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200만 국민이 검찰청 앞에 모여 검찰개혁을 외쳤다. 거대한 촛불의 물결은 검찰개혁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사명임을 선언했다” 

“200만명이 한목소리로 외친 검찰, 사법개혁의 뜻을 정의당은 적극 지지한다”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전날(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열린 검찰개역 촛불집회를 언급하며, 검찰개혁은 국민의 염원이 담긴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 또한 정쟁으로 인해 국민의 요구인 검찰개혁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집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개혁이 아닌, 바로 ‘200만명’이라는 숫자다. 촛불집회 주최 측은 최초 예상인 10만명보다 많은 최소 2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고 추산했다. 

반면 누리꾼들은 이번 집회 규모가 10~20만명 정도에 그쳤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지난 2014년 17만명이 운집한 교황 방한 당시 사진을 이번 촛불집회 사진과 비교하며 200만명이라는 주최 측 추산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집회와 같은 날 열린 서초구 서리풀축제 참가 인원이 집회 참가 인원으로 잘못 집계됐다며 실제 규모는 더 작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MBC가 드론을 통해 촬영한 집회 현장 항공사진.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MBC가 드론을 통해 촬영한 집회 현장 항공사진.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 28일 서초·교대역 하차인원 10만명, 지난해보다 8만7000명 늘어...

정확한 참가인원이 몇 명인지를 둘러싼 논란은 대규모 집회가 개최될 때마다 매번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촛불집회에서도 경찰 추산은 26만명이었으나, 주최 측은 4배에 가까운 100만명이 모였다고 집계했다. 당시 주최 측은 촛불집화 장소 인근 지하철역 이용객 수가 154만명으로 평소보다 약 87만명 증가했다며 경찰 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렇다면 지난 28일 촛불집회가 열린 검찰청사 인근 지하철역인 서초역과 교대역의 이용객 수는 몇 명이었을까?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집회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두 역을 이용한 승객 수는 승차인원 10만3172명, 하차인원 10만2229명 등 총 20만5401명이다. 하차한 승객 전부를 집회 참가자로 포함시킨다고 해도 주최 측 주장인 200만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실제 집회 참가를 위해 28일 서초·교대역을 이용한 승객 수는 얼마일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난해와의 비교를 통해 대략적인 숫자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마지막 토요일인 29일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두 역에서 하차한 승객 수는 총1만5300명. 지난 28일 서초·교대역 하차인원 수에서 이를 빼면, 총 8만6929명이 집회 참가 목적으로 두 역을 이용했다고 어림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두 역보다는 멀지만 검찰청 인근에 위치한 고속터미널역 이용객 수와 버스·택시·자전거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한 경우를 모두 고려할 경우 촛불집회 참가자의 대략적인 수치를 가늠할 수 있다. 또한 다른 교통수단으로 집회에 참여한 뒤 지하철을 타고 귀가한 시민들의 수를 고려해 승차인원도 계산에 포함시킬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집회 장소 인근 도로가 통제돼 지하철이 주된 교통수단이었음을 고려하면, 200만명이 모였다는 주최 측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 집회시위 참가인원 추산방법. 자료=성신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
국가별 집회시위 참가인원 추산방법. 자료=성신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

◇ 경찰 VS 주최 측 추산 차이, 왜?

대규모 집회가 열릴 때마다 정확한 규모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경찰과 주최 측의 추정치가 매번 큰 차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촛불집회에서 경찰과 주최 측이 추산한 참가인원은 무려 4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이 때문에 경찰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반정부 집회 규모를 축소 발표하는 반면, 보수집회 규모는 확대 발표한다는 비판여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경찰과 집회 주최 측의 추산이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정치적 의도보다는 추산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최 측 입장에서 참가인원은 집회의 취지에 대한 공감과 지지 여론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적인 수치다. 규모가 클수록 주최 측은 정부를 향해 집회의 요구사항이 곧 국민의 뜻이라고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 참가인원이 곧 집회 목적의 정당성과 직결되는 만큼 주최 측은 정확한 참가인원 추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주최 측은 대부분 집회가 이루어지는 동안 참가한 모든 인원을 누적적으로 파악하는 ‘연인원 집계방식’을 활용한다. 

