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곁 단 한 사람
내 마음 곁 단 한 사람
  • 김용국(시인)
  • 승인 2019.08.0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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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나=메두사2(혼합매체)80x180x60cm
유성이,나=메두사2(혼합매체)80x180x60cm

 

천 개의 바위는 
천 개의 형상일 뿐이고

만 개의 구름은 
만 개의 흐름일 뿐이니,

무수한 사람은 
또한 
무수한 사람으로만 
스칠 것인데,

그 중 내 마음 곁의
단 한 사람
더없이 초라할 것이나,

그게 무슨 소용인가요?

그냥 있는 것으로 
아름답고 소중하리니.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수한 자동차와 상점, 간판과 빌딩, 나무와 꽃 등을 봅니다. 사람도 많이 봅니다. 그러나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공자는 ‘마음에 없으면 봐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 수가 없습니다.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라고 했다지요.

하루에도 수많은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눈의 각막을 스쳐가지만 머리에 남는 것은 몇 가지에 불과합니다. 바위는 바위일 뿐이고 구름은 구름일 뿐입니다. 사람 역시 사람일 뿐이지요. 이 수많은 것들이 우리에게 의미가 없으면 보았지만 본 게 아니지요. 본 게 없으니 마음에 남은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도 그래요. 인상에 남는 몇 개를 제외하고는 어디서 샀는지 어디서 선물을 받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우리 곁에 있을 뿐입니다. 이쯤 되면 이것들은 의미를 잃습니다. 버려도 아깝지 않은 것이 됩는 겁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사람이 사람과 의미를 가지지 않을 때 사람과 사람 사이는 무한대로 벌어집니다. 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소위 ‘투명인간’이 되는 겁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의 마음으로 들어오면 ‘없어도 보이는 사람’이 됩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만들고 사랑을 만들고 의미를 만들고 삶을 만듭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배웠는지 얼마나 부자인지 얼마나 지위가 높은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 풍요롭게 됩니다. 귀하게 됩니다. 

‘그 중 내 마음 곁의/단 한 사람/더없이 초라할 것이나,//그게 무슨 소용인가요?//그냥 있는 것으로 /아름답고 소중하리니.’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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