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은 2016년 미 대선 이후 외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팩트체크 시스템을 도입해 가짜뉴스 확산에 대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SNS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도구로 확산되면서 ,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짜’와 ‘진짜’를 판별하는데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사에 관심이 없고 굳이 언론사나 포털사이트를 찾지 않는 사람이라도, 여러 개의 SNS 계정을 유지하는 것이 보편화된 현재 가짜뉴스에 노출될 위험을 피해가기는 어렵기 때문.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국제거버넌스 혁신센터(CIGI) 의뢰로 지난해 12월21일부터 올해 2월10일까지 25개국 2만5229명의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짜뉴스를 접하고 이를 사실이라고 믿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10명 중 7명 꼴이었다. 특히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가짜뉴스를 접하는 경로로 페이스북(67%), SNS플랫폼(65%), 트위터(40%) 등을 꼽았다. 

이처럼 가짜뉴스 확산의 주범으로 비판받는 다양한 SNS 플랫폼 중,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플랫폼은 무엇일까? 국내에서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한 1인미디어의 증가나 카카오톡 등 메신저 앱이 가짜뉴스 확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페이스북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높다. 

프린스턴 대학 정치학과 앤드류 게스 교수 연구팀이 2016년 미국 대선 직후 2525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온라인 서베이와 이들의 컴퓨터에서 수집한 웹 트래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힐러리 또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들 중 22.1%가 가짜뉴스에 노출되기 30초 전 페이스북을 경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구글(1.9%), 트위터(0.9%), 구글이메일(6.7%)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앤드류 게스 프린스턴대학 정치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8년 발표한 논문 일부. 2016년 대선 당시 유권자들의 웹 로그를 분석한 결과, 가짜뉴스에 노출되기 30초전 페이스북을 경유한 사람이 전체 조사 대상의 22.1%를 차지했다. 자료=다트머스대학
앤드류 게스 프린스턴대학 정치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8년 발표한 논문 일부. 2016년 대선 당시 유권자들의 웹 로그를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의 22%가 가짜뉴스에 노출되기 30초전 페이스북을 경유한 것으로 집계됐다.(검은색 막대가 가짜뉴스) 자료=다트머스대학 홈페이지

◇ ‘팩트체크’ 통한 가짜뉴스 걸러내기, 어떻게?

가짜뉴스의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페이스북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팩트체크’라는 무기를 꺼내들었다. 2016년 대선 이후 페이스북을 통한 가짜뉴스 유통으로 인해 선거 결과가 왜곡됐다는 비난이 이어지자, 페이스북은 같은해 12월, 외부의 팩트체크 전문기관과 협력해 자사 네트워크에 유통되는 컨텐츠를 검증하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이 가짜뉴스의 검증을 맡긴 외부 기관은 미국 플로리다의 미디어 교육기관 포인터(Poynter)에서 지난 2015년 국제적인 팩트체크 활성화 및 교육을 위해 설립한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로부터 인증절차를 거친 전문 팩트체크 기관 및 언론사 30여곳이다. 팩트체크의 글로벌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IFCN은 ▲불편부당성과 공정성에의 헌신 ▲정보원의 투명성에의 헌신 ▲자금과 기관의 투명성에의 헌신 ▲방법론의 투명성에의 헌신 ▲개방적이고 정직한 정정에의 헌신 등 다섯 가지를 팩트체크 시 따라야할 강령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는 워싱턴포스트, AP통신 등을 비롯해 68개 언론사 및 팩트체크 기관이 5가지 강령의 준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IFCN의 공식 인증을 받은 상태다. 

우선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가짜뉴스로 의심되는 컨텐츠를 신고하는 기능을 추가한 뒤, 신고가 접수된 컨텐츠를 IFCN 인증 기관으로 넘겨 사실 여부를 검증한다. 외부 팩트체크 기관에서 해당 컨텐츠가 가짜뉴스라고 판단한 경우, ‘서드파티 팩트체커에 의해 논란 게시물로 표시됨’이라는 문구가 표시되고 판단 근거의 링크가 제공된다. 컨텐츠에 “가짜뉴스일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문을 붙이는 셈이다.

