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공식 탄핵심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인 25일, 지난 7월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나눈 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뉴스로드>는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논란과 탄핵 정국이 내년 대선 전망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 트럼프,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조사 요구

현재 논란이 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에게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 유력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뒷조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재직 중인 지난 2016년 초, 아들 헌터 바이든이 이사로 재직 중이던 에너지 회사에 대한 우크라이나 검찰의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총장 해임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를 위해 약 10억 달러(한화 1.2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우크라이나를 위협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결국 이에 굴복해 당시 검찰총장을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혹은 이미 올해 초 언론을 통해 제기됐으나 바이든 전 부통령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어 논란이 확산되지 않았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의혹을 내년 대선에 활용하기 위해 외교적 권한을 남용했다는 것. 워싱턴포스트(WP) 등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2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관련 사건을 수사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수사를 재개하지 않는다면 2억5000만 달러의 군사 원조를 철회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통화가 있은 지 약 2주 뒤 정보당국 내부고발자에 의해 외부로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자료=미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자료=미 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은 젤린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언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언론과 민주당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의혹을 덮기 위해 자신을 공격한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특히 2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자신은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녹취록에는 명백히 바이든 관련 수사를 요청하는 내용이 있어 오히려 논란이 더욱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아들에 대한 기소를 중단시켰던 것에 대해 말이 많다. 많은 사람들의 그 일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우리 법무장관(윌리엄 바)과 함께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바이든은 자신이 기소를 중단시켰다고 자랑하고 다녔는데, 당신이 이를 알아봐줬으면 한다. 이 일은 내게는 끔찍한 이야기로 들린다”라고 말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의회에서 절대적인 다수당이기 때문에 다음 검찰총장은 100% 내 사람이 임명될 것”이라며 “새 검찰총장은 당신이 말한 사건에서 특히 (바이든의 아들이 이사로 재직한) 그 회사에 대해 수사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개인 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와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당신에게 전화를 걸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화 내용에는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 대해서도 조사해달라는 요청이 담겨 있다. 다만 이전 보도와 달리 군사원조를 중단하겠다며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내용은 없었다.

◇ 공화당이 상원 장악, 탄핵 가능성은 낮아...

트럼프 대통령이 잠재적인 대선 라이벌에 대한 뒷조사를 외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사실이 녹취록 공개로 인해 명확해지면서 탄핵 절차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 수정헌법 2조4항에는 “대통령, 부통령, 그리고 미 연방의 모든 공무원은 반역죄, 수뢰죄, 또는 그 밖의 중대범죄 및 경범죄로 탄핵을 받거나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 그 직에서 파면된다”고 규정돼있다.

국회 의결과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구성된 한국의 탄핵 절차와 달리 미국은 상·하원의 의결을 모두 거쳐야 한다. 탄핵소추 전권을 가진 하원에서 총 435석 중 과반(218석)의 찬성으로 탄핵이 의결되면, 탄핵심판의 전권을 가진 상원으로 사안이 넘어간다. 탄핵심판의 중립성을 위해 상원의장이 아닌 연방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으며 총 100석 중 3분의 2(67석) 이상이 찬성할 경우 최종적으로 탄핵이 결정된다. 상원까지 탄핵을 의결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으로 면직되며 항소의 권한도 없다.

역사상 미 대통령 탄핵 사례는 앤드류 존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등 세 차례가 있었으나, 이중 실제 상원에서 탄핵이 의결된 사례는 없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불륜스캔들로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됐고,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로 인한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된 뒤 자진사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어 하원에서 탄핵이 가결될 확률은 매우 높다. 문제는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다. 상원 총 의석 100석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으로 구성돼있다. 무소속 상원의원이 탄핵에 찬성한다 하더라도, 공화당에서 최소 20명의 이탈이 발생해야 탄핵이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율 추이. 자료=파이브서티에잇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율 추이. 자료=파이브서티에잇

◇ 트럼프 탄핵정국, '양날의 검' 될 가능성

설령 상원에서 탄핵이 부결되더라도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내년 대선에서 ‘타도 트럼프’를 외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성공 가능성과는 상관없이 탄핵 정국을 밀어붙일 이유가 충분한 셈이다. 통계전문매체 ‘파이브서티에잇’(FiveThirtyEight)에 따르면,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25일 기준 42.9%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회의적인 공화당 지지자들을 탄핵 정국을 통해 이탈시킬 수 있다면, 내년 대선에서의 우세를 확실히 굳힐 수 있다.

반면 탄핵정국이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우크라이나 스캔들 조사 과정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들을 위해 외교적 권한을 남용했다는 증거가 발견될 경우,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해당 이슈가 계속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한 상원에서 탄핵이 부결되며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탄력을 받는 시나리오도 그려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언론’과 민주당의 마녀사냥에 의한 피해자를 자처하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할 경우,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탄핵 정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모닝 컨설트(Morning Consult)가 지난 20~22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36%인 반면, 탄핵에 반대하는 의견은 49%였다. 탄핵이 하원이 현재 다뤄야 할 가장 시급한 사안이라고 답한 사람은 28%인 반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41%였다. 여전히 탄핵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인 셈이다. 양당 모두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탄핵 정국이 내년 대선을 어디로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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