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리얼미터
자료=리얼미터

[뉴스로드] 올해부터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지원이 시작됐지만, 생리대 보편 복지에 대한 국민 여론은 아직 ‘반대’가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9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에게 여성 청소년 생리대 무상지원에 대해 질문한 결과, ‘많은 예산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전면 무상지원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6.7%로, ‘소득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필요하므로 무상지원에 찬성한다’는 응답(32.5%)보다 24.2%p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모든 지역과 연령에서 반대가 다수였으며, 특히 여성들도 반대(61.3%)가 찬성(27.4%)보다 무려 33.9%p나 높았다. 이는 남성(찬성 37.7%, 반대 52.0%)보다 찬반 여론의 격차가 큰 것이다. 민주당·정의당 지지층과 진보층에서는 찬성 의견이 더 많았다.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의 ‘생리 빈곤’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돼왔다. 생리 중 적어도 20~40개의 생리대를 소비하게 되지만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의 경우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 특히, 생리대를 구입할 돈이 없어 깔창을 대신 사용했다는 한 여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생리대를 복지와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올해부터 11~18세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월 1만500원, 연 최대 12만6000원의 생리대 구입용 바우처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자료=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자료=여성가족부 홈페이지

하지만 여성계에서는 생리대 지원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한 선별복지가 아니라 전체 여성청소년을 위한 보편복지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지난 4월 열린 ‘여성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정책을 위한 토론회’에서 “초경을 하며 예쁜 장미를 받았지만 대략 40년 동안 하게 될 월경과 생리용품에 대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며 “여성의 불편함과 고통을 누구나 겪는 아무 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여성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무상지급이 확산되는 추세다. 영국 정부는 지난3월 학교에서 무상으로 생리용품을 제공하는 재정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가 인용한 생리용품 제조업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리대를 구입할 비용이 모자라 학교를 결석하는 여학생은 무려 13만7700명(2017년 기준)에 이른다. 이처럼 ‘생리 빈곤’이 영국 내에서 사회문제화되면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됐고, 결국 정부도 생리대 무상지급을 결정하게 된 것.

권수정 서울시의회 의원(정의당)이 지난달 31일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모든 여성 청소년에 생리대를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수정 서울시의회 의원(정의당)이 지난달 31일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모든 여성 청소년에 생리대를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도 보편복지로서의 생리대 무상지급을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서울시 여성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운동본부’가 발족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발족 당시 기자회견에서 “ ‘건강하고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 기간을 보내는 것은 인구의 절반인 여성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권이자 생존권”이라며 “청소년들에게 생리용품을 제공하는 것은 단순히 물품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몸이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존중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만들어 나가는 중요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에서는 경기도 여주시에서 지난 4월부터 관내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보건위생용품 구입비 및 이용권을 지급하는 조례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또한 지난달 31일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위생용품을 필요로 하는 모든 여성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보건위생용품 확대·지원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어린이 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다만 생리 빈곤 해결을 요구하는 광범위한 여론에 힘입어 결국 생리대 무상지급이 실현된 영국과는 달리, 국내 여론은 여전히 이러한 목소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전국적인 제도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여성들이 남성보다 보편복지로서의 생리용품 지원에 대한 반대 의견이 강한 것은 의외의 결과. 생리 빈곤 해결을 주장하는 여성계가 여론을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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