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 패싱' 디지털 기축통화 논의 활발
' 달러 패싱' 디지털 기축통화 논의 활발
  • 김도균 기자
  • 승인 2019.09.17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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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출처=연합뉴스)
미국 달러(출처=연합뉴스)

[뉴스로드] 달러가 공격받고 있다. 반달러 세력이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한 것. 신호탄을 쏜 장본인은 역설적이게도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8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 의미심장한 연설을 했다. 그는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 앞에서 “세계 경제 질서가 바뀌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달러 지위는 1971년 그 때와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라고 말했다.

1971년은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제를 포기한 때이다. 금태환제란 달러를 금과 교환해주는 제도다. 달러의 지위는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뜻한다.

카니 총재는 “달러 자산 축적은 글로벌 과잉저축을 야기한다. 이는 지속 가능한 국제자본흐름의 규모를 축소시켜 세계 잠재성장률을 하락시키는 요인이다. 각국의 경제 성장 가능성을 하방으로 왜곡시키거나 위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신흥국에게 영향이 클 것이다. 전 세계는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향후 10년동안 신흥국이 위기 대응을 위해 보유해야 할 준비금 확충 규모는 현재보다 두 배 가량인 9조달러(약1경680조원)에 달하겠지만 IMF의 재원을 늘리면 3조달러(약3560조원)면 충분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카니 총재는 이어 “이제 기술이 발전했다. 합성패권통화의 바스켓을 구성하는 통화들의 위상도 함께 강화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합성패권통화(Synthetic Hegemonic Currency)란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만들고 중앙은행 네트워크 안에서 합성하여 만들자는 국제통화로 카니 총재가 새롭게 지칭한 명칭이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카니 총재의 연설에 대해 “과거에 찾아볼 수 없던 공감대가 형성됐다”라고 평가했다. 올리 렌 유럽중앙은행 이사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놀라운 연설이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8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외환보유고를 4000억달러(약474조원)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신흥국 입장에서는 달러 자금을 과도한 수준으로 보유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국제통화체제의 개선은 당연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주열 총재는 카니 총재가 제안한 디지털 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총재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의 경우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마크 챈들러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 전략가는 CNN과 인터뷰에서 “세계 기축통화의 중심인 달러화의 종말을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경기침체와 금융위기가 반복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토니 뮐러 브라질 UFS 대학교 금융경제학 교수는 미제스와이어 기고문에서 "제국의 역사, 특히 경제사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미 제국과 이전 제국의 공통점은 어느 순간 군사적 확장이 너무 과도하고 복잡하게 얽혀 효율적으로 다룰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군사적 확장을 유지하는 비용이 터무니없이 올라간다. 미국 경제의 위치, 군사적 패권국으로서 지위, 달러의 역할 등이 점차 불일치하고 있다. 미국의 산업이 약화되면서 달러의 특권을 위한 여지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뮐러 교수는 이어 "2007년 달러의 종말이 닥친다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달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덕분에 소생했다. 당시 최후 도피처로 여겨지는 대안적 통화가 없었다. 전 세계는 다시 달러로 몰려들었다. 다음번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계속 그럴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피터 쉬프 유로퍼시픽캐피탈 CEO는 러시아인터내셔널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가 달러가치의 붕괴를 직면하리라고 생각한다. 달러가 무너졌을 때 미국의 힘도 소멸할 것이다. 달러의 위기이며 국가부채의 위기다. 그것은 이미 발생했어야 했다. 우리는 그 문제를 오랫동안 뒤로 미뤄 왔다. 그러나 미루게 되면 잠재해 있는 문제는 더 악화된다는 것이 더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파운드화에서 달러화로 넘어온 것처럼 바뀔 가능성은 있다. 다만 당시에도 바뀌기까지 40~50년이 걸린 것처럼 상당히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기축통화 주권을 잡으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미국을 대체할 나라가 없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하겠다고 하는데 일부이고 당장은 미중 무역분쟁만 보더라도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미국이 달러 공급을 해주지 않고 IMF의 특별인출권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불만을 가진 나라들이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화폐가 언급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역시 “화폐는 결국 국제적 패권의 문제다. 물론 중국이 도전하고 있지만 당분간 큰 변화가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2등 국가로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화폐의 역할은 남아있을 것이다. 암호화폐가 화폐역할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다. 달러를 보완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연준의 디지털 화폐(CBDC) 발행에 대해 선을 그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코인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FRB가 디지털 자산과 CBDC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CBDC 발행을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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