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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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5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성명을 내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고 밝히면서, 미중 간의 무역갈등이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강력한 보복조치를 주고받은 양국간의 무역전쟁이 이제는 환율전쟁으로까지 확전되자, 글로벌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예전부터 중국을 잠재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고, 불공정무역관행 및 인권문제 등을 명분으로 빠른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처럼 관세를 통한 급박한 전면전에 돌입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일방주의적 정책 기조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전 오바마 정부에서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중국을 포위·고립시키기보다는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에 포섭하려는 다자주의적 전략에 가까웠다. 실제 오바마 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는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면서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주도적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한편, 중국의 가입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이 원하는 자유무역체제에 따라줄 것을 기대했다.

반면 트럼프 정부의 대중정책은 중국을 자유무역체제에 포섭하려는 전략도, 다자간 협약을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도 아닌 미중 간의 일대일 대결을 통해 힘의 우위를 보여주려는 강대강 전략에 가깝다. 이 때문에 보복조치를 주고받는 치열한 무역전쟁이 지속되면서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미국 내 기업들로부터 불만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

2020년 대선을 준비 중인 민주당 후보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적하며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뉴스로드>는 민주당 내 주요 후보들의 무역전쟁에 대한 입장과 대중 정책기조에 대해 알아봤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사진=연합뉴스

◇ 조 바이든, “중국은 미국을 위협하지 못해...”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조 바이든 후보의 경우,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중국 시장 개방을 유도하려 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동일한 무역정책 기조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열린 민주당 후보 토론회에서 “최초 형태의 TPP라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남미의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 재협상을 통해, 중국이 올바른 무역 규칙에 따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자유무역 옹호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뉴욕시립대(CUNY)에서 행한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는 미국의 농업 종사자와 제조업체,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입혔을 뿐”이라며 “그의 경제정책 결정은 외교정책만큼이나 근시안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정책과 상반되는 주장을 펴온 만큼, 바이든 전 부통령은 외교·무역 분야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과 확실한 차별화를 통해 반트럼프 유권자들의 표심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바이든 전 부통령이 중국의 경제적 위협을 과소평가한다는 점은 보수적 유권자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5월 한 유세장에서 “중국이 우리 점심을 먹어치울 거라고? 중국은 중국해와 서쪽 산지 사이의 거대한 분열조차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체제 내 부패 문제에도 대응할 능력이 없다”며 “중국은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는 미국 내 보수층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중인식은 안이하게 비춰질 수 있다.

또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자유무역의 대표적인 옹호자라는 사실 때문에 노동자 및 진보적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이 일부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이 지난 5월 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중국에 대한 의견을 비판했다. 사진=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트위터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이 지난 5월 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중국에 대한 의견을 비판했다. 사진=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트위터

◇ ‘안티-자유무역’ 샌더스·워런, 트럼프식 '보호주의'와 차별화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의 경쟁자로 꼽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대표적인 자유무역 회의론자로 꼽힌다. 미국이 그동안 다른 나라들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미국 내 제조업이 쇠퇴하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뺏겨왔다는 것. 

실제 샌더스 의원은 지난 1990년대부터 상원에 올라온 모든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2016년 민주당 경선에서도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자유무역을 지지한 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바 있다. 당시 샌더스 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이 재앙을 부를 많은 무역협정을 지지해왔다”며 “내가 노동자들과 함께 반대 시위를 벌일 때 클린턴 전 장관은 기업 편에 서서 거의 모든 협정을 지지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워런 의원 또한 지난달 29일 “미국의 협상력을 질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과 농가 소득을 증가시키며, 기후변화와 싸우고 약값을 인하시키고 전지구적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겠다”며 “미국 가정에 도움이 될 때만 국제무역에 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무역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만큼, 이들은 중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바이든과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위협을 과소평가한 바이든 전 부통령과 달리 샌더스 의원은 이를 매우 중대하게 인식하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1일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중국 관련 발언을 비판하며 “(2000년) 내가 반대했던 중국과의 무역협정 이후 미국은 제조업에서 300만개의 일자리를 잃었다”며 “우리가 다시 백악관을 차지하면 무역정책을 개선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샌더스 의원과 함께 가장 왼쪽에 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워런 의원 또한 TPP의 강력한 반대자였던 만큼, 중국 문제 해법에 있어서 바이든과 전혀 다른 입장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워런 의원은 자신의 무역정책을 ‘경제적 애국주의’라고 이름붙일 정도로 바이든 전 부통령과 상반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워런 의원이 밝힌 무역정책 중에는 "우리는 그동안 중국의 임금 및 노동권 억압, 열악한 환경 보호, 수년간의 환율조작을 방치해왔다"며 “인권·노동·환경 분야에서 높은 기준을 충족시킬 경우에만 해당 국가와 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워런 의원이 백악관을 차지할 경우 오히려 중국에 대한 압박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CNBC 대담프로 '매드머니'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워런 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보다 중국에 대해 더욱 강경할 것”이라며 “워런과의 무역협상 같은 것은 없다. 차라리 트럼프의 제안이 워런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샌더스·워런 의원의 주장은 자유무역 참여를 요구하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주장보다 중국 입장에서 훨씬 더 상대하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성장으로 설 자리를 잃은 미국 내 제조업과 노동자들로부터 표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이들의 주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와 비슷하게 인식된다는 점은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들과 차별화된 정책을 제시하며 반트럼프 유권자들의 표심을 모아야 하는 민주당 경선에서 이는 오히려 약점으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 이들이 바이든 전 부통령의 논리를 뒤집고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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