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세월호 참사 이후 보도된 양을 한 달간 따지면 24만건, 최순실 보도는 11만 9000건이다. 그런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보도는 무려 118만 건이다”

지난 6일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조 장관에 대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게시된 언론 보도의 수가 무려 118만건이라며, 언론의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이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면 이는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조 장관 관련 의혹과 최씨의 국정농단 가지는 사회적 함의를 비교할 때 조 장관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지나쳤다고 볼 수 있다.

이 의원이 이같이 주장하자 국내 언론들도 자체 검증에 나섰다. 중앙일보는 10일 “검색 가능한 기간의 시작인 1990년 1월1일부터 청문회 당일(2019년 9월 6일)까지 ‘조국’이란 키워드로 검색할 경우로 117만9250건이 나온다”며 이 의원의 주장한 118만건은 29년 간의 기사를 모두 더해야 나오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와 JTBC 또한 10일 이 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뉴스 검색시스템 특성상 검색시기에 따라 기사량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시의성이 있는 검색어의 경우 정확한 기사량 측정이 어렵다는 것. JTBC는 네이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조국 장관처럼 실시간으로 이슈가 되는 키워드의 경우에는 검색 원리가 따로 있다, 이 검색 결과로 기사 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11일 오전 9시40분 <뉴스로드>가 직접 네이버에서 ‘조국’을 키워드로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 8월9일부터 오늘(11일)까지 보도된 기사를 검색한 결과 111만9440건이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5분 뒤 다시 검색한 결과 98만1680건이라는 값이 나왔다. 

자료=빅카인즈
8월9일~9월11일 '조국' 키워드로 검색한 기사 수 일간 현황.(기사량이 급락하는 구간은 토, 일요일) 자료=빅카인즈

◇ 조국 보도, 세월호·최순실보다 기사량 많았나

연합뉴스와 JTBC가 정확한 조 장관 관련 기사량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 것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검색시스템 ‘빅카인즈’다. 빅카인즈는 주요 일간지와 지역지, 경제지, 방송사, IT전문지 등 54개 언론사가 제공하는 기사 6000만 건을 검색할 수 있다. 

<뉴스로드>가 빅카인즈에서 검색 가능한 54개 매체 중 네이버 검색제휴 매체 53개를 골라 8월 9일~9월11일 약 한 달간 ‘조국’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빅카인즈는 2만7007건, 네이버는 4만1742건이라는 상이한 결과가 도출됐다. 문제는 네이버의 경우 53개 매체를 동시에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기사량과, 매체별로 개별 검색한 뒤 각각의 기사량을 더한 수치가 다르다는 것. 네이버에서 53개 매체를 개별 검색해 나온 값을 더한 결과는 3만131건으로 빅카인즈 검색결과와 근사한 수치가 도출됐다.

여기에 빅카인즈에서 검색되지 않는 4개 종합편성채널(채널A, JTBC, MBN, TV조선)과 3대 통신사(뉴스1, 뉴시스, 연합뉴스)의 기사량을 각각 네이버에서 검색해 모두 더할 경우 조 장관의 후보자 지명 후 현재까지 보도된 기사량은 총 13만2701건으로 집계된다. 

그렇다면 조 장관 관련 보도는 최순실, 세월호 관련 보도보다 많았을까? 빅카인즈에서 ‘최순실’을 검색한 결과, 태블릿PC 발견 이후 한 달간(2016년 10월24일~11월24일) 보도된 기사량은 5만574건이었다. 세월호로 검색한 경우 참사 이후 한 달간(2014년 4월16일~5월16일) 보도된 기사량은 6만1238건이다. 이는 '조국'으로 검색한 결과의 2~3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조 장관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과도했던 것은 맞지만, 최순실·세월호보다 심했다는 이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조국' 키워드에 대한 구글트렌드 분석 결과. 자료=구글
'조국' 키워드에 대한 구글트렌드 분석 결과. 자료=구글

◇ 조국 본인보다 딸에게 언론 보도 집중

이 의원의 주장이 사실은 아니지만 지난 한 달간 ‘조국’이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였음은 분명하다. <뉴스로드>는 빅카인즈를 통해 지난 한 달간 ‘조국’키워드로 검색된 기사를 분석해, 조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한 국내 언론의 보도양상을 살펴봤다.