가짜뉴스 대응은 외부 기관을 통한 ‘팩트체크’ 외에도 뉴스피드 시스템을 개선해 가짜뉴스의 노출 빈도를 줄이고 문제가 되는 계정을 삭제하는 한편, 가짜뉴스를 통한 수익창출을 금지하는 등 페이스북의 자체적인 노력도 이어졌다. 특히 ‘정확성’을 뉴스피드 시 상위에 오르는 새 기준으로 삼에 이용자들이 부정확한 정보에 노출되는 위험을 줄였다. 또한 사진이나 영상에 포함된 뉴스의 진위를 판단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해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자 팩트체크 시스템 도입, 뉴스피드 알고리즘 개선 등 가짜뉴스 대응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자 팩트체크 시스템 도입, 뉴스피드 알고리즘 개선 등 가짜뉴스 대응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 페이스북 팩트체크, 효과있었나?

‘팩트체크’를 중심으로 가짜뉴스에 대응하려는 페이스북의 노력은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여전히 범람하고 있는 가짜뉴스들을 보면 페이스북이 헛된 노력을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연구결과는 “하면 된다”는 희망적인 결론을 보여준다.

뉴욕대학교 경제학과 헌트 올콧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소셜 미디어에서 잘못된 정보의 확산 경향’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자사 네트워크에서 유통되는 컨텐츠에 대한 팩트체크를 시작한 이후 페이스북이 가짜뉴스와 연관되는 경우가 현저히 감소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5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570개의 가짜뉴스 웹사이트에서 1만240건의 가짜뉴스를 골라, 이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상에서 얼마나 확산되는지를 조사했다. SNS 연구 툴인 ‘버즈스모’(Buzzsumo)를 이용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가짜뉴스 게시물 수 ▲댓글 개수 ▲‘좋아요’ 횟수 등을 집계한 것.

집계 결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모두 가짜뉴스가 급격하게 확산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페이스북의 경우 2015년 초 약 7000만건이었던 가짜뉴스가 대선 막바지인 2016년 말에는 무려 2억건이 넘게 늘어났다. 트위터 또한 약 200만건에서 400만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SNS를 통한 가짜뉴스 확산이 대선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여론의 비판이 틀린 것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대선이 지나고 페이스북이 팩트체크 시스템을 도입한 2017년부터는 두 SNS플랫폼의 희비가 엇갈렸다. 페이스북의 경우 치솟던 가짜뉴스가 급격하기 줄어들기 시작한 반면, 트위터에서는 가짜뉴스 증가세가 지속된 것. 페이스북의 경우 조사 마지막 기간인 2018년 7월에는 거의 2015년 1월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트위터의 경우 대선 막바지인 16년 말 400만건이었던 가짜뉴스가 2018년 중반 들어 약 600만건까지 늘어났다.

2016년 대선 이후 두 플랫폼의 차이는 가짜뉴스 확산 경향의 변화가 단순히 대선 효과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페이스북의 가짜뉴스 감소는 대선이 끝나서가 아니라, 트위터와 달리 가짜뉴스 방지를 위한 유의미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는 것. 연구팀은 “대선 이후 페이스북이 취한 일련의 정책 및 알고리즘 변경 조치가 (두 플랫폼의 차이를 낳은) 그럴듯한 원인으로 생각된다”며 “2016년 이후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제한하기 위한 페이스북의 노력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헌트 올코트 뉴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8년 발표한 논문 일부. 우하단의 그래프가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상대적인 가짜뉴스 확산 빈도를 보여준다. 2017년 이후 페이스북에서 상대적으로 가짜뉴스가 덜 확산된 것을 알 수 있다. 자료=스탠포드대학 홈페이지
헌트 올코트 뉴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8년 발표한 논문 일부. 우하단의 그래프가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상대적인 가짜뉴스 확산 빈도를 보여준다. 2017년 이후 페이스북에서 상대적으로 가짜뉴스가 덜 확산된 것을 알 수 있다. 자료=스탠포드대학 홈페이지

◇ 미비한 국내 팩트체크 시스템, IFCN 인증기관도 없어...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서울대 팩트체크연구소 등의 기관과 협업 하에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SNS 플랫폼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가짜뉴스 대책이 추진되고 있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SNS를 통한 가짜뉴스 확산에 대처할 팩트체크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IFCN의 공식 인증을 받은 국내 언론사 및 기관이 없어 페이스북 등 해외 SNS 플랫폼을 통한 가짜뉴스 확산에 쉽게 대응하기 어렵다. 최근 국내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인스타그램도 이달 중 가짜뉴스 신고 기능을 추가하고 팩트체크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했지만, 국내에 협업할 팩트체크 기관이 없어 인스타그램 내부 전담부서에서 제재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페이스북과 같은 극적인 가짜뉴스 방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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