반면 경찰 입장에서 집회 참가인원을 추산하는 목적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다. 이 경우 누적적으로 모든 참여자를 세는 것 보다는, 집회 규모가 최대에 이르는 시점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를 세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시적인 집회의 최대 규모를 파악해야 얼마나 많은 경찰력의 투입이 필요한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 이 때문에 경찰은 전체 집회 면적을 단위 면적으로 나눈 뒤, 단위 면적 당 평균적인 인구밀집도를 구해 역으로 전체 규모를 추산하는 ‘페르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성신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이 2017년 발표한 ‘집회시위 인원 산정방법의 적정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미국·일본·프랑스·독일 등 5개국 경찰의 추산방식을 비교한 결과 모두 ‘일시점 최대인원’을 파악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중 미국과 독일은 좀 더 정확한 수치를 구하기 위해 항공촬영 등을 활용하고 있었으며, 영국과 일본은 사전 현장심사를 통해 집회 장소의 수용규모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5개국 모두 특별히 집회 규모 추산방법과 관련된 법령이나 매뉴얼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성신여대 연구팀은 “이는 경찰의 목적이 집회 참가 규모의 정확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회시위 관리를 위한 경찰활동의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집회 규모의 정확한 파악은 요구사항의 정당화가 목적인 주최 측에게는 핵심적이지만, 질서 유지가 목적인 경찰의 본래 임무는 아니라는 것. 이 때문에 5개국 모두 언론사나 시민단체, 의회의 요청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경찰의 추산을 공개하는 경우가 드물었으며, 그와 관련된 규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성신여대 연구팀은 집회 규모 추정방식과 관련된 여러 논란에 대해 “‘일시점 최대인원방식이 더 타당한가? 연인원 집계방식이 더 타당한가?’ 이러한 단순한 논쟁은 실익도 없고, 의미도 없다. 두 방식 모두 목적과 방식이 다르므로 단순 비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결국 자기의 목적에 알맞은 방식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고, 다만 그 방식 내에서 한계점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더욱 더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이 28일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비판하기 위해 1937년 독일 나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 현장이라며 올린 사진. 하지만 이 사진은 사실 1934년 독일 뷔케부르그에서 열린 추수감사제 사진이다. 참여인원은 70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레어히스토리컬포토닷컴(Rarehistoricalphoto.com)
누리꾼들이 28일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비판하기 위해 1937년 나치 독일 뉘른베르크 전당대회 현장이라며 올린 사진. 하지만 이 사진은 사실 1934년 독일 뷔케부르그에서 열린 추수감사제 사진이다. 참여인원은 70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레어히스토리컬포토닷컴(Rarehistoricalphoto.com)

◇ 규모 논란 속에 묻힌 ‘검찰개혁’ 목소리

한편 이번 촛불집회가 규모 논란에 휩싸이며 정작 집회의 취지인 검찰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사라져버렸다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28일 이후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집회 규모를 두고 지지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상대를 비방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일부 집회를 비난하는 누리꾼들은 1937년 나치 독일에서 열린 ‘뉘른베르크 전당 대회’에 70만명이 운집한 현장이라고 잘못 알려진 사진을 올리며 집회 참가자들을 조롱하고 있다. 반면 집회를 지지하는 누리꾼들은 반대 목소리에 대해 일베나 태극기부대와 비슷한 극우 보수 세력이라며 날 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이나 방법 등 더욱 시급한 문제에 대한 생산적 논의 없이, ‘200만명’이라는 숫자를 두고 감정적·소모적인 싸움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200만명'이라는 숫자가 억지 주장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10만명'의 목소리라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다. 과도한 수사권을 가진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이미 검찰 내부에서도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집회 규모보다는 집회 취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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