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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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 8년여 만에 관련자 34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회부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23일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홍지호(68) 전 대표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정부 내부 정보를 누설한 환경부 서기관 최모(44) 씨 등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재판에 회부된 기업체 임직원은 SK케미칼 홍 전 대표 등 4명, 애경산업 안용찬(60) 전 대표 등 5명, 필러물산 김모(57) 전 대표 등 2명, 이마트 전직 임원 2명, GS리테일 전 팀장 1명, 퓨엔코 전직 임원 2명 등 총 16명이다. 이들 피의자들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정부 공식 집계만 2016년 5월 기준 사망 266명을 포함 1848명이 넘는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단체에 접수되지 않은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2016년 첫 검찰 수사에서는 책임을 피해갔다.  당시 정부의 독성실험 결과에서 CMIT·MIT 원료물질과 인명 피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때문이다.

검찰은 “첫 번째 수사 당시 CMIT·MIT 원료를 제조·판매한 기업의 과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 수사를 통해 이들 기업의 과실이 규명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1994년 최초 가습기살균제 개발 당시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연구노트 등을 압수해 최초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부실하게 개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SK케미칼 측은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PHMG를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소개하고 관련 실험도 진행한 사실 등이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환경부 서기관이 내부 정보를 가습기 살균제 기업에 누설한 사실도 드러났다. 환경부 서기관 최씨는 2017~2019년 애경산업으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받고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와 가습기 살균제 건강영향 평가 결과보고서 등 내부 자료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8년 11월 애경산업 직원에게 검찰 수사가 개시될 것으로 보이니 수사에 대비해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들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들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작업도 이번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SK케미칼은 안정성 부실 검증 사실이 확인되는 핵심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를 숨겼으며, 애경산업과 이마트 등은 직원들의 PC나 노트북을 은닉한 혐의 등을 받는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양모씨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부탁으로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피해 실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2016년 5월 기준 사망 266명을 포함 1848명이 넘는다. 피해는 임산부와 영·유아에 집중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폐 손상 사망자의 4명 중 1명이 4세 이하의 영유아인 것으로 조사됐다. 치사율도 남아 42%, 여아는 70%에 달하는 등 4세 이하의 유아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는 주로 기도 손상·호흡 곤란·기침·폐섬유화 등의 폐손상으로 나타났다. 이중 폐 섬유화는 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앓은 간질성 폐 질환의 초기 단계로 폐가 딱딱하고 두꺼워지는 증상이다. 그외에도 심장·내분비계질환과 비염,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으로 나타난다. 정부는 여러 증상 중에서 폐섬유화 등 특정한 폐손상만 가습기 살균제의 직접적 인과관계로 인한 피해로 인정하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은 2015년 12월 자체 조사를 근거로 1087만 명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이중 최대 227만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가 제때 역학조사에 나섰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높다. 대형병원들이 원인 미상의 폐질환을 보고하고 관심을 촉구했던 2007~2008년 역학조사를 했다면 2011년까지 4~5년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14년 12월 발행된 질병관리본부의 가습기 살균제 백서에 따르면 2006~2008년의 3년 동안 성인 환자 수는 9명인 반면, 2009~2011년은 66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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