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국(시인)
  • 승인 2019.09.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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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자, 밥, 세라믹, 14x14x7cm.
홍미자, 밥, 세라믹, 14x14x7cm.

 

햇살 한 조각
물 한 그릇
땅 한 줌
땀 한 방울
바람 한 줄기
시간과 다른 생명의 희생

그리고
아내의 정성스런 손길이
더해진,

 

사람이나 사물들은 무수한 관계에 있답니다. 이걸 불가佛家에서는 연기緣起이라고 하지요. 연기의 하나가 생기면 다른 하나가 생기고, 하나가 소멸하면 다른 하나가 소멸한다는 뜻입니다.

세상의 존재는 단독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다른 존재와 더불어 생기고 소멸합니다. 각자 개인은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다른 존재와 인연을 맺고 있는 모든 존재 속의 개인입니다.

그러니 '나'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가요. 내가 아프면 나로 해서 다른 아픈 사람이 생기고, 내가 슬프면 나로 해서 다른 슬픈 사람이 생긴답니다. 물론 내가 행복해지면 다른 행복한 사람이 생기겠지요. 

 *  *  *  *  *  *

밥 한 끼가 우리 입까지 도달하는 과정도 연기입니다. 햇살, 물, 땅, 땀, 바람, 시간 다른 생명의 희생, 아내의 손길 이렇게 수많은 관계가 더해져야 비로소 밥 한 그릇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밥 한 그릇은 삼라만상의 관계가 이루어낸 결과물이며 연기의 장엄한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햇살 한 조각 / 물 한 그릇 / 땅 한 줌 / 땀 한 방울 / 바람 한 줄기 / 그리고 / 시간과 다른 생명의 희생 / 아내의 정성스런 손길이 / 더해진,’ ‘밥’은 그래서 연기의 선물입니다. 나와는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연기가 만든 나의 생명이지요. 

밥을 먹는다는 것은 연기의 섭리와 함께하는 것과 같습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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