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 바가지요금, 형사처벌 대상은?
피서지 바가지요금, 형사처벌 대상은?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08.13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서가 절정에 접어든 3일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이 피서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피서가 절정에 접어든 3일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이 피서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관광지에서 일본 여행의 대안을 찾는 피서객 유치에 한창이다. 

하지만 적어도 관광분야에서만큼은 ‘노 재팬’(No Japan)을 외치는 불매운동 지지자들이 모두 ‘예스 코리아’(Yes Korea)를 외치는 것은 아니다. 올 여름 피서지를 물색하는 네티즌들의 온라인 댓글에서는 대만과 동남아, 홍콩 등이 일본의 대안으로 떠오를 뿐, 국내 관광지로 떠나자는 주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제 대신 국산을 사용하는데 열의를 보이는 불매운동 지지자들이 유독 국내 관광지에 엄격한 것은 성수기 바가지요금, 불법 영업 및 자릿세 등 고질적인 문제 때문이다. 사유지가 아닌 계곡이나 해수욕장에 평상·파라솔 등을 설치하고 자릿세를 받거나, 비수기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요금을 요구하는 숙박·음식업소는 피서객들이 국내 관광지를 외면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문제는 이러한 요인들이 오래전부터 지적돼왔지만 여전히 개선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릿세, 바가지 요금 등 피서지 문제를 개선해달라는 청원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바가지에 텃세에 돈없다는 서민들조차 국내여행은 뒤로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이상현상이 안보이나”라며 “국가에서는 어떤식으로 단속하고 조치하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뉴스로드>는 많은 국내 여행객들의 지적하는 고질적인 피서지 문제가 왜 개선되지 않고 있는지, 실질적인 처벌이 가능한지 체크해봤다.

그래픽=연합뉴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최근 도내 계곡에서 74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그래픽=연합뉴스

◇ 불법 시설물 설치, 처벌 가능하지만 단속 어려워

더위를 피해 피서지를 찾은 여행객들이 가장 큰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불법 업자들의 계곡에 평상을 설치하거나 해수욕장에서 파라솔 대여를 강요한 뒤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일부 불법시설물의 경우 바가지 요금뿐만 아니라 피서객 안전을 위협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흘려보내는 등의 문제도 함께 발생시키고 있다. 

이같은 불법영업에 대해서는 처벌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있다. 우선 계곡에 불법적으로 평상·천막 등을 설치한 경우 하천법의 적용을 받에 최고 징역 2년 또는 2천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미신고 불법음식점 영업의 경우는 최고 징역 3년 또는 벌금 3천만원으로 처벌 수위가 더 강하다. 실제 최근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달 도내 16개 계곡에서 69개 업체 74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하기도 했다. 

해수욕장의 경우 별도의 규정이 없다면 개인용 파라솔도 사용 가능하지만, 지자체에 따라 허가구역 내에서 파라솔 임대업자들의 영업을 허락하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 허가를 받지 않는 불법업체가 파라솔 대여업을 운영하는 경우다.

이 경우  해수욕장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수욕장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 해당 법률은 해수욕장에서 무허가 영업 및 시설물 설치, 쓰레기 투기 등에 대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다만 하천법의 적용을 받는 계곡과 달리 해수욕장의 경우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물론 지자체 허가를 받은 파라솔 대여업체도 피서객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허가구역 밖에서도 개인용 파라솔 설치를 방해하거나 지나치게 높은 대여료를 요구하는 등의 문제를 호소하는 피서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마을 번영회나 청년회 등 인근 주민들이 운영하는 만큼, 지자체에서도 강력한 단속에 어려움을 표하고 있다. 

강릉 바가지 요금 근절 행사. 사진=연합뉴스
강릉 바가지 요금 추방 퍼포먼스. 사진=연합뉴스

◇ 바가지 요금, 담합 증거 없이 처벌 불가능

피서지 숙박·음식업소에서 과도한 성수기 요금을 요구해 피서객들을 당황시키는 사례도 매년 반복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우선 단순히 성수기 요금이 너무 높다고 해서 업주를 처벌할 수는 없다. 서비스 공급자가 가격을 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 피서지 숙박업소의 경우 비수기와 성수기 요금이 몇 배나 차이나는 경우가 많지만, 사전에 해당 사실을 고지한 경우는 따로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 

다만 사전에 성수기 요금을 고지하지 않거나 현장에서 더 높은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사기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피서지 사례는 아니지만 지난 2016년 장애인·새터민 등 고객 8명에게 239만원의 바가지 요금을 받아 사기 혐의로 기소된 미용실 원장 A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한 피서지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업주들 간에 담합 혐의가 발견될 경우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고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지자체가 담합 혐의를 발견하고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조사가 이루어진다. 다만 피서지 숙박업체나 상인들이 명시적으로 담합 관련 사실을 드러내지는 않는데다 지자체 단속인력도 충분치 않아 담합 혐의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피서객들이 지자체에 바가지 요금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강릉시청 홈페이지
피서객들이 지자체에 바가지 요금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강릉시청 홈페이지

◇ 관광업계·지자체 자성노력 필요

일본 관광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면서 많은 피서객들이 국내 관광지를 알아보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바가지 요금, 불법 시설물 등의 문제로 인해 다시 해외여행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1박에 수십만원을 넘어서는 숙박비용 등을 고려하면 해외여행에 비해 비용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

대표적인 국내 피서지 강릉의 경우 시청 홈페이지가 바가지 요금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피서객들의 요구와 괜한 화풀이를 하지 말라는 강릉 주민들의 반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강릉을 다녀왔다는 한 시민은 높은 숙박요금 등을 지적하며 “가족휴가로 강원도를 선택했는데 지금은 후회된다. 아는 사람이 간다 해도 말릴 것”이라고 실망감을 표했다. 반면 한 강릉 주민은 “펜션·횟집주인들 대부분 외지에서 월세내고 장사하는 장사꾼들”이라며 “강릉이 무슨 잘못인가. 여기서 화풀이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같은 피서객들의 실망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강원도 환동해본부에 따르면 7월 개장 이후 지난 11일 까지 강릉지역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564만9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나 줄어들었다. 동해안 전체 92개 해수욕장(1554만3333명)을 대상으로 해도 지난해 대비 0.2% 감소했다. 일본 관광 거부 여론이 동해안 관광 활성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지역 주민과 피서객들의 갈등을 막고 반복되는 바가지요금·불법시설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 및 지자체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해수욕장 위탁운영자를 공개경쟁 등의 절차를 거쳐 선정할 수 있도록 지자체 조례·규칙에 규정토록 해 독점 운영에 따른 요금 상승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신고포상금제 또한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찾아온 호기를 국내 관광업계가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