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아들과 함께 4년 넘게 하모니카 봉사활동 펼쳐

하모니카 가족 앙상블의 주인공, 아빠 김영진씨와 엄마 오영숙씨, 아들 김민태씨의 모습(사진)
하모니카 가족 앙상블의 주인공, 아빠 김영진씨와 엄마 오영숙씨, 아들 김민태씨의 모습.

 

[뉴스로드] 들숨 날숨 내쉬는 공기가 아름다운 노래로 변하는 하모니카. 작은 악기 하모니카가 출동하는 곳이면 어디든 행복이 넘친다. 활기차고 맑은 소리에 부는 이, 듣는 이 모두 흥이 오르기 시작한다. 바로 라온제나 하모니카 봉사단의 공연 현장이다. 

오영숙 김영진 부부는 지적장애인 아들과 함께 가족 앙상블을 꾸려 하모니카 연주회 봉사를 하고 있다. 아들은 베이스 하모니카, 아빠는 코드 하모니카, 엄마는 멜로디 하모니카를 연주한다. 이들 가족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직접 찾아가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뉴스로드>는 라온제나 합주단 오영숙 김영진 부부를 만나 행복한 봉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모니카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처음엔 아들이 방학특강을 통해 먼저 배웠다. 아들이 나에게 “엄마 하모니카는 도미솔은 불고 레파라시는 마시는 거야”라며 알려줬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나도 아들의 책을 보며 하나씩 배워갔다. 그러다 한계를 깨닫고 하모니카를 체계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모니카 지도자반을 수강하게 되었다. 신기하게 수강 중에 강사요청이 들어왔고 지도자가 되었다. 이제 내가 아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아들이 나의 첫 스승이고 지금은 내가 아들의 스승이 됐다. 하하하.

 

가족앙상블이 장애인 가정에 방문하여 하모니카 연주회를 열고 있다.
가족앙상블이 장애인 가정에 방문하여 하모니카 연주회를 열고 있다.

 

가족앙상블이 꾸려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하모니카를 하다보니 앙상블 등 여러 모임에 참여하게 됐고 남편에게도 코드 하모니카를 추천했다. 아들은 핀란드 여행을 꿈꾸며 돈을 모았었다. 여행을 못갔지만 모은 돈으로 베이스 하모니카를 사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집에 멜로디 하모니카(엄마), 코드 하모니카(아빠), 베이스 하모니카(아들) 종류별로 있게 되었다. 이후 인복이 많은 건지,학원 원장님의 추천으로 아들이 베이스 하모니카반을 무료로 수강하게 됐다. 해보니 용기가 생겼고 그게 시작이었다. 

즐기는 차원에서 나누는 봉사로 나아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지적장애인인 우리 아들도 주변에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 내가 해달라 요청하지 않아도 많이 도와주셨다. 그래서 ‘우리도 봉사를 하자!’라고 다짐하게 됐다. 처음에는 남편이 먼저 일일연주회를 했다. 거동이 불편해 집에만 머무는 장애인분들을 방문해 연주하는 방식이었다. 항상 놀러간다는 생각으로 가서 공연을 했다. 

 
무대가 아닌 집으로 찾아가 연주회를 연다는 게 의미 있게 다가온다. 연주회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우선은 집에 방문하는 것 자체가 맞이하는 이와 방문하는 이 모두 음식 등을 준비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또 가정집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연주를 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하다. 그래서 어느 날은 아예 밖으로 나가서 연주회를 열었다. 담과 집 건물 사이 공간에 자리잡아 장애인 한 분을 위한 연주에 몰두했다. 공연이 무르익을 즈음 듣는 장애인 분도 흥이 오르셔서 들썩들썩 몸으로 리듬을 타셨다. 보잘 것 없은 연주에 좋아해주시니 감사했다. 

 

서울숲 하모니카 페스티벌에서 라온제나 하모니카 합주단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숲 하모니카 페스티벌에서 라온제나 하모니카 합주단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합주단 명칭이 라온제나다. 어떤 의미로 라온제나 합주단이라고 지었나.

‘라온제나’는 순 우리말로 뜻은 ‘즐거운 나’이다. 합주단 성격이 이 뜻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렇게 지었다. 실제로 봉사를 한다고 거창하게 주변에서 칭찬해주시지만 즐거운 사람은 우리 합주단 가족들이다. 

 

라온제나 합주단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무엇이 있나.

라온제나 합주단은 장애인 활동 보조인과 장애인만 참여할 수 있다. 작년 1월부터 시작했고, 현재는 8명이다. 함께 봉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행사에도 참여한다. 올해 서울 숲 하모니카 페스티벌에 참여했고 9월에는 안양시민축제에 참여할 예정이다. 

가족앙상블에서 합주단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가르치는게 다소 힘들긴 하다. 합주단에 작곡을 전공한 장애인 단원이 있었다. 재능이 많아서 나도 그 친구를 통해 많이 배웠다. 그 친구의 가진 재능이 뛰어난데 한국은 장애인 고용이 한정되다보니 너무 아쉬웠다. 그 단원이 좀 더 재능을 펼쳤으며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합주단도 더 열심히 운영했는데 단원과 소통하는 과정 중에 오해가 있었다. 마음이 많이 상했는지 단체대화방에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 했는데 표현에 날이 서있었다. 며칠간 속앓이를 할 만큼 마음이 안좋았다. 다행히 이후에 사과를 받고 오해도 풀었다. 그 일이 기억에 남는다. 

4년 넘게 가족앙상블 활동과 더불어 라온제나 합주단까지 하고 있다. 삶의 패턴이 달라지면서 변화도 있었을 것 같은데.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큰아들이 의도치않게 계속 소외되고 있다. 봉사활동을 끝내고 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고 또 당구도 치러간다. 봉사활동을 둘째아들과 함께 셋이서만 다니다보니 마치 첫째아들을 왕따를 시키는 분위기이다. 전혀 아닌데 괜스레 미안하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게 있어서 많이 바쁜 편이다. 새롭게 또 무언가를 시작하기 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나씩 잘 해내고 싶다. 봉사활동을 하러 갈때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또 오세요!”, “자주 오세요!”이다. 이 말을 들으면 엔돌핀이 솟고 힘이 난다. 돌이켜보면 지적장애인 아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아들 덕분에 나는 참 많은 도전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아들에게 늘 고마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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