은 점점 좁아진다. 인천의 한 장애인 보호시설은 주변 시민들의 항의로 다른 동네로 쫓겨났다가 현재는 모든 출입구를 막아 가둬놓은 채 장애우를 보살핀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나쁘다 보니 환경도 매우 열악한 게 현실이다. 

 

서울특별시 구로구에 위치한 '브니엘의 집' (사진=최다은 기자)
서울특별시 구로구에 위치한 '브니엘의 집' (사진=최다은 기자)

 

16년을 한결같이 봉사하다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계획은?

주변에서 “대단하다”라고 말할 때마다 “아니다. 처음에 발 들여놓기가 힘들지 누구나 할 수 있다”라고 대답한다. 오히려 나보다 대단한 분들도 많다. 인천에 한 개인택시 하는 친구는 매주 토요일마다 온다. 그 친구보면서 “나는 저 친구 따라가려면 멀었다”라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브니엘의 집에서는 매년 12월 첫째 주에 일일 찻집을 한다. 구로구청에서 자리를 내주어 하고 있는데 주차공간 부족으로 손님이 적어졌다. 설거지 담당으로서 음식물 쓰레기가 현저히 줄어들어서 더 실감한다. 손님이 줄지 않도록 많은 분들의 방문을 부탁드린다. 앞으로도 힘닿는데까지 봉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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