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시] 냇가에서
[풍경이 있는 시] 냇가에서
  • 김용국(시인)
  • 승인 2019.07.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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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일곱번째 이야기-노을, 혼합재료, 40x30 inch,2018
김민재, 일곱번째 이야기-노을, 혼합재료, 40x30 inch,2018

 

1

풍경에 기대이는 저녁
해종일도
물로 풀어져 흐르고,

꼬리 추스르며
드러눕는 산길
물소리에 젖는다.

근심도 이쯤에는 쉬일까.

언뜻언뜻
달빛에 눈 뜨는 
돌 · 돌 · 돌
돌도 흐르고.


2

달빛 내리면
깜장 고무신도
박꽃처럼 희다.

모깃불도 시위고,

밤길 따라
냇가에 가면

깨어 뒤척이는 물
물, 물이 나를 알아본다.

 

산촌의 저녁은 황홀합니다. 들떠있던 세상이 차분히 가라앉고, 공기들도 낮의 덥고 뜨거운 것에서 빠져나와 천천히 자신의 몸을 둥글게 맙니다. 한 걸음씩 적막은 어둠의 틈으로 발을 내밀기도 합니다.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부지런한 농부일지라도 저녁에는 자신의 손에 들렸던 호미며 삽을 내립니다. 근육과 살에 배였던 땀을 식히라는 신호를 모르는 농부는 없기 때문입니다. 

냇가에 나갑니다. 손과 발, 몸을 씻고 피로를 물에 흐르게 합니다. 냇물에 얼굴을 비춰보기도 합니다. 하늘을 보거나 저쪽 너머 산을 보기도 합니다. 물소리에 잠시 나를 버려둡니다. ‘물, 물이 나를 알아’ 볼 때까지 물 곁에서 우두커니 서있어 봅니다. 

나는 지금 냇가에 있습니다. 조금만 지나면 달빛이 냇물에 출렁이겠지요. 산촌의 저녁은 금방 별만 가득한 밤이 됩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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