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 가다보면
어디쯤 가다보면
  • 김용국(시인)
  • 승인 2019.08.03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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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규, 골목길,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 72x61cm
양호규, 골목길,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 72x61cm

 

어디쯤 가다보면
노래도 끝나고
사랑도 끝나고
삶도 끝나겠지만,

끝난 곳에서 
어디쯤 더 가다보면

노래도 사랑도 삶도 
다시 시작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 다 끝나도
세상은
사람이 하는 일로 이어집니다.

어느 날
우리 곁에 있던 모든 것들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어디쯤 가다보면 
있을 것들은
있을 것들을 
서로 껴안으며
계속 있겠지요.

간절함으로
어디쯤 더 가다보면
그리되겠지요.
정말 그리되겠지요.

겨울철에는 사라졌던 것처럼 보이던 잎이며 꽃들이 봄날 들녘에서 무수하게 솟아오르는 것들을 보면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멀리 떨어져 있던 것, 우리의 관심 저쪽에 접혀있었을 뿐이지요. 그러니 봄은 겨울이 이루어낸 꿈입니다. 

우리는 현재가 더할 수 없이 힘들 때 미래의 어느 시점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디쯤 가면'  희망하는 무엇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가정하며 스스로 위안을 받습니다. 

인간의 시간은 오로지 현재라는 시간만 향유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미래는 영원히 오지 않는 시간이라고 하지만 미래의 소망과 꿈을 가슴에 품지 않으면 현재의 힘과 의지를 작동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재가 고통스러울수록 더 그렇겠지요.

미래가 비록 허상의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현재만 있고 미래가 없다면 어떻게 현재의 춥고 남루한 시간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미래는 현재의 길이고 등불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미래는 현재가 구축한 또 다른 상상의 현재일지도 모릅니다. 

어찌할 수 없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잠시 그리고 그냥 멍하니 하늘을 보거나 내일을 생각하며 꿈꾸는 일은 그것이 백일몽이라 하더라도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사람답게 합니다.

‘어느 날/우리 곁에 있던 모든 것들/사라진 것처럼 보여도//어디쯤 가다보면/있을 것들은/있을 것들을/서로 껴안으며/계속 있겠지요.//간절함으로/어디쯤 더 가다보면/그리되겠지요./정말 그리되겠지요.’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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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국 2019-08-05 18:04:48
전영의 '어디쯤 가고 있을까?'
노래가 불리우던 그시절에는 나의 나오미? 그 사람이 있는 곳을 그리며 노래를 읊조렸는데,
이젠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몰라서
이 노랠 흥얼거려본다.
좋은 詩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