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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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공식 통계상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0으로 전년 동월 대비 0.4% 하락했다. 앞서 지난 8월에도 0.038% 하락했으나,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만 따지는 공식 통계에서는 0.0%로 표기됐다. 공식 통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하락한 것은 1965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통계청은 디플레이션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고교 무상정책요인 및 농산물의 기저효과 확대 등 정책적·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통계청에 지난달 무상교육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으로 인해 고교납입금(-36.2%), 학교급식비(–57.8%), 병원검사료(–10.3%), 보육시설이용료(–4.3%) 등이 하락했다며 정부정책이 추가적인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의 가격하락 및 기저효과, 석유류 가격 안정세 등이 소비자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농산물은 양호한 기상여건에 따른 생산량 증가로 전년 동월 대비 8.2% 물가가 하락했다. 석유류 또한 국제유가 하락으로 전년 동월 대비 5.6% 하락했다. 

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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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도 9월 소비자물가 하락을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최근 소비자물가 상황 점검’ 자료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던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측 기저효과가 11월 이후부터 점차 사라질 것”이라며 “내년 물가상승률은 1%대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1930년대 미국이나 1990년대 일본 등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국가들은 3~7년간의 장기간 물가하락을 경험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 통계상 처음 물가 하락이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 섣불리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주요국 물가하락기의 특징’에 따르면 1990년대 소비자물가지수 하락은 많은 국가에서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대부분의 경우 단기간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실제 2~3분기 간 물가가 하락하는 경우는 90년대 이후 약 41개국에서 356회나 발생한 바 있다. 게다가 디플레이션 현상의 경우 대부분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자산가격 조정이 수반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자산가격 조정의 징후는 관측되지 않고 있다.

또한 디플레이션은 주로 소비 부진의 영향으로 나타나지만,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6.9로 전월 대비 4.4p 상승했으며, 소매판매 지수 또한 8월 3.9%로 크게 증가했다.

기획재정부 김용범 1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물가상승률은 작년 높았던 기저효과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는 전년동월대비로는 하락세이나, 직전 월과 비교하는 전월비로는 8월 0.2%, 9월 0.4%로 상승하는 추세”라며 “우리의 경우에는 공급측 충격에 의한 2~3개월 단기간에 걸친 물가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어 “당분간은 작년 9월 2.1%, 10월 2.0%, 11월 2.0% 등 높았던 물가의 기저효과와 낮은 농산물 가격 등 공급측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상승률이 0% 내외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며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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