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인가? 참말이니? 진짜여? 다시 되물어본다. 하는 말이 사실 이냐고... 거짓이 난무하여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참담하다. 말(語)이 많은 세상이다. 대한민국에 말이 넘쳐나고 있다. 저 DMZ를 넘어오는 말보다 바다건너 오는 말들이 더 아프고 무섭다. 형체 없이 들려오는 말들이 가슴을 후벼대고 비수가 되어오기도 한다. 나쁜 말, 거짓말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아가는 세상이 무섭다. 좋은 말도 넘쳐나고 상큼한 향기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따스함이 없다. 정감도 없이 그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참된 지혜와 깨달음을 일깨주는 참다운 말을 듣고 싶다. 

장마가 지나고 여름의 절정이다. 뜨거운 바람에 하늘거리는 ‘참나리’를 만났다. 햇빛을 가득히 안고서 조용하고, 무겁게 흔들리고 있다. 참말만 하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며 침묵하고 있다. 주황색 꽃에 점점이 박힌 호피모양의 화려한 자태가 일품이다. 우아하지만 겸손하고 당당하게 거짓말을 질타하고 있다.

 

참나리는 나리류에서 가장 아름답고 대표적인 꽃이라는 의미의 접두사 ‘참’을 붙였다. 또한 먹을 수 있고, 맛있는 꽃과 식물들을 ‘참’자를 붙였다. 진달래를 ‘참꽃’ 이라하고, 상수리, 떡갈, 졸참 등 도토리를 맺는 나무를 ‘참나무’라 한다. 나리는 이두(吏讀)이름인 내리화(乃里花), 대각나리(大角那里)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주황색 꽃잎에 갈색점이 있고, 뒤로 말려 ‘호랑나리’라고도 하며 한자명은 권단(卷丹)이다. 영어로는 타이거릴리(Tiger lily)로 호랑이무늬에서 연유 되었다고 한다. 

나리를 ‘백합’이라고도 부른다. 순결을 상징하는 하얀 꽃송이에 달콤하고 진한 향기를 가진 성스러운 자태로 인하여 흰 백(白)자의 백합(白合)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백합의 속명 릴리움(Lilium)은 라틴어 Li(희다), lium(꽃)의 합성어로 유럽에 서식하는 순백색의 마돈나 릴리(Madona Lily)에서 비롯되었다. 예수탄생을 알리는 수태고지(受胎告知) 명화(名畵)를 보면 성모 마리아의 꽃으로 나온다. 이러한 연유로 백합(白合)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비늘줄기(鱗莖) 백 개가 합해져 이루어진 식물이라는 뜻에서 일백(百) 자의 ‘백합(百合)’으로 불리어 왔었고, 백년화합(百年和合)의 약자라고 하기도 한다. 또한 생약명 이기도 하는데 살찐 알뿌리는 구황식물로도 이용했기에 민초들에게 친근하다.  

참나리는 백합과로 대표적인 여름 야생화이다. 줄기 끝에서 주황색 꽃이 2∼10개 정도가 피어난다. 6개의 꽃잎들이 활짝 피어 뒤로 동그랗게 말려 젖혀지며 꽃잎 안쪽에 갈색의 반점이 화려하게 찍혀있다. 이러한 연유로 암술과 수술6개가 밖으로 길게 나와 있다. 

 

참나리와 더불어 꽃이 땅을 보고 핀다하여 ‘땅나리’, 하늘을 보고 핀다는 ‘하늘나리’, 땅과 하늘의 중간을 보고 피는 ‘중나리’, 꽃이 크고 줄기 가운데에 잎이  돌려나는(輪生) ‘말나리’와 섬에서 서식한다고 ‘섬말나리’, 솔잎처럼 가늘며 분홍색 꽃이 핀다는 ‘솔나리’ 등 꽃피는 형태에 따라서 지어진 이름들이 친근하고 정겹다. 

꽃말이 ‘순결’ ‘깨끗한 마음’ ‘변하지 않은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순결과 깨끗한 마음은 마돈나 릴리에서 연유된 꽃말 이다. 고결하고 우아한 하얀 꽃은 순결과 신성의 상징 이였다. 그래서 깨끗한 마음이 형성되었을 것이라 본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던가.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고 달라진다. 순간 찰나의 꽃은 영원불멸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가슴속에 피어 있는 꽃은 영원하다. 화려한 색과 당당하게 피는 참나리는 가슴속에 영원히 아름답게 간직되어 아름다운 마음결을 만들어 간다. 가슴 속에 피어있는 꽃은 고요함을 감추고 마음속의 움직임에 고요함을 다독거리고 있다.

아름다운 꽃은 가슴속에 기억으로 남고, 추억으로 피어나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DMZ를 넘어오는 말들이 정말로 참말이면 좋겠다. 바다건너 오는 말들이 진실이면 좋겠다. 말이 변하지 않았으면 더욱 좋겠다. 깨끗한 마음으로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말로 백년화합을 소망한다. 아니 천년화합을 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필자 약력>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한국야생화사회적협동조합 본부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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