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비비협동조합 "우리 함께 안전망 만들어요"
[현장탐방] 비비협동조합 "우리 함께 안전망 만들어요"
  • 최다은 기자
  • 승인 2019.08.19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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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언니상담소 서비스로 이웃과 다양한 소통
(사진=동네언니 상담소)
(사진=뉴스로드) 동네언니 상담소 동행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여성생활문화공간비비협동조합

[뉴스로드] “홀로 사는 청년들과 여성들이 서로 안부를 주고받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거 독립을 했어도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때 도와주고 함께 풀어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나 혼자만 잘 살면 되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선가 불편한 공간에서 불편한 심정으로 하루하루 버텨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혼여성 주거독립 사례 발표집 ‘혼자 산다는 건 정말 행복해!' 중에서.

 

혼자 살면서 사소한 부탁을 해야 하거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동네언니 상담소’는 바로 그 때를 위해 만들어졌다. 병원 내원 동행하기, 아플 때 죽 끓여주기, 주거독립 꿀팁 받기. 모두 동네언니 상담소에서 진행하는 동행서비스다. 

동네언니 상담소는 비혼 여성으로 살아가는 1인 가구 여성을 위한 곳이다. ‘비혼’은 최근 3년  자리잡게 된 단어다. ‘미혼’은 혼인상태가 아님을 뜻하지만 ‘비혼’은 혼인할 의지가 없음을 뜻하는 용어다. 자유롭지만 1인 가구로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과 여성 홀로 살아가면서 겪는 불안함을 해결하고자 세워지게 된 '동네언니 상담소'. <뉴스로드>는 '동네언니 상담소'를 만나 그동안 이루어진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SNS상에서 ‘동네언니 상담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동네언니 상담소는 '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처음에는 30대 초반 여성 7명이 모였다. 모두 결혼에 대해 ‘딱히.. 해야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에는 ‘비혼’ 개념도 없던 시기였지만, ‘나 스스로가 비혼이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모여 1인 가구인 서로가 돕고 살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리고 지금 비혼인 친구들이 17년째 서로 연결망이 되어주고 있다. 그 모임에 정식 명칭을 붙인게 여성생활문화공간비비협동조합이고 그동안 쌓인 경험을 살려 만든 서비스가 동네언니 상담소이다. 


동네언니 상담소의 서비스 예시가 구체적이고 새롭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것은 아니다. 모두 한번씩 있었던 사례를 기반으로 예시를 작성했다. 병원에 함께 동행해주는 것도 있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가족을 부르기에 애매한 머리 감겨주기도 있다. 또 병원에 입원하느라 부랴부랴 나온 집을 우리가 대신 방문해서 가스밸브도 잠궈주는 등 정리해주는 일도 해주고 있다. 경험을 따라 동네언니 상담소 예시를 작성했다. 

 

(사진= 동네언니 상담소의 여러 행사와 활동이 이루어 지고 있는 공간)
(사진=뉴스로드)동네언니 상담소의 여러 행사와 활동이 이루어 지고 있는 공간

 

동네언니 상담소 동행서비스를 통해 서로 돕는 것 외에도 다양한 활동이 있다고 들었다.

동행서비스와 연결된 다양한 활동이 있다. 동네언니 상담소는 카톡 플러스 친구를 통해서 신청을 받았다. 익명성이 보장돼 더 편하게 물어보고 소통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신청자 수가 적었다. 오히려 비비협동조합을 통한 신청이 많았는데, 이유를 생각해보니 자신의 삶과 마주한 고민과 부탁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하기 때문이었다. 동네언니 상담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서로 연대감과 신뢰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 이 연대감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장이 바로 다른 활동들이다. 봄봄의 글쓰기 강좌, 타로상담과 교육, 작가별 소설읽기 등이 있다. 함께 모여 읽고, 쓰고, 말하며 자기를 해석해보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함께 잘 살자고 모인 것이지 이익을 얻고자 하는게 아니어서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사진=뉴스로드) 여성생활문화공간비비협동조합에서 진행한 전주시 사회혁신 프로젝트 책자와 활동 책
(사진=뉴스로드) 여성생활문화공간비비협동조합에서 진행한 전주시 사회혁신 프로젝트 책자와 활동 책

 

비비협동조합은 전주시 2019 사회혁신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구해줘! 전주 홈즈’ 프로젝트와 비혼여성 주거독립 사례 발표회 등이 있었다. ‘구해줘! 전주 홈즈’ 프로젝트에서는 전주시 주거문제와 주거복지에 대해 발표하고 나눴다. 또한 전주시 주거문제를 해소할 사업으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제안되는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오갔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비영리 주거모델로 높은 보증금과 열악한 주거환경 등 주거문제를 해결하고자 당사자들이 집단을 형성해 주택을 공급,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비혼여성 주거독립 사례 발표회는 4명의 비혼여성이 독립 경험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독립 배경부터 집구하는 과정 등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발표자는 “혼자 사는 것에 여성을 더하면 차이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이어 “1인 가구 남자친구는 대로변에 문이 있는 집에 살며 욕실 창문도 늘 열어놓고 심지어 문을 잠그는 것도 까먹기 일쑤이나 4년간 아무일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그곳에 살기위해선 방범창, 잠금장치, 가로등, CCTV, 주변에 도움 청할 대상 등 챙겨야하는 기준이 추가적으로 생긴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혼여성 1인 가구의 고충은 1인가구의 고충과 또 다른 영역이다. 비비협동조합이 비혼여성으로 대상을 분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만들고 있다.

 

(사진=뉴스로드) 비비협동조합의 각종 행사와 정보를 안내하고 있는 게시판
(사진=뉴스로드) 비비협동조합은 게시판을 통해 의 각종 행사와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비비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다. 지원을 받자니 한편으로는 ‘비혼여성이 취약계층인가?’하면 ‘No’였다. 전주시 2019 사회혁신 프로젝트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실험과 아이디어제시를 위한 것 일뿐, 아직 우리 협동조합이 제도적으로 어떤 단체로 구분될까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비혼 여성에 대한 오해도 있다. 운영하는 블로그 게시글에 달린 악플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결혼을 안하는게 아니라 못한다고 하고, 주거문제는 능력이 부족한거라고 이야기한다. 비혼 여성의 삶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더 잘 이루어져 논리없는 악플보다는 의미있는 소통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동네 언니 상담소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동네언니 상담소 서비스가 좋지만 전주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보니 다른 지역 분들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견이 많다. 이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거창한 계획 같은 것은 없고 우리 안에서도 ‘동행서비스를 어느 범위까지 해야하나’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예를 들어 이사할 때 청소를 함께 해달라는 부탁이 있을 때, ‘이건 청소용역의 일이 아닐까?’하고 혼란스럽기도 하다. 동행서비스 자체가 완전한 해결사는 아닌것같다. 기꺼이 하는 마음으로 도울 수 있는 범위도 모호하다. 누군가는 사업마인드를 가지라고 하지만 사업마인드는 우리와 맞지않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목표는 서로가 서로의 안전망이 되는 것이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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