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생회 도정근 회장. 사진=도정근 회장 페이스북
서울대 총학생회 도정근 회장. 사진=도정근 회장 페이스북

[뉴스로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 게재 및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해 대학생들의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도정근 회장의 과거 이력이 논란에 올랐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도 회장이 과거 경기과학고등학교 재학 시절 1저자로 논문을 작성해 학술지에 게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도 회장은 지난 2014년 ‘과학영재교육’이라는 학술지에 ‘광공해가 마우스의 행동양산과 면역에 미치는 영향’, ‘광공해가 위해요소로서 마우스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 등 2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도 회장은 전자에서는 제1저자, 후자에서는 제2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사실이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되자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도 회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신도 고등학생 때 1저자로 논문을 작성했으면서 조 후보자의 딸을 비난할 자격이 있냐는 것.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26일 입장문을 내고 “조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교 시절 2주간의 인턴십만으로 SCIE급 논문의 제1저자가 되었다는 점 등 제기된 의혹들에 서울대를 비롯한 청년 대학생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조 후보자의 사퇴를 공식 요구한 바 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도정근 회장이 고등학생 때 학술지에 제1저자로 논문을 게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도정근 회장이 고등학생 때 학술지에 제1저자로 논문을 게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 ‘과학영재교육’, 중·고생 과학영재 연구 지원 목적의 학술지

도 회장의 논문과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은 △고등학생이면서 학술지에 1저자로 논문을 등재한 것은 조 후보자의 딸과 같은 사례 아닌가 △ 두 논문의 내용이 대동소이한데, 학술지 게재 실적을 늘리기 위해 같은 데이터로 작성한 논문을 둘로 나눈 것 아닌가 등의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도 회장이 고등학생이면서 학술지에 1저자로 논문을 올린 것은 KCI를 통해 명백하게 확인되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것이 조 후보자 딸과 동일하게 의혹을 제기할만한 사례인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 회장의 논문 게재는 조 후보자의 딸에게 제기되는 의혹과는 성격이 다르다. 우선 도 회장이 참여한 논문 두 편이 실린 ‘과학영재교육’은 ‘한국과학영재교육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로 애초에 과학영재의 학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 학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논문투고 규정에는 “본 학회지는 과학영재교육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내용의 논문을 발행하는 것으로 하며, 본 학회지에는 ①연구논문 유형1 (과학영재교육 관련 학술연구논문) ② 연구논문 유형2 (과학영재들이 참여한 자연과학 학술연구논문) ③ 논단, 해설, 소개를 투고한다”고 설명돼있다. 즉, 이 학술지는 이미 미성년 과학영재의 학술활동 결과물을 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밝히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12월 발간된 과학영재교육 10권 3호를 살펴보면 “아두이노를 이용한 용액 색깔의 디지털화”, “예스마노비치의 가설 연구” 등 중·고등학생들이 교신저자의 지도 하에 작성한 연구논문들로 채워져있다. ‘피자를 합리적으로 나누는 방법’이라는 귀여운 제목의 논문도 게재됐는데 이는 과학영재 중학생 4명이 작성한 것이다. 제목과는 달리 논문 자체는 수학적 모델링과 게임이론 등 수준높은 내용이 담겨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도정근 회장이 경기과학고등학교 재학 시절 제1저자로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사진=한국과학영재교육학회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도정근 회장이 경기과학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지난 2014년 제1저자로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사진=한국과학영재교육학회

게다가 과학고에는 1학년부터 1~4인이 함께 실험을 설계하고 직접 수행하는 R&E(자율연구, Research and Education)를 수행하게 돼있다. 지도교사 1인이 학생들을 맡아 1학년은 기초 R&E, 2학년은 심화 R&E를 수행하며, 연구결과는 학내 발표회에서 발표되거나 경우에 따라 학회지에 논문 형태로 게재되기도 한다. 

