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트럼프는 왜 그린란드를 탐낼까
[팩트체크] 트럼프는 왜 그린란드를 탐낼까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08.2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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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수도 누크 연안. 사진=연합뉴스
그린란드 수도 누크 연안.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탐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다며 덴마크 정부에 거래를 제안한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 정부의 거절에 정상회담 일정까지 취소할 정도로 그린란드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참모들에게 그린란드 매입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의 보도 3일 후인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매입)은 미국을 위해 전략적으로 흥미로운 일”이라며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트위터에도 그린란드에 트럼프호텔을 합성한 사진을 올리며 “그린란드에 이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는 농담조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것이 아니라 그린란드의 것”이라며 “미국이 진지하게 그린란드 매입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위터를 통해 “그린란드 매입 논의에 관심이 없다는 프레데릭센 총리의 발언에 따라, 나는 2주 뒤로 예정된 회담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단도직입적인 프레데릭센 총리의 발언으로 인해 미국과 덴마크 모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총리에게 감사드리며 추후 회담일정을 재조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프레데릭손 총리의 발언을 비꼬며 불쾌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낸 것. 실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9월 예정된 덴마크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일반적인 정치인들과는 다른 발언과 기행으로 눈길을 끌어온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난데없이 그린란드 매입이라는이슈를 꺼낸 이유에 대해 현지 언론들도 다양한 추측을 제기하고 있다. <뉴스로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트위터를 통해 덴마크 방문 일정을 연기하겠다며, 덴마크 총리의 그린란드 판매 거부 발언이 이유라고 밝혔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트위터를 통해 9월 초 예정된 덴마크 방문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 그린란드 매입, 중국 견제용?

미국 현지 언론들은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에 대해 현재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라고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각 지역과 중국을 잇는 경제벨트를 건설하겠다는 ‘일대일로’ 전략의 일환으로 북극권 진출을 노려왔다. 북극권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북극해 항로에 중국의 교두보를 마련해 빙상 일대일로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

미 국방부 또한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북극권까지 군사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며 “북극권에서의 중국의 활동은 이 지역 내 중국의 군사적 입지를 강화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9월 외신을 통해 그린란드 신공항 건설사업에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교통건설(CCCC)을 통해 참여하려 했으나, 덴마크 정부의 거절로 인해 무산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덴마크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일원이며, 그린란드에 미국의 툴레 공군기지가 설치돼있어, 중국이 그린란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미국의 전략적 포석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덴마크에 중국을 배제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또한 지난 5월 핀란드에서 열린 제17차 북극평의회 각료회의에서 “중국은 (북극 개발에 대한) 어떤 권리도 없다”며 “북극해가 군사기지화와 영유권 주장으로 점철된 또 하나의 남중국해가 되길 원하느냐”고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이처럼 그린란드는 단순한 섬이 아니라 미중 양국의 패권 대결이 펼쳐지는 격전지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는 중국 ‘일대일로’ 전략을 어그러뜨리고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한 수로 볼 수 있다. 

자료=외교부
그린란드 내 희토류 분포. 자료=외교부

◇ 그린란드의 희토류 개발 잠재성은?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은 장기적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타격을 입히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과의 힘겨루기에서도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희토류 수출제한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그린란드에 매장된 막대한 자원이 미국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란드는 세계 최대 크기의 섬이지만 면적 대부분이 빙하로 덮여 있는 데다 인구수도 약 5만6000명으로 실질적으로는 작은 섬이다. 하지만 최근 온난화로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매장된 광물자원이 드러나 각국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그린란드에는 약 200종의 희귀광물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희토류 추정 매장량은 약 3850만톤으로 전 세계 추정 매장량(1억2000만톤)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는 현재 희토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추정 매장량(전 세계 매장량의 약 23%)보다도 많은 것이다. 만약 그린란드에서 본격적인 희토류 채굴이 시작될 경우, 중국이 90% 이상 차지하고 있는 희토류 공급망에 엄청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외교부가 지난 2012년 발표한 ‘국제 에너지·자원 동향’에 따르면 그린란드에는 카보나타이트, 알칼리 화강암, 페그마타이트, 고퇴적광상 등 희토류 형성에 유리한 지질환경이 형성돼있다. 또한 그린란드 내 8개 희토류 광상 중 남부에 위치한 2개 광상은 세계 최대 규모 10위권 내에 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그린란드 내부의 영세한 인력시장과 비즈니스 분야 규모 및 높은 임금수준과 운송·인프라 비용, 또한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위험 부담 소재가 상당부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 오늘날 밝혀진 대규모 희토류 매장 추정량에 따라 향후 국제 희토류 시장의 주요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다소 크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에 대한 관심은 중국을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에 대한 관심은 중국을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가능할까?

4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의 세계 최대 매장지로 추정되는 그린란드는 이처럼 안보·산업적 측면에서 미중 패권싸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충지다. 만약 미국이 그린란드를 매입해 희토류 채굴을 시작할 경우, 희토류 수출제한으로 미국을 압박하려는 중국의 전략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에 대한 관심이 ‘매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영토지만 지난 2008년 주민투표를 통해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이양받았다. 사실상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어 덴마크 정부가 미국과의 거래에 응한다고 해도 현지 주민들이 반대할 경우 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 실제 그린란드 외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매입 의사에 대해 “그린란드는 사업 기회가 열려있는 곳이지만 파는 곳은 아니다”라며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또한 덴마크 정부가 희소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그린란드를 무리하게 매각하려고 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물론 매입이 아니더라도 그린란드 광물자원에 접근할 방법은 있다. 그린란드가 경제적 독립을 위해 최근 희토류와 우라늄 광산개발 금지조치를 해제했기 때문. 매입이 아니더라도 미국 기업이 그린란드에 개발 허가를 받아 희토류를 채굴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염두에 둬야 한다. 포브스는 19일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어하지만, 그의 강적 중국이 이미 그곳에 있다”며 “중국 희토류 주요 생산업체인 성화자원이 이미 그린란드 광물자원에 대한 지분을 획득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그린란드가 결국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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