우선 기사량의 추이를 살펴보면 후보자 지명 이후 첫 일주일간은 매일 100~400건 가량의 기사가 보도됐다. 후보자 지명 다음 주 월~화요일인 8월12~13일은 사노맹 사건 및 야당 반발과 관련된 기사가 많았으며, 사모펀드·웅동학원 관련 의혹이 제기된 수요일(14일)부터 기사량이 소폭 증가했지만 대체로 평이한 편이다. 2주차 월요일(8월19일)에는 사모펀드와 웅동학원 관련 보도가 늘어나면서 일일기사량도 600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주말에 기사량이 현저히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는 여전히 완만한 편이다.

실제로 ‘조국’ 보도가 폭증하기 시작한 것은 2주차 화요일(20일) 조 장관의 딸 조민씨의 논문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조국’ 키워드로 검색되는 기사량이 하루 1000건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빅카인즈에서 1000개의 뉴스를 분석해 가장 높은 빈도로 등장한 연관어를 살펴본 결과, 조 장관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 중 가장 높은 빈도를 기록한 것은 ‘장학금’(380건)이었다. ‘사모펀드’는 377건이었으며 ‘웅동학원’은 216건, ‘제1저자’는 159건이었다.

이는 구글 트렌드를 통해 본 네티즌들의 관심도와 일치한다. 구글 트렌드에서 8월 9일~9월 11일 네티즌들이 ‘조국’ 키워드를 검색한 빈도를 살펴보면, 8월 19일부터 그래프가 상승하기 시작해 논문 의혹이 제기된 20일 최고점에 이른 뒤 서서히 하락한다. ‘조국’을 검색한 네티즌이 함께 검색한 검색어 상위 5개 또한 ‘조국 청문회’(1위)를 제외하면 ‘조민’, ‘조민희’(조민씨의 이름이 잘못 알려진 것) 등 모두 조 장관의 딸과 관련된 것이었다. 

지난 한 달간 ‘조국 논란’을 둘러싼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은 대부분 조 장관 본인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모펀드·웅동학원 의혹보다는 딸 조민씨의 논문, 장학금 관련 의혹을 향한 것이다. 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의 정당성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보다는 부수적인 문제들이 과도하게 부각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구글트렌드 분석 결과 '조국'을 검색한 네티즌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에 대해서도 같이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구글
구글트렌드 분석 결과 '조국'을 검색한 네티즌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에 대해서도 같이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구글

◇ ‘교육 통한 엘리트 계층의 대물림' 조명됐어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의 연관성은 적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민씨를 둘러싼 논란은 매우 큰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상위 엘리트 계층의 부모들이 닫혀있는 ‘이너서클’을 만들어 논문 게재와 특허 등록, 인턴 및 해외 봉사활동 등 다양한 기회를 서로의 자녀에게 품앗이하는 것은 이미 엘리트 계층 내에서는 보편화된 교육방식이다.

이는 높은 소득수준 때문만은 아니다. 중산층 가정의 부모가 갑자기 복권에 당첨돼 수십억원의 돈을 벌게 된다고 해도, 조민씨가 경험한 것과 같은 교육기회를 자녀에게 제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면 엘리트 계층의 자녀 양육방식은 단순히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

이들은 다양한 엘리트들과의 인맥과 해외유학 경험 등 부모세대부터 쌓아온 교육·사회·문화자본 통해 자녀를 다채로운 ‘스펙’을 갖춘 경쟁력 있는 성인으로 ‘프로듀싱’한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등장인물들이 상류층이 아닌 중산층에 불과했다는 자조적인 농담이 회자되는 것도 괜한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이번 논란에서 조민씨와 관련된 논란은 조국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나 사법개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중요성을 지닌다. 만약 언론이 차분하고 신중하게 이 문제를 돌아봤다면 ‘교육’을 통해 점차 공고하게 계층화되는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언론보도는 ‘교육을 통한 계층의 대물림’이라는 주제를 조명하기보다는 조민씨 의혹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의 정당성을 판가름하는 잣대로만 활용했다. 지난 34일간 양산된 수많은 '조국' 기사와 그로 인한 사회적 논쟁들이 결코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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