결국 도 회장이 고등학생 때 발표한 논문은 경기과학고등학교의 커리큘럼에 따라 진행된 연구활동의 결과물로,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술지에 게재된 것이다. 해당 학술지는 KCI 등재지이지만 이러한 성격 때문에 인용횟수가 높지도 않고, 조 후보자의 딸이 1저자로 논문을 올린 대한병리학회지와 달리 SCIE(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에도 등재돼있지 않다.

또한 교신저자 외에는 모두 경기과학고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도 회장의 논문과 달리 조 후보자 딸의 경우 유일한 고등학생 참가자다. 게다가 도 회장의 논문은 저자가 모두 경기과학고 학생임을 논문 첫머리에 밝히고 있지만, 조 후보자 딸의 경우 논문에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의과학연구소 소속으로 기재돼있다.

도 회장은 27일 서울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해당 의혹에 대해 “저는 경기과학고등학교 학생으로서 학교 선생님을 지도교사로, 학교 동기들과 함께 학교의 시설을 이용하여 실험을 진행했다”며 “당시 6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해당 논문의 기반이 되는 실험의 탐구 보고서를 과학전람회에 출품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1년간 추가적인 실험을 거쳐 ‘과학영재교육’ 학회지에 두 편의 논문을 투고했다”고 설명했다.

사진=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홈페이지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서 도정근 회장의 논문을 검색한 결과. 연구에 참여한 저자 4명 모두 경기과학고등학교 소속임을 명시하고 있다. 사진=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홈페이지

◇ 한 논문 둘로 쪼개기? 실험방법 유사하지만 실험대상 달라

도 회장 논문에 대한 또다른 의혹은 같은 내용의 논문을 둘로 나눠 실적을 부풀렸다는 소위 ‘쪼개기’ 의혹이다. 실제 두 논문은 제목부터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두 논문의 내용은 실험용 쥐를 광공해에 노출시킨 뒤 행동양상과 혈액 등을 분석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알아보는 것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핵심어나 참고문헌까지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도 회장이 ‘논문쪼개기’를 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1저자로 참여한 논문에서는 광공해로 인해 실험용 쥐의 림프구가 감소했지만, 공동저자로 참여한 논문에서는 오히려 증가한 점을 지적하며 실험설계 및 수행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도 회장은 “두 연구에서 사용된 행동실험 방법론 등은 유사하나 같은 데이터를 분할하여 두 편의 논문으로 작성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실제 두 논문의 주제나 실험방법 등은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실험대상과 구체적인 실험 절차는 다르다.

도 회장이 1저자로 참여한 논문의 경우 생후 6주가 지난 실험용 쥐를 6일간 실험실 환경에 적응시킨 뒤, 이후 광공해 노출시간을 달리해 시간에 따라 그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 공동저자로 참여한 논문은 실험용 쥐가 태어난 지 하루 뒤부터 광공해에 노출시킨 뒤, 31일차부터 행동실험을 수행했다. 

결국 두 논문의 유사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동일한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이름만 다르고 사실상 같은 논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실험에도 불구하고 림프구의 증감이 다르게 나타난 것 또한 실험대상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남아있다.

사진=서울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사진=서울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 도정근 "조국처럼 의혹에 답변 피하지 않겠다"

한편 도 회장은 27일 서울대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특히 바른미래당 당원으로 정당의 사주에 따라 조 후보자 반대집회를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에서 주최한 토론대회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나 정당 활동을 위해 참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시 함께 토론대회에 참가했던 팀원은 더불어민주당 서울대지부에서 활동하는 학우였다”고 설명했다. 

도 회장은 이어 “자신에게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거부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의 대표로서, 저에게 제기되는 의혹들에 명확히 답변하지 않는 후안무치한 태도로 일관하지는 않겠다”라며 “저를 향한 근거 없는 비방으로 인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와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의견의 진정성을 훼손하고자 하는 행태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오는 28일 오후 7시30분부터 조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학내 집회를 열 예정이다. 총학생회 측은 특정 정당과 정치집단의 정치적 소비를 배제하기 위해 학생증, 졸업증명서를 통해 집회참가자의 서울대 동